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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실은 러시아 배 출항… 환경단체 “떠다니는 체르노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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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의 세계 최초 해상 부유식 원전 '아카데믹 로모노소프'가 항구도시 무르만스크에 정박해있다. 파이낸셜타임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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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해상 부유식 원자력발전소 ‘아카데믹 로모노소프’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지역 추코트카로 출항, 본격적인 가동에 나선다. 러시아는 이 기술의 해외 수출도 추진하고 있지만 환경단체들은 “떠다니는 체르노빌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KLT40 원자로 2기를 장착한 아카데믹 로모노소프가 3척의 예인선에 끌려 항구도시 무르만스크를 떠나 5,000㎞의 항해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회사 로사톰은 원전을 지을 수 없는 오지에 전기와 난방을 공급하기 위해 바다에 떠다니는 이동식 원전을 고안했다. 이번에 출항하는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는 시베리아 추코트카 페베크에 도착해 광물 채굴현장과 가정에서 사용할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KLT40 원자로는 저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시간당 70㎿의 전력을 생산한다. 약 10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FT는 로사톰이 이번 가동을 향후 개발도상국 수출을 위한 일종의 시험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로사톰 측은 “이미 수단과 아르헨티나 등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잠재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서 “다만 해상 원전 기술에 대한 검증을 완전히 마친 뒤 최종적인 비용과 해외 계약 여부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카데믹 로모노소프의 출항은 핵 에너지 분야의 새 기원을 여는 기념비적 사건으로 평가되지만 환경과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특히 최근 무르만스크 인근 군사기지에서 핵미사일 실험 중 폭발 사고가 발생, 인근 지역의 방사능 수치가 치솟아 러시아의 안전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러시아 지부의 콘스탄틴 포민은 “해상 부유식 원전은 해적들의 습격이나 자연재해 등 외부 위협에 훨씬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지난 2017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발틱조선소에서 아카데믹 로모노소프가 건조되고 있을 때도 “떠다니는 체르노빌에 반대한다”며 시위를 벌였었다.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러시아의 민간 에너지안보연구소 소장인 안톤 클로프코프는 “해상 원전의 건설 비용은 육지 원전보다 적게 들겠지만 전력량 당 단위비용은 더 높을 것”이라며 “오지 공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연 경제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로사톰은 안전과 경제성 모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건설 책임자인 드미트리 알렉센코는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는 원전이면서 동시에 선박이기도 하다”며 “두 가지 안전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또 자연재난에 해상 원전이 침몰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원전을 지키는 러시아군이 비상상황에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성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일축했다. 알렉센코는 “해상 원전은 애초부터 아무것도 지을 수 없고, 경제적 사업성이 없는 지역을 위해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전략적 프로젝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