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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다쳐 봐야 정신 차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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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EBS PD·'생존의 조건' 저자

나는 우리 아이가 10대가 된 이후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교훈을 가르쳐주지 않은 것 같다. 몇 번을 거듭 이야기하고 야단을 쳐도 아이가 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수십년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삶의 교훈을 아무리 말해줘도 아이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아주 어린 시절에도 그랬다. 놀이터에서 위험한 짓을 하는 아이 때문에 가슴 철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위험하니 하지 마라'고 해도 아이는 도대체 말을 듣지 않았다. 거의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서야 나는 한마디 하곤 했다. "네가 다쳐 봐야 정신을 차리지."

그렇다. 사실은 이것이 요점이다. 아이는 반드시 다쳐 봐야만 교훈을 얻는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어린이 놀이터를 어느 정도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나무로 만드는 놀이기구에는 일부러 옹이와 가시를 제거하지 않고, 떨어질 위험이 있는 놀이기구에 안전망이나 보호대를 설치하지 않는다. 가시에 찔려 봐야만 가시를 조심하고 떨어져 봐야만 떨어지지 않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제대로 다쳐 본 사람만이 어른이 되어서 더 큰 위험을 피하는 법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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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아이들의 위험을 방지한다고 어른이 함께 있으면 오히려 더 크게 다친다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집중하지 않고 어른들의 막연한 보호에 기대어 방심하는 탓이다. 우리 삶 역시 마찬가지다. 크고 작은 상처 없이 어떠한 것도 배울 수 없다. 아무런 상처 없이 책만으로 혹은 어른의 가르침만으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란 없다.

그러니 혹시 아이가 우리의 소중한 교훈을 귓등으로 흘려보내더라도 상심하지는 말자. 가슴 아픈 일이긴 하지만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도 실패와 고통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대사처럼 "고통의 대가는 경험"인 법이다.




[이주희 EBS PD·'생존의 조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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