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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줄 용돈 벌어야죠" 일흔 택배원의 명절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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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추석 대목 맞은 동대문·명동 일대 상가

궂은 날씨에도 배송 업무 나선 일흔의 택배원들

시급 2500원 수준 저임금에도 구하기 쉬운 노인 일자리

일하고 싶어도 구직 마땅찮은 노인일자리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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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택배원들이 동대문종합시장 앞 인도에서 택배업체로부터 배송 물건을 넘겨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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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심홍주씨는 지하철 택배원이다. 심씨는 72세다.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다. 심씨 같은 '지하철 택배노인'은 2000명이 넘는다.


10일 오후 추석 대목을 맞은 동대문종합시장 속에서 심씨는 분주했다. 자신의 몸집보다 큰 원단 꾸러미를 어깨에 짊어진 그는 서울 송파 가든파이브까지 향했다. 지하철 노선만 3개를 갈아타며 54분을 이동하고도 10분을 걸어야하는 거리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나마 배달량이 늘어나는 명절 직전에는 하루에 3만~4만원은 수중에 들어온다"며 "손자 추석 용돈은 챙겨줘야되지 않겠냐"며 웃었다.


이날 굵은비가 내리는 동대문종합시장 앞은 70~80대 지하철 택배원들로 붐볐다. 이날 비로 인해 '2개 이상 물건은 못 나른다'는 택배원과 업주 간 실랑이가 이어졌다. "우산을 써야하는 손 때문에 오늘은 어깨에 물건을 짊어지지 못한다"며 한 택배원이 볼멘소리를 하자 물건은 이내 다른 택배원에게 돌아갔다. 창문 커튼 프레임을 짊어지고 강남역 지하상가로 향하던 신명남(74)씨는 "최근 택배원 숫자가 크게 늘면서 경쟁이 심해져 운임도 깎였다"고 전했다.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는 지하철 택배원들이 하루 5건을 처리할 경우 20~30%에 이르는 업체 수수료 등을 제하면 하루 일당은 2만원 안팎, 시급으로 환산하면 2500원 수준이다. 이날 명동 신세계백화점에서 추석 선물세트 배달을 출발한 김용호(74ㆍ가명)씨는 지하철 역 계단에 걸터앉아 바나나 하나로 끼니를 해결했다. 지하철 택배원들은 쉴곳도 마땅치 않다. 지하철 환승역 사이의 벤치나 기댈 수 있는 곳은 어디나 쉼터 혹은 간이 식당이 된다. 김씨는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다리라도 부지런해야 한다"며 바나나를 급히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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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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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다.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50%이하를 받는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노년층 노동자의 58%는 생계비를 벌기 위해 일한다. 하지만 구직의 벽은 높다. 노년층의 높은 노동의지에 비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곳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노년층은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린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퇴 세대가 자신의 평생 경험과 관계없는 임시, 일용직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라며 "정부가 만든 일자리는 보조금을 쥐어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노인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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