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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건강칼럼] 우리가 감기약을 먹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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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매서운 한파로 온 국민이 곤욕을 치렀다. 매년 겨울이면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환자가 많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오는 환자 중에 감기환자의 비율이 높은데 그 중에는 감기가 잘 낫지 않는다며 약을 탓하는 환자도 많다.

환자: 약을 어떻게 조제했기에 이렇게 감기가 안 나아? 의사가 시원찮은 거야, 약사가 시원찮은 거야? 약이 가짜 아니야?
약사: 아이의 학교성적이 나쁜 것은 학교가 시원찮아서 그런 건가요, 선생님이 시원찮아서 그런 건가요? 책이 나빠서 그럴까요?
환자: 그야 그 아이가 머리가 나쁘거나 공부를 안 해서 그렇겠지.
약사: 같은 약 먹고 감기가 금방 낫는 사람도 있는데 안 낫는 사람은 왜 그럴까요?
환자: 뭐? 그럼 내가 시원찮아서 그렇다고?
약사: 아니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고요.

환자: 약을 그렇게 먹었는데 왜 이렇게 감기가 안 나가는 거여?
약사: 감기한테 잘해주니까 감기가 나가기 싫은가 보네요.
환자: 어제 밖에서 찬바람 좀 쐰 것밖에 없는데? 어! 그럼 그게 감기한테 잘해준 건가?
약사: 그러네요.

환자: 무슨 약이 먹을 때만 효과가 있고 약기운이 떨어지면 도루묵인가요?
약사: 약을 먹어도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게 문제지, 약을 먹었을 때 효과가 있다는 것은 병이 나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네요.
환자: 그래요? 그럼 약을 더 먹어봐야겠네요?
약사: 그렇지요.

흔히 감기에는 치료약이 없다고들 말한다. 수많은 감기의 원인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 약이 아직은 없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치료약이 없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그렇다면 시중에 있는 수많은 감기약과 의사가 처방해주는 감기약은 모두 뭘까?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감기는 약을 먹으면 일주일 만에 낫고 약을 안 먹으면 7일 만에 낫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 말은 약을 먹으나 안 먹으나 치료기간은 같다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일주일이나 7일이나 기간은 같지만 약을 먹으면 몸이 편한 상태로 그 기간을 보낼 수 있고 약을 먹지 않으면 그 기간 내내 몸이 불편한 상태로 지낸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약국에서 사거나 처방받아 조제하는 수많은 감기약은 모두 감기를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기침, 콧물, 두통, 발열 등의 감기증상을 가라앉히는 대증요법제(對症療法劑)로 증상이 가라앉은 편안한 상태에서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 있게 하는 약이다.

감기는 몸의 면역력만 회복되면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병이다. 면역력이 회복되려면 몸에 필요한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돼야 하는데 감기증상이 심하면 밥맛도 떨어져 영양보충이 쉽지 않다. 이때 감기약의 도움으로 증상이 가라앉으면 밥맛이 회복돼 영양보충이 쉬워진다. 그러면 더 쉽게 감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이 감기에 걸렸을 때 약을 복용하는 이유다. 몸을 따듯하게 유지하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면 감기극복에 도움이 된다.

<헬스경향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plus102@kpc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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