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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인사이드 스토리]판교 10년 공공임대, 손대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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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전환 시점, 집값 급등에 서민 주거 위협 판교‧파주‧광교 등 분양전환 주택 줄줄이 대기…묘수 없어 [비즈니스워치] 노명현 기자 kidman04@bizwatch.co.kr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판교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는 입주자협의회(세입자)와 공급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인데요.

분양 당시보다 집값이 너무 오른 탓에 졸지에 내 집에서 쫓겨나게 생긴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주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사연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커지기도 하는데요.

그렇다고 세입자들의 요구를 오롯이 들어주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LH 역시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죠.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는 정부 지원을 받아 LH나 지자체(지방공사), 민간건설사가 공급하는 임대아파트로 임대기간은 10년입니다. 임대기간이 끝나면 임차인(세입자)이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권한을 갖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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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져 있다시피 논란의 중심은 분양가 산정방식입니다. 10년 공공임대는 5년 공공임대(감정평가액과 당시 건설원가 평균가)와 달리 '감정평가액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분양가 산정방식이 논란이 되는 것은 판교 일대의 집값이 비싸기 때문인데요. 당초 10년 공공임대 도입 목적은 장기간 임대주택을 제공해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꾀함과 동시에 해당 기간 동안 재산을 축적한 세입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공급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판교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집값 상승 폭을 예측하지 못해 발생한 부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부동산114에 따르면 판교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0년 2598만원(3.3㎡ 당)에서 이달 6일 현재 3359만원으로 30% 가량 올랐습니다. 전용 84㎡ 기준으로는 8억5000만원 수준인데요. 감정평가가 시세의 80~90% 정도로 책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8억원 정도에 분양가가 산정될 것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분석입니다.

8억원에 달하는 분양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대다수인 까닭에 입주자연합회는 지속적으로 분양가 산정방식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죠. 이들은 10년 공공임대 주택도 5년 공공임대처럼 분양가를 책정하거나, 최근 국토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한만큼 10년 공공임대에도 상한제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LH는 입주자연합회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애초 계약 당시 명시된 내용이기 때문에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계약을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인데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뿐 아니라 LH 변창흠 사장도 줄곧 이 같은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변창흠 사장은 지난 6월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계약 조건 상 분양가는 감정가로 정했고, LH로서는 인위적으로 계약 내용을 변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입주민들이 처한 상황은 이해하지만 LH가 다른 방안을 선택할 수 있을 여지가 많지 않다"는 말로 현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는데요.

실제 LH로서는 입주민연합회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입니다. 앞으로 분양전환이 예정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가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인데요. 분양가 산정 기준이 흔들리면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는 10년 공공임대 입주민들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어서죠. 물론 일대 부동산 시장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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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연합회 주축인 판교 산운마을을 비롯해 판교에서만 내년 7월까지 3952가구(LH공급 기준)가 분양전환을 앞둔 상태인데요. 이외에도 수도권에서는 수원 호매실지구와 파주 운정신도시, 수원 광교신도시 등에서도 10년 공공임대가 공급돼 5년 이내에 분양전환 시기를 맞이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여러 변수가 존재해 쉽게 예측이 어렵다"며 "집값 변동 폭에 따라 분양가 산정 방식을 다르게 적용한다면 분양전환 시점이 올 때마다 해당 지역에서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된 10년 공공임대이지만 지난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한 일부 지역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작용을 보완해 나가야 좀 더 완성도 높은 정책이 만들어지기 마련인데요.

정부가 세입자들의 주거 환경을 보장하면서 기존의 분양가 산정 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한 상황인데요. 현실적으로는 아직까지 묘수가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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