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약을 어떻게 조제했기에 이렇게 감기가 안 나아? 의사가 시원찮은 거야, 약사가 시원찮은 거야? 약이 가짜 아니야?
약사: 아이의 학교성적이 나쁜 것은 학교가 시원찮아서 그런 건가요, 선생님이 시원찮아서 그런 건가요? 책이 나빠서 그럴까요?
환자: 그야 그 아이가 머리가 나쁘거나 공부를 안 해서 그렇겠지.
약사: 같은 약 먹고 감기가 금방 낫는 사람도 있는데 안 낫는 사람은 왜 그럴까요?
환자: 뭐? 그럼 내가 시원찮아서 그렇다고?
약사: 아니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고요.
환자: 약을 그렇게 먹었는데 왜 이렇게 감기가 안 나가는 거여?
약사: 감기한테 잘해주니까 감기가 나가기 싫은가 보네요.
환자: 어제 밖에서 찬바람 좀 쐰 것밖에 없는데? 어! 그럼 그게 감기한테 잘해준 건가?
약사: 그러네요.
환자: 무슨 약이 먹을 때만 효과가 있고 약기운이 떨어지면 도루묵인가요?
약사: 약을 먹어도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게 문제지, 약을 먹었을 때 효과가 있다는 것은 병이 나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네요.
환자: 그래요? 그럼 약을 더 먹어봐야겠네요?
약사: 그렇지요.
흔히 감기에는 치료약이 없다고들 말한다. 수많은 감기의 원인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 약이 아직은 없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치료약이 없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그렇다면 시중에 있는 수많은 감기약과 의사가 처방해주는 감기약은 모두 뭘까?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
약국에서 사거나 처방받아 조제하는 수많은 감기약은 모두 감기를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기침, 콧물, 두통, 발열 등의 감기증상을 가라앉히는 대증요법제(對症療法劑)로 증상이 가라앉은 편안한 상태에서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 있게 하는 약이다.
감기는 몸의 면역력만 회복되면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병이다. 면역력이 회복되려면 몸에 필요한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돼야 하는데 감기증상이 심하면 밥맛도 떨어져 영양보충이 쉽지 않다. 이때 감기약의 도움으로 증상이 가라앉으면 밥맛이 회복돼 영양보충이 쉬워진다. 그러면 더 쉽게 감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이 감기에 걸렸을 때 약을 복용하는 이유다. 몸을 따듯하게 유지하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면 감기극복에 도움이 된다.
<헬스경향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plus102@kpc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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