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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김세연 “빠지는 대통령 지지율, 곧장 야당 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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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 여론조사 신뢰도 의심하나

그저 심증일 뿐 근거나 자료는 없어

추석 이후 반문정서 확산된다 해도

당장은 무당층만 늘리는 방향일 것”



여야, 추석 민심 잡기 ‘조국 2차 대전’



중앙일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서울 신촌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순회 규탄대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등을 예고 없이 찾아가 ’조 장관 파면에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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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찾아온 데다 연휴까지 짧은 추석이다. ‘조국 사태’가 조급하고 넉넉하지 못한 마음에 짜증을 보탰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장관 임명 강행은 ‘설마’ 하던 많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보수층은 경악했다. 줄곧 ‘최고의 추석 선물은 조국 아웃’을 외쳤던 야당은 이제 ‘조국 퇴진투쟁’을 선언했다.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한 ‘조국 민심 불지르기’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추석 이슈로 ‘조국 임명’을 꼽았다. 올 상반기 내내 주요 화제였던 경제와 안보 문제는 조국과 한·일 갈등에 밀려 3, 4위로 떨어졌다. 자유한국당은 태풍 링링 탓에 연기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어제 재개했다. 서울과 수도권 순회연설회에 이어 15일엔 국회에서 ‘추석 민심 보고대회’를 갖는다.

반대 많던 임명 강행이다. 당장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출렁이고 야당 지지는 가파르게 오르는 게 기존 패턴이다. 하지만 한국당 지지율은 좀체 꿈쩍하질 않는다. 일부 조사에선 오히려 하락했다. 왜 그런 것인가. 보수 유권자가 말하듯이 여권에 기울어진 여론조사가 일반적이기 때문인가.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세연 의원을 만났다.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총선을 대비해 후보 공천 기준이 되는 여론조사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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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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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한 달간의 조국 사태에도 여·야당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다. 일부에서는 여론조사 신뢰도를 의심하는데 실제로 조사가 편향돼 있다고 보나.

A : “극히 일부 조사를 제외하면 대체로 신뢰성을 의심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여의도연구원 조사를 포함한 대부분 조사 결과에서 일관성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불신 얘기가 많다. 아마도 각자 보고 싶은 쪽만 보는 현상이 강화되면서 불신과 의심이 함께 커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Q : 여의도연구원 자체 조사로도 한국당 지지율엔 반등이 없나.

A : “다른 여론조사 기관 결과와 수준 및 추세에서 큰 차이 없다.”

Q : 이유가 뭘까.

A : “조국 사태 등으로 반문재인 정서가 확산되는 건 확실한데 한국당에 대한 지지는 그중 일부 밖에 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게 근본적 장애물이다. 게다가 보수는 분열됐는데 30~40대와 호남이 현 정권에 보내는 지지는 여전히 공고하다.”

Q : 추석 연휴가 끝나면 여야 지지율에 변화가 생길까.

A :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질 거다. 하지만 한국당 지지율도 내려가거나 기껏해야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라고 본다. 반사적 이익이 한국당으로 향하지 못해 무당층만 늘어나는 양상이다.”

Q : 그렇다면 한국당엔 총선 적신호 아닌가.

A : “당내 분위기는 어쨌든 보수층만 똘똘 뭉치게 하면 내년 총선에서 해볼 만하다는 쪽이다. 착각이다. 내년 총선을 지금 얘기하는 건 변수가 너무 많아 부질없지만, 아주 큰 틀에서 추세만 놓고 보면 내일 선거를 치른다 해도 지금 의석보다 늘리는 게 쉽지 않다.”

Q : 보수 야권 통합이 가장 큰 변수일 텐데 결국 통합할까.

A :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Q : 왜 그렇게 보나.

A : “바른미래당 변수를 떠나 한국당이 문호를 열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심을 해야 하는데 주저하기 때문이다.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거나 새로운 구도를 그리려는 움직임이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한국당은 모두가 모든 걸 내려놓는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 그런 게 없다면 지금 같은 지지율 정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급성 질환은 빠르게 회복하는 길이 있다. 서서히 고사해가는 만성질환이 더 무서운데 한국당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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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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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평가를 가르는 중간선거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대략 40% 선이 분기점이라고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지지율이 40~45% 정도를 유지하면 여당인 민주당에 유리하고 30%대로 떨어지면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에 유리한 국면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의 부정적 이슈에도 아직 40%를 웃돌고 있다. 역대 대통령 지지율과 비교하면 아주 괜찮은 수준이다. 한국갤럽 조사론 집권 3년차 1분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49%로 가장 높았는데, IMF 외환위기의 영향이 컸다. 다음은 이명박 전 대통령 44%, 김영삼 37%, 박근혜 34%, 노무현 33%, 노태우 28% 순이다.

당장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어떻게 변화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임명 반대가 많았던 만큼 먹구름 가득한 여권이다. 조국 청문 과정에서 명분으로 앞세운 ‘사법 개혁’ ‘정치 개혁’을 무기로 범여권 결집에 권력 자원을 총동원할 태세다. 이미 정의당 지지도 끌어냈다. 따지고 보면 임명 강행 자체가 지지층 결집 탓에 가능했다. 문 대통령 대선 지지율은 41%였다.

야권 집토끼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지층을 결집시킬 보수 통합이 관건이다. 황교안 대표는 어제 ‘조국 파면 국민연대’를 제안했다. 야권은 일단 ‘반조국’ 구호 아래 뭉치는 모양새다. 향후 조 장관 해임건의안, 국정조사, 특검 등을 추진하면서 보수 야권 공조체제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지지율이 이런 과정을 거쳐 30% 이상으로 오르게 되면 황 대표는 주도권을 갖고 보수 통합에 나설 동력을 얻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황 대표 중심의 통합은 어려워진다. 만약 추석을 지나서도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훨씬 못 미치면 의원들의 공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과 충청지역 의원들은 지도부를 향해 특단의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조국 장관 임명으로 불거진 여야 강대강(强對强) 대치는 상당 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당장은 추석 민심이 향하는 쪽이 정국 주도권을 잡고, 결국엔 내년 총선 판세를 만들게 된다. 역대 총선에서 어김이 없는 건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는 공식이었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겨냥한 다수 연대 수싸움에 불이 붙었다. ‘조국 2차 대전’이다.

■ 큰 선거 앞둔 추석 민심, 정말로 결정적인가

설이나 추석 아니면 얼굴 보고 목소리 듣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카카오톡 대화방에 유튜브가 대세다. 그래서 요즘 같은 정보기술 세상에 귀향길 의견 교환이란 게 얼마나 의미가 있겠느냐는 주장이 있다. 서로의 지지 후보를 확인하고 나면 결국 설득이나 말싸움으로 번질 테니 명절엔 아예 정치 얘기를 나누지 않는다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추석 이후 정국에 새로운 흐름이 없는 걸로 봐야 하느냐면 또 그런 건 아니다. 역대 대선 직전 해의 추석은 이듬해 대선전 바로미터였다. 대선 레이스 개막을 앞두고 각 세대와 계층, 지역 민심이 만나고 섞이는 사실상의 마지막 무대이기 때문이다. 선두 주자가 ‘밴드왜건(편승) 효과’에 불을 붙이며 가속 페달을 밟든, 후발 주자가 지지율 반등으로 치고 나가든 대선 1년 전 추석에 주목받지 못하면 대권에 다가서기 어려웠다.

2007년 대선을 앞둔 2006년 추석이 극적으로 그랬다. ‘본선보다 예선’이라던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전에서 이명박 후보는 추석 명절 가족 평가단에서 박근혜 후보를 압도했다. 그 전 몇 달간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이던 두 사람 지지율은 연휴가 끝난 뒤 이 후보 쪽이 10%p 이상 차로 박 후보를 따돌렸고 최종적으로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2001년엔 노무현 후보가 부상했고 2011년엔 안철수 돌풍이 있었다. 친박 인사들이 황교안 대표에게 당권 도전을 권유한 것도 지난해 추석을 전후해서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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