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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中, '덩사오핑' 언급하며 홍콩 최대압박…병력투입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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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자들이 23일 도로변에서 띠를 형성하며 휴대폰 불빛을 비추고 있다. 홍콩 AFP=연합뉴스


중국이 또다시 “홍콩 동란 시 중앙 정부가 관여해야 한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언급을 거론하면서 홍콩에 대한 최대 압박에 나섰다. 지난 18일 평화시위 이후 10여일 만에 경찰이 시위대를 겨냥해 경고 사격을 할 정도로 ‘폭력 사태’가 악화하자 중국 중앙정부 개입 명분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홍콩 시위대는 홍콩 정부를 상대로 5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다음 달 13일을 시한으로 못박고, 오는 31일 또다시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고 나섰다.

관영 신화통신은 26일 시평을 통해 덩샤오핑이 생전 “홍콩에서 동란이 일어나면 중앙정부가 관여해야 한다”는 언급을 인용하고, “홍콩 특별행정구 기본법과 주군법에 관련 규정이 있으며 홍콩에 대한 개입은 중앙정부 권력일 뿐만 아니라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특히 “홍콩에서 최근 발생한 동란으로 ‘광복 홍콩’, ‘시대 혁명’,‘홍콩 독립’ 등 구호가 나오고 있다”며 이는 홍콩 질서를 무너뜨리는 색깔 혁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홍콩 문제에 대한 덩샤오핑의 중요 발언을 되새겨 중국 헌법과 홍콩 기본법에 기초한 홍콩의 헌법과 제도, 질서를 확고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날 시위 진압 중 실탄 경고 사격을 한 경찰관에 대한 적극적인 옹호에 나섰다. 이날 새벽 홍콩 경찰은 성명을 통해 “시위대에 의한 생명의 위협 속에서 경찰관이 경고 사격을 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또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시위대는 미국 비정부기구(NGO)인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NED)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이들이 폭도와 연합해 홍콩 경찰을 모함하고, 세계 여론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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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라 불리는 선전시 렌화산(蓮花山) 공원에 세워져 있는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의 동상. 연합뉴스


지난 18일 평화시위 이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중국 정부 직접 개입 가능성이 재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신화 통신이 이날 시평에서 “일국양제의 창시자 덩샤오핑이 언급한 대화와 통찰력, 예견성은 지금도 매우 중요한 현실적 의미를 지지고 있다”고 강조한 것에서도 중국 중앙 정부의 개입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매체는 사실상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기 껄끄러운 사안에 대해 정부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미 홍콩 10분 거리의 광둥성 선전에 수만 명의 무장경찰을 집결시키고 수차례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 시위대도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홍콩 대학생들은 다음 달 13일까지 홍콩 정부가 5가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행동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학생들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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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밤 홍콩 정부청사 앞에서 민간인권전선 주도로 열린 송환법 반대, 경찰 강경 진압 규탄 집회에 참가한 한 학생이 '광복향항(光復香港)! 시대혁명(時代革命)!'이란 문구가 적힌 안전모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홍콩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전선이 오는 31일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은 2014년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31일 행진은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지만 경찰은 아직 집회 허가를 하지는 않았다. 31일 집회를 분수령으로 홍콩 사태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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