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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Tech & BIZ] 강의실 3곳서 동시 수업, 1만㎞ 밖에서도 마주보듯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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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학기 한양대학교의 '생활 속의 화학' 수업. 강의실 앞 검은 스크린에 김민경 화학과 교수가 등장했다. 언뜻 보면 김 교수가 실제로 강단에 서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실물 크기의 홀로그램(Hologram·3차원 입체 영상)이었다. 영상 속의 김 교수는 실제로는 학생들이 없는 스튜디오에서 홀로그램 카메라를 보며 수업을 진행했다. 촬영된 3차원 입체 영상은 각각 3곳의 강의실로 송출됐다. 김 교수는 스튜디오에 설치된 화면으로 3개 강의실의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로부터 질문받거나, 발표를 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이는 한양대가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텔레프레전스(Telepresence) 강의였다. 텔레프레전스는 원거리(Tele)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같은 공간에 존재(Presence)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VR(가상현실) 기술의 하나다.

한양대는 다음 학기부터 이 기술을 활용해 서울캠퍼스와 안산캠퍼스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수업을 개설할 예정이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홀로그램 기술이 우리 삶에서 실제로 유용하게 활용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5G 상용화로 날개 단 홀로그램 기술

홀로그램은 어떤 대상에 대해 얻을 수 있는 모든 시각 정보를 재현해 마치 실제와 같은 입체 영상을 보여주는 기술이다. 홀로그램이라는 말 자체가 고대 그리스어로 '모든 그림(the whole image)'이라는 뜻이다. 3세대 LTE보다 최대 20배 빠른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비로소 폭넓게 보급될 기회를 얻었다.

KT가 지난해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K-라이브'에서 선보인 가수 고(故) 유재하씨와 남성 그룹 '스윗소로우'의 협연 무대가 또 하나의 대표적 사례다.

KT는 당시 플로팅 홀로그램(Floating Hologram) 시스템을 이용해 유재하의 생전 모습을 무대 위에 홀로그램 영상으로 비추고, 그 옆에서 스윗소로우가 공연하도록 했다. 3차원 홀로그램 영상은 무대 상단에 설치된 프로젝터에서 나와 무대 앞바닥에 설치된 반사판을 통해 꺾여 무대로 향했고, 무대 위에 약 45도 기울기로 설치된 반투명 스크린인 '샤막'에 투영돼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은 영상으로 구현됐다.

조선비즈

/그래픽=김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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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올해 3월 서울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간 홀로그램 통신도 성사시켰다. 서울과 로스앤젤레스의 거리는 9500㎞에 달하지만, 원거리에 떨어져 있는 인물이 마치 서울의 스튜디오에 실제 와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KT 측은 "5G를 활용하면 이러한 원거리 영상 전송의 지연시간이 0.2초에 불과해 사실상 바로 앞에 있는 것과 같은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홀로그램을 활용해 가상공간과 실제 세상을 연결하는 혼합현실(MR)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스타트업 매직리프는 실내 체육관에 설치한 프로젝터를 통해 농구장 바닥에서 고래가 튀어나오는 듯한 홀로그램 영상을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예컨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가상공간의 조종간을 조작해 현실 세계에 있는 기계를 움직이거나, 영화 '킹스맨'처럼 홀로그램 가상공간에서 실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만나 회의를 할 수도 있게 된다.

◇홀로그램 AI 스피커·가상터치스크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홀로그램 기술이 2020년 이후엔 TV나 의료장비로 확대되고, 2030년엔 교육·군사·의료 등 여러 방면에서 '가상현실형 융합서비스'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빠르게 발전하는 AI(인공지능) 기술과 만나 다양한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과 원더풀플랫폼은 이달 중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한 AI 스피커 '옥토스'를 출시한다. 기존 AI 스피커와 달리 원통형 유리 안에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작은 인물이 표정과 몸짓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자동차업체 BMW는 홀로그램 기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BMW 홀로 액티브 터치 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이 시스템은 이용자가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가상의 터치 스크린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손끝으로 가상의 터치 스크린을 누르거나 밀고 당겨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BMW는 "물리적 접촉 없이 자동차의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최초의 기술"이라고 밝혔다. '홀로그램TV'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홀로그램은 공연·통신 등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주변의 다양한 분야와 접목 가능하다"면서 "특히 5G 기반 초고속 네트워크가 강점인 한국에서 홀로그램 응용 산업을 발전시키기 쉽다"고 했다.




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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