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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북 “비핵화 협상과 자위적 국방력 강화는 별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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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제안 직후 단거리 발사체 발사…북한의 셈법은

미 고위 당국자들 잇단 유화적 발언에 협상 재개 명분 얻어

단거리 발사체로 미국에 ‘안전보장 문제 구체적 해법’ 압박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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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에 협상 재개를 제안한 직후 10일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올린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과 자위적 차원의 국방력 강화는 별개라는 점을 동시에 발신한 메시지로 분석된다. 실무협상 재개는 6·30 판문점 회동에서 북·미 정상 간 합의된 내용인 만큼 진행하되, 안보 우려 해소를 위한 재래식 무기 개발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에 대한 유화적 메시지가 나온 점도 북한이 협상 재개를 선언할 명분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미는 판문점 회동 후 ‘2~3주 내’에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면서 협상판이 마련되지 못했다. 이후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는 8월 하순에는 협상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 역시 불발됐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달 말 열리는 유엔총회마저 불참을 통보하면서 이달에도 북·미 대화가 힘든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던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백악관 오전 업무가 시작되는 시간인 지난 9일 밤 전격적으로 대화 제의 담화를 낸 것은 ‘이젠 대화를 해봐야 할 시점이다, 빨리 화답하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정상 간 합의 사항인 실무협상 재개에 대해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뒤에도 소극적이던 북한이 입장을 선회한 것과 관련해선 최근 미국 당국자들의 발언을 주목할 만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우리는 북한의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6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그들이 원하는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6일 미시간대 강연에서 북한 비핵화의 진전이 있을 경우 주한미군에 대한 전략적 재검토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이 지난 2월 말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폐기와 제재 완화’ 맞교환을 시도하다 실패한 후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안전보장 방안을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미국 측의 이 같은 발언은 충분치는 않지만 북한으로선 협상을 재개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날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 역시 향후 실무 협상에 안전보장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가져오라는 대미 압박용으로 볼 수 있다.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고, 단거리 발사체는 트럼프 대통령도 문제 삼지 않는 자위적 수단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한 군사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는 향후 재개될 북·미 협상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범주를 자신들 방식으로 제시하겠다는 뜻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하노이 회담 때 요구했던 것처럼 모든 대량살상무기(WMD)를 완전히 포기하는 방식으로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자위적 방어용 무기 개발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에 용인 가능하다는 일종의 묵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협상 쟁점은 이미 다 드러나 있고, 미국이 셈법을 어떻게 바꿔 나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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