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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오래 전 ‘이날’] 9월10일 J-POP, 한국 상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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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99년 9월10일 J-POP, 한국 상륙하다

경향신문

일본 가수 아무로 나미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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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일 관계는 꽁꽁 얼어붙었지만 음악과 영화, 애니메이션 등 일본 대중문화의 소비는 활발합니다. 한국의 대중가요와 드라마 등 콘텐츠 또한 일본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았지요. 그런데 한국이 일본 대중문화에 빗장을 연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20년 전 오늘은 일본 대중가요가 한국에 상륙한 첫 날입니다. ‘공식적’으로는요.

1999년 9월10일 경향신문 1면에는 ‘일본 대중가요 오늘 개방’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일본 대중가요가 국내에 처음 개방되고 영화개방도 대폭 확대된다.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일본 대중문화 2차 개방 방침’을 통해 10일부터 일본 대중가요를 2000석 이하 규모 실내공연장에서 허용하고 영화도 모든 연령층이 관람 가능한 내용이거나 공인된 국제영화제 수상작일 경우 모두 상영할 수 있도록 했다.”

아무로 나미에, 우타다 히카루, 엑스재팬 등 당시 일본의 메가톤급 가수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날 개방은 1998년 10월 실시된 1차 개방에 이은 것이었습니다. 1차 개방 당시 일본 만화와 4대 국제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아카데미) 수상 영화가 허용됐지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카케무샤>에 국내에 선을 보인 것도 이 덕분이었습니다.

일본 문화 개방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됐습니다. 1998년 4월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두려움 없이 임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해 5월 한일문화교류정책자문위원회가 꾸려졌고 10여 차례 논의를 거쳐 단계적 개방 방침을 마련하게 됩니다. 더 이상 억지로 막아봐야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사실 일본 문화는 이미 국내 곳곳에 스며들어있었습니다. 서울 청계천, 명동상가에 가면 어렵지 않게 일본 음반이나 비디오를 찾을 수 있었지요.

문은 차차 열렸습니다. 2차 개방 이듬해인 2000년 6월에는 12세 및 15세 관람가 등급 영화, 국제영화제 수상 극장용 애니메이션, 모든 규모의 대중가수 공연, PC 및 온라인 게임이 들어오게 됐습니다. 2003년 9월 영화와 음반, 게임 분야가 완전히 개방됐습니다.

경향신문

1999년 9월10일자 경향신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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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과 K-드라마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이야 ‘기우’였음이 확인됐지만, 당시만 해도 우려가 많았습니다. 토종 콘텐츠가 일본 대중문화에 밀릴 것이란 목소리가 많았지요. 이날 신문도 “정부의 2차 개방으로 한·일간 대중문화 전쟁이 시작됐다”며 “국내에서는 영화·가요·출판만화 등 각 분야에서 자극적이고 흥행성 높은 일본 문화상품과 우리 문화상품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대중가요 개방 이후 20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일본 방송을 종횡무진하는 한국 가수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 아이돌그룹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멤버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지요. 한국에는 일본음악 마니아층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열리지 않은 문’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바로 지상파 방송입니다. 방송사들은 ‘정서상의 문제’를 이유로 여전히 일본 노래를 틀지 않고 있습니다. 법적으론 이미 허용돼있지만 내부 규정을 통해 암묵적으로 지키고 있는 것인데요. 지난해 10월에는 KBS와 SBS가 아이돌그룹 아이즈원의 데뷔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인 ‘반해버리잖아’에 방송 불가 판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가사 전체가 일본어로 쓰여졌다는 점을 문제삼았습니다.

지상파 방송에서 일본어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일일까요? 전문가들은 어려운 문제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점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양국 간 문화적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인데요. 한·일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지 않는 한 관련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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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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