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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TF현장] 서울대 '조국 STOP 촛불집회' 학우·동문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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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가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모교인 서울대에서는 재학생과 졸업생 500여 명이 모여 조국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서울대=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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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때 외쳤던 것처럼 '이게 나라냐' 하지 않게 해달라"

[더팩트|서울대=문혜현 기자] "서울대 학생들이 일어난 것은 서울대의 보수화, 우경화 탓이 아니다. 우리가 비싼 값을 치른 민주주의 역사가 있고, 진보와 보수의 이념이 아닌 지성과 이상이 우리 무기임을 알기 때문이다. 밤낮 없이 연구와 논문 작성에 전념하는 대학원생의 분노는 당연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가야 할 장학금이 조국 교수의 딸에게 수천만 원 들어간 것을 보고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의 허탈감은 당연하다."

서울대 재학생의 격앙된 호소가 이어졌다. 최근 연이어 불거진 딸 입시부정 의혹과 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 등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청년 세대의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 후보자가 교수로 있는 서울대학교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촛불을 들고 조 후보자 딸 입시 과정의 공정성을 문제 삼고 후보자 사퇴와 조 후보자 딸이 받은 장학금 반환을 촉구했다.

23일 저녁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인근 아크로 광장에선 '조국 교수 STOP! 서울대人 촛불집회' 주최로 열린 집회가 개최됐다. 이날 오후 8시 30분에 예정됐던 집회엔 대학 학부생부터 대학원생, 졸업자까지 다양한 인파가 몰려들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많았으며, 언론 인터뷰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이들은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집회 공지를 보고 왔다고 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던 대학원 재학생 A씨는 "조국 교수 논란 때문에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바람직하단 생각이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중년을 훌쩍 넘긴 연령의 졸업생들도 눈에 띄었다. 자신을 1971년도 졸업생이라고 소개한 B씨는 "조국 교수가 비록 좌파지만 깨끗하다고 했었다. 하지만 저렇게 많은 비리가 생겼고, 더구나 내 자식만은 교육과 입시에 그런 모습을 보인 것들이 있었다"며 "조 교수는 서울대에 다시는 돌아와선 안 되고, 물론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집회 현장엔 서울대와 관계 없이 발언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온 사람들도 있었다. 학부모 입장으로 왔다는 C씨는 "억울해서 왔다"며 참여 계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 유모차를 끌고 온 부모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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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 참석한 서울대 학생들은 평소 폴리페서를 비판하고, 교육 불평등을 문제 삼았던 조 후보자의 태도에 반하는 입시 부정 논란에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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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됐고, 주최측 추산 500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이날 주최자 발언에 나선 홍진우(화학생물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1년차) 씨는 "대학원생으로 연구실에 온 지 만 1년이다. 그 시간 동안 조국 교수 딸은 논문을 24편 썼다. 저는 지금까지 논문 1편, 한 글자도 못 썼다. 2주 만에, 고등학생이, 제1저자로 병리학 논문 작성이 가능한가"라고 비판했다.

넉넉지 않은 사정으로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과외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는 홍 씨는 "부끄럽지 않나. 지금 사퇴하란 목소리를 힘차게 외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생각이 들었다"며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조국 교수가 말로만 외치던 공정과 정의를 직접 실현하고자 모인 거다. 우리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나라를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조발언에 나선 서울대 재학생 김다민(조선해양공학과 16)도 "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며 "모두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조 교수 본인이 직접 개입하지 않은 걸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폴리페서 논란 등에 "본인은 선출직이 아니라서 괜찮다는 말에 우리는 실망할 수박에 없었다. 딸과 관련한 논란에도 지금은 불법이지만 당시엔 불법이 아니었단 말에 우리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이제 조 교수가 우리의 분노와 실망에 답할 차례다. 검찰개혁을 위한 상징을 조국 교수로 내세운 것이라면 그 상징이 도덕성과 윤리성에 흠결이 드러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그토록 정의와 공정을 말하던 공직자가 자식 교육 앞에서는 결국 이정도 밖에 안 되는가라는 국민의 참담함과 배신감에 있는 그대로에 공감하고 공직 후보자 자리에서 내려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장엔 '법무 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고교 자녀 논문 특혜 지금 당장 사퇴하라', '납득 불가 장학 수혜, 지금 당장 반환하라'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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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를 졸업한 동문들도 이날 다수 참석했다. 변호사, 의사 등으로 일하고 있는 이들은 "이런 모습을 보려고 촛불을 들었나"라며 "다시 그때처럼 '이게 나라냐'고 외치지 않게 해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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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자 이외에도 발언에 나선 서울대 동문들은 지난 2016년 촛불집회를 떠올리기도 했다. 현직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조준현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촛불집회 때는 의혹이 확인되지 않아 과연 이렇게 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했지만 불공정은 사라지고 정의로운 사회가 올 거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조국 교수와 관련한 의혹이 나오면서 제가 존경했던 분이 기성세대와 같다는 걸 알고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로스쿨 조교수로도 재직 중인 그는 "5년 짜리 초짜 교수지만 제1저자 등재가 얼마나 힘든 건지 안다. 논문 스펙으로 합격하고 의전원에 들어갔다는 의혹을 보면서 미래가 불안해도 공부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떠올랐다. 이런 모습을 보려고 지난 겨울 우리가, 그 많은 사람이 촛불을 들었나 눈물도 흘렸다"며 "더 이상 평범한 시민들이 그때 외쳤던 것처럼 '이게 나라냐' 외치면서 피눈물 흘리지 않도록 가장 중요한 약속을 지켜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자들은 주로 연구에 직접 나서고 있는 학생들의 박탈감을 토로했다. 의과대학에 재학중인 정기영 씨는 "제가 꿈꾸고 동경하고 노력하는 사람의 유형은 과학자다. 그런 사람들의 정리가 과학 논문이며, 저자의 인종과 학력, 경중에 상관 없이 인류의 발자취란 게 제가 내린 논문의 정의였다"며 "하지만 그 사건(조 후보자 딸 논문 의혹)은 저를 비웃는 사건이었다. 자괴감과 상대적 박탈감 분노와 실망감이 들었다"고 털어 놨다.

이날 집회는 약 1시간 반 정도 진행된 뒤에 정리됐다. 집회 끝자락 무렵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구호 등을 외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즉시 주최 측은 "다른 구호를 외치는 사람은 이자리에서 나가 달라"며 정치적인 움직임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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