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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에 잊으셨나요?…뜨거웠던 ‘노 재팬’ 운동 2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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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경제 보복 조처에 대항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 시작

초기 과열 양상도…한-일 시민 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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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습니다. 지난달 9일 조국 장관을 후보자에 지명한 뒤 꼬박 한 달 만입니다. 한국 사회는 ‘조국 사태’, ‘조국 대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시기를 힘겹게 지나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조국 사태’보다 먼저 2019년 여름을 달군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노(NO) 재팬’ 운동으로 불리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입니다. 7월4일, 일본 정부는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처로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에 들어갔습니다. 8월2일에는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인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습니다. 역사적 정의를 외면하고 되레 보복 카드를 꺼내 든 일본 정부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했고, 자발적인 불매운동에 나섰습니다. 뜨거웠던 ‘노 재팬’ 운동 2달의 기록을 되돌아봤습니다.



■ 수수료 내면서 일본 여행 취소…대체 상품 소개 ‘노노재팬’ 인기 일본의 한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한 파장이 확대되면서, 7월 초 소비자들 사이에선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했습니다. 누리꾼들이 만들어 공유한 ‘일본 제품 불매 목록’에는 유니클로·무인양품·에이비시(ABC)마트 등 의류브랜드와 세븐일레븐·훼미리마트 등 편의점, 아사히·기린·포카리스웨트 등 식품을 비롯해 러시앤캐시·산와머니 등 금융기관 등도 포함됐습니다. 누리꾼들은 일본여행 취소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오사카 여행을 앞두고 뉴스를 접하다 고민 끝에 (항공권)을 취소했다”며 “수수료가 1인당 10만5000원씩 나왔지만 한 달 커피 안 마시면 그만”이라고 적었습니다. 7월17일에는 회원 수가 133만여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일본여행 카페 ‘네일동’이 누리집을 임시 휴면 상태로 돌렸습니다. ‘활동 중단’ 방식으로 불매운동에 동참한 셈인데 휴면 상태는 지금껏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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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상품의 대체재를 알려주는 누리집인 ‘노노재팬(닷컴)’도 등장했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7월18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노노재팬’이 오르자 접속자가 몰렸고, 트래픽이 늘면서 서버가 감당하지 못해 접속 장애가 발생한 겁니다.

불매운동 영향은 대중문화 업계 전반으로도 번졌습니다. 방송가에선 ‘일본인’ 섭외를 꺼리는 것뿐 아니라 여행 프로그램에서 일본 소개가 금기시됐습니다.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공연계에서도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7월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아디오스 피아졸라, 라이브 탱고>에서 일본인으로 구성된 탱고 밴드 ‘쿠아트로시엔토스’가 1부 공연을 맡았는데, 바이올린 연주자가 한국어로 인사말과 곡 설명을 하던 도중 한 관객이 객석에서 일어나 일본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외친 뒤 나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일본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공격하는 것은 과하다. 한국과 한국의 문화를 좋아하는 이들까지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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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건은 또 있었습니다. 8월 부산의 한 식당이 ‘일본인 출입금지’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어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강원도 강릉의 사설 박물관인 참소리박물관도 ‘일본인 관람금지’와 ‘No Japs Allowed’(노 잽스 얼라우드)라고 적은 ‘보이콧 재팬’ 팻말을 내걸었다가 관람객의 항의를 받고 철거했습니다. ‘Japs’(잽스)는 일본인들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인종차별적 영어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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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박람회 취소, 명동 ‘노 재팬’ 깃발…관 주도 ‘과잉’ 보이콧 비판 나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과잉대응’에 나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외교적 협상 과정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민간 차원의 자발적 불매운동과 달리, 관이 주도하는 방식의 보이콧 운동은 자칫 국내·외 한국인들의 피해를 야기하거나 국제 관계에서 일본에 또 다른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일본과의 ‘경제전쟁’을 의식해 9월 열릴 예정이던 ‘2019 하반기 글로벌 일자리 대전’을 취소하자 취업준비생들은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워 걱정인데, 청년들의 국외 취업이 일본에 ‘협박용’ 카드로 쓰인 것 같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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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청이 시민들의 항의로 설치 반나절 만에 ‘노 재팬’ 깃발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중구청은 8월5일 관광 명소인 명동과 청계천 일대에 ‘보이콧 재팬’ 이미지가 들어간 깃발 1100개를 설치하겠다고 밝히고 실제로 6일 오전 설치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국민의 ‘노 재팬’은 찬성하나 관에서 하는 건 반대한다”, “아베 정부를 반대해야지 일본인을 반대해선 안 된다” 등과 같은 반응을 보이며 깃발 설치를 거세게 비판했고 중구청은 결국 같은 날 오후 깃발 설치를 철회했습니다. 당시 김기정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관이 나서게 되면 우리가 설득해야 할 일본 국민들을 돌아서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아베 정부의 정치적 결정이지,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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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한 한-일 경제 갈등 상황을 회화하는 듯한 티셔츠를 만들어 판 정치인이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성추행 의혹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8월2일 자신의 트위터에 최민희, 김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일본가면 코피나(KOPINA)’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방사능 세슘 오염국…일본가면 KOPINA”라고 적었는데요. 이 티셔츠는 포털에서 2만원에 판매됐습니다. 당시 누리꾼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재밌었나? 일본이 원전 사고 후유증에 민감하다지만 사고 피해를 가지고 말장난을 하냐”(@ggi****)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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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동원 문제 해결 촉구 한-일 시민연대…“‘노 재팬’ 아닌 ‘노 아베’로”

광복절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가 연대해 ‘반아베’ 공동전선을 꾸렸습니다. 두 나라의 양심 있는 시민들이 손을 잡고 한·일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아베 정권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일본 내 여러 시민단체가 연합해 만든 단체인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은 8월3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역사 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3차 촛불 문화제’에 “아베 정권은 한·일 시민의 대립을 부추김으로써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없었던 일’로 하고 과거를 또다시 ‘무시’하려 한다. 한·일 시민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권리회복,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요구해 나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연대 성명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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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광복절인 8월15일 한국의 시민단체 18곳이 모여 만든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과 함께 서울 도심에서 ‘국제평화행진’ 행사를 열고 일본 정부에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이 밖에도 한국과 일본의 대학생들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반일, 반한이 아닌 노(No) 아베를 위해 연대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다음 사람을 지목하는 ‘피스 챌린지’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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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매 효과’ 가시화…‘막말’ 기업 혼쭐도

불매운동이 한 달을 넘어서면서 불매 효과가 가시화됐습니다. 8월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한국의 일본 상품 수입액은 29억달러(약3조5100억원)로 지난해 33억달러(약4조원)와 비교해 4억달러(약4900억원), 13.8% 감소했습니다. 특히 불매운동의 핵심 품목이었던 일본 맥주 수입액은 8월 초 열흘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수입액이 99% 감소했습니다.

유니클로 불매 효과도 상당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의원(바른미래당)이 8월15일 공개한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8개 전업카드사의 신용카드 결제실적을 살펴본 결과 국내 유니클로의 카드매출액은 6월 마지막 주 59억4천만원에서 7월 넷째 주 17억7천만원으로 70%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일본 주요 관광지 4곳(도쿄·오사카·오키나와·후쿠오카)에서 사용된 8개 카드사 결제액도 같은 기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6월 마지막 주 신용카드 결제액은 164억8천만원이었는데 7월 넷째 주는 133억8천만원으로 19%가량 감소했다. 특히 오사카에서 결제액이 42억6천만원에서 29억2천만원으로 30%가량 줄었습니다.

자회사 방송을 통해 혐한 및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켜 사실상 한국 유통망에서 퇴출당한 일본 기업도 있습니다. 일본 화장품 업체 디에이치시(DHC)는 한국 불매운동을 깎아내리고 역사를 명백히 왜곡하는 내용을 담은 자회사 ‘디에이치시 테레비’의 ‘도라노몬 뉴스’ 방송 프로그램으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7월 말 이 방송에 출연한 극우 성향의 일본 패널들은 “한국은 원래 바로 뜨거워지고 바로 식는 나라”라며 일본산 불매운동을 비하하고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서 지금의 한글이 탄생했다”는 등 역사 왜곡 발언을 남발했습니다. 한국법인이 8월13일 대표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온라인·오프라인 매장에서 디에이치씨 제품이 속속 사라졌고, 전속모델이던 배우 정유미씨는 초상권 사용 철회와 모델 활동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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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 조처를 한 지도 벌써 2달이 지났습니다. 국민 4명 중 3명 이상은 일본이 경제 보복을 철회하지 않는 한 불매운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제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을 지원해 온 일본 시민단체 ’호쿠리쿠연락회’ 나카가와 미유키 사무국장은 지난 5일 한국을 찾아 “지금의 한일 갈등은 식민지배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일본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한국인들의 집단행동은) 일본 사회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아베 정부를 용서하지 못하는 정서”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자국민의 말부터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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