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밀착카메라] 태풍 링링이 앗아간 '대풍의 꿈'…농민들 한숨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앵커]

오늘(9일) 밀착카메라는 태풍 링링이 휩쓸고 간 과수농장을 다녀왔습니다. 소비자에게 가장 맛있는 농작물을 내놓기 위해서 오랜 시간 땀흘린 농민들인데, 단 이틀 만에 한숨만 남았습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연천군의 한 인삼밭입니다. 인삼은 햇빛이 없는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그늘막을 씌워 놓고 키워야 합니다. 이 반대편에는 태풍이 몰고온 강한 바람 때문에 그늘막이 모두 쓰러져버렸습니다. 제 뒤로는 그늘막을 다시 세우려는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출하를 얼마 남기지 않고 있었습니다.

강한 바람에 몇 년간 애지중지 길러온 인삼밭은 쑥대밭이 됐습니다.

속만 타들어 갑니다.

[이재국/인삼 재배 농민 : 어머님이 일흔일곱이신데, 여태까지 태풍으로 이렇게 큰바람 분 거는 처음이라고.]

말뚝은 부러지고 꺾였습니다.

정리해보지만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재국/인삼 재배 농민 : 보수를 해서 쓸 수도 있긴 한데 일이 너무 복잡해져가지고.]

인삼밭 안으로 들어와봤습니다. 쓰러진 그늘 막을 들춰보면 찢겨지고 꺾여버린 인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2년은 더 자라야 한다고 하는데 그대로 두면 모두 썩어버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늘막 안 넘어진 곳이 더 적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농민의 몫입니다.

[김정기/인삼 재배 농민 : (수확 언제 예정이셨나요?) 이거를 보통 지금 9월에서 10월 사이에 다 하는 거예요. 조금 있으면 수확철이기 때문에 일이 이것만 있는 게 아니거든. 갑자기 이렇게 날벼락이 떨어지니까.]

수확을 앞뒀던 포도는 터지고 으깨졌습니다.

비닐 하우스는 찢겨나가 숭숭 구멍이 뚫렸습니다.

태풍 볼라벤의 기억을 안고 있는 보령에서는 이번 태풍이 더 야속합니다.

[오석희/포도 재배 농민 : 오늘부터 작업하려고 했었어. 너덜너덜해가지고 이놈이 막 하늘에서 어제는 펄럭펄럭해가지고 지가 찢어져서 내려앉데?]

출하 직전의 포도나무들입니다. 비를 막기 위해 비닐에 덮어 씌워져 있어야 하는데 강한 바람에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나무는 이렇게 꺾여져 있는데요. 땅에는 포도알들이 잔뜩 떨어져 썩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포도 특성상 비를 맞으면 금세 갈라지고 터져서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고 합니다.

가족들이 찾아와 그나마 성한 거라도 챙겨보지만 일손은 모자랍니다.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오석희/포도 재배 농민 : 이것 좀 봐. 이렇게 다 썩잖아. 이제 비 맞으면. 아까워라. 아까워도 할 수 없지 뭐.]

으깨진 포도는 즙으로 만들 수 있지만 그마저도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근처 배 밭은 80% 넘게 떨어져 내렸습니다.

지난 주말 초속 40m가 넘는 바람이 불었던 배 밭입니다. 강풍이 불었던 이곳에는 밭 끝까지 배들이 죄다 떨어져 있습니다. 떨어진 봉지를 열어보면요. 멀쩡해보이지만 썩어가고 있습니다.

4000평 넘게 피해를 입었습니다.

매달려 있는 것보다 땅에서 뒹구는 것이 더 많습니다.

[김원규/배 재배 농민 : 제대로 못 커 이제. 그리고 이파리도 날렸고. 천재지변인 걸 어떡해. 할 수 없지.]

풍수해 보험이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농민들이 보상을 받을 길은 막막합니다.

사과 농사를 짓는 노부부는 올해 보험을 들지 못했습니다.

보험 신청 기한을 지났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김인순/사과 재배 농민 : 보험을 들라니까 날짜가 넘었다고 안 된다네. 보험 못 들었어요. 늙은이들이 하면 하다가 그냥 죽는 거야.]

올해는 빈 손으로 지내야합니다.

이런 농가들은 내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맛있어질 때를 위해 1년 365일을 기다리다가 단 이틀의 바람에 다 떨어졌습니다. 작은 금 하나로 1년의 땀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금이 간 이들의 마음은 언제 아물 수 있을까요.

(인턴기자 : 김승희)

연지환 기자 , 김정은

JTBC, JTBC Content Hub Co., Ltd.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JTBC Content 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