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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왕좌의 게임' 철 왕좌 닮은 심해달팽이, 인간 손에 멸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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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열광시킨 미국 TV 시리즈 '왕좌의 게임'에는 수많은 칼들이 꽂혀 있는 철 왕좌가 나왔다. 바다 수천m 아래에 철 왕좌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모양의 생물이 산다. 바로 심해(深海)에 사는 연체동물인 '비늘발달팽이(학명 Chrysomallon squamiferum)'이다. 지름과 높이가 각각 3㎝ 정도인 껍질 아래에 철 왕좌처럼 진짜 쇳조각이 켜켜이 박힌 발이 나와 있다. 비늘이 온몸을 덮은 모양 때문에 '바다 천산갑'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달팽이는 철 비늘로 경쟁자나 천적을 물리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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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늘발달팽이. 비늘로 덮여 있다고 ‘바다 천산갑’이라고도 부른다. 발 부분에 붙어 있는 철 비늘로 천적이나 경쟁자를 물리친다. /일본 해양과학기술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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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에서 철 왕좌는 용이 내뿜은 화염(火焰)에 녹아내렸다. 심해 달팽이의 철 비늘은 하늘을 나는 용도, 바다 괴물도 아닌 바로 인간의 손에 녹아 내릴 위기에 처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달 18일 "비늘발달팽이가 심해 광물 채굴로 인해 멸종 위기에 내몰린 최초의 동물"이라고 발표했다.

비늘발달팽이는 인도양의 수심 2900m에 있는 열수(熱水) 분출공 지대에 산다. 이곳에서는 섭씨 400도의 뜨거운 물이 분출된다. 달팽이가 위험해진 것은 열수 분출공 주변에 경제적 가치가 큰 구리와 철·납·아연·금·은 등의 광물이 황과 결합된 상태로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해저 산맥의 깨어진 틈 사이로 들어가 엄청난 온도의 마그마를 만나면 주변의 광물을 녹인다. 이 물이 다시 높이 30m의 굴뚝 모양 분출공으로 나와 식으면 광물이 주변에 침전돼 채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일본 해양과학기술기구의 총 첸 박사와 아일랜드 벨파스트 퀸즈대의 줄리아 시그와트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에 2003년 처음 발견된 비늘발달팽이가 인도양의 열수 분출공 일대 미식축구장 두 개 크기의 서식지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인도양에서 세 곳의 비늘발달팽이 서식지가 발견됐다. 이 중 두 곳에서 심해 광물 채굴이 공식 허가를 받았다. 광물을 채굴하느라 바다 밑바닥을 헤집으면 비늘발달팽이가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이 달팽이를 보호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심해 광물은 다양한 곳에서 발견된다. 바닷속 4000m의 해저 평원에는 감자 크기의 금속 단괴(團塊)들이 깔려 있다. 단괴에는 구리와 니켈, 망간이 많다. 산처럼 솟은 해산(海山)은 코발트가 풍부한 지각으로 덮여 있다. 심해의 온천인 열수 분출구 주변에는 황화구리와 황화철이 풍부하다. 이들과 함께 육지나 얕은 바다에서 보기 힘든 신기한 생물들도 많이 산다. 유엔은 심해저를 '인류 공통의 유산'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류는 살아있는 유산은 모른 체하고 있다. 심해의 철 왕좌를 지킬 기사는 이디 있을까.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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