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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가지 다른 국수 맛으로 가을을 맞이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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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장태동 여행작가의 서울에서 먹는 팔도 국수 이야기

장 넣고 끓인 강원도 장칼국수

설탕 솔솔 뿌린 전라도 팥칼국수

민물고기 푹 곤 충청도 생선국수

김치국물 칼칼한 함경도 김치말이

팔도 사람 모여 사는 서울에는

국수 또한 팔도에서 다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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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마다 유명한 국수가 있다. 강원도 장칼국수, 전라도 팥칼국수, 제주도 고기국수, 경상도 밀면, 충청도 생선국수(어죽), 북한 평안도 김치말이국수, 그리고 나라 전체가 어려웠던 1950~60년대 서울 명동에서 문을 열고 국수를 말기 시작했던 서울의 국수들….

오래전부터 각 지방 가정에서 끓여 먹고 말아 먹던 국수를 식당에서 팔기 시작했고, 팔도 사람 다 모여 사는 서울에서도 지역색 짙은 지방의 국수들을 맛볼 수 있게 됐다. 서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팔도 국수를 맛봤다.

# 강원도 장칼국수

장칼국수는 강원도가 유명하다. 2000년대 초반 강원도 정선에서 장칼국수를 처음 먹어봤다. 태백에서는 된장찌개에 소면을 넣고 끓인, 이른바 된장국수를 맛봤다. 그리고 묵호에서 고추장을 넣고 끓인 고추장 장칼국수를 만났다. 고추장 장칼국수는 묵호, 강릉, 양양, 속초 등 강원도 동해안을 따라 골고루 퍼져 있었다.

장칼국수 맛은 장맛에 따라 다르다. 서울에도 장칼국수를 파는 집이 몇 곳 있다. 그중 송파구 석촌동 ‘장칼집’을 다녀왔다. 일요일 오전 10시45분 식당 앞에 5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11시에 문을 연단다. 1단계 아주 매운맛부터 3단계 덜 매운맛까지 매운 정도를 네 단계로 나누었다.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기본 국물 맛을 내고 매운 정도는 고춧가루로 조절한단다.

면이 넓적하고 부드럽다. 1.5단계 ‘사이 매운맛’을 시켰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운맛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맵다. 묵직하지 않고 맑고 칼칼한 매운맛이다. 장칼국수 국물에 만두를 으깨서 먹어보라는 안내글이 보인다. 국물과 조금 남은 면, 으깬 만두가 조화를 이루어 색다른 맛을 낸다.

#전라도 팥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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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칼국수는 전라도 음식이다. 서울의 한 국숫집 사장님이 팥칼국수를 찾는 단골 중 70%가 전라도 사람이라고 한다. 옛날 고향에서 끓여 먹던 그 맛을 찾아오는 것이다. 전라도에서는 팥칼국수에 설탕을 타 먹는다. 또 다른 식당 주인아줌마도 같은 말을 한다. 전남 영암이 고향인데, 옛날에 엄마가 끓여주시던 그 맛이 생각나 팥칼국수를 종종 끓여 먹다가 몇 년 전에 아예 식당을 냈단다.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영암팥칼국수’다.

팥국물을 낼 때 소금을 조금 넣어 밑간을 한다. 소금은 팥이 가지고 있는 고소한 맛을 살려준단다. 팥칼국수에 설탕을 타는 이유는 단지 단맛을 내려는 것만은 아니다. 설탕은 팥이 가지고 있는 씁쓰름한 맛을 없앤다고 한다. 이 집 겉절이가 팥칼국수와 잘 어울린다.

# 제주도 고기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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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제주 동문시장에서 처음 맛본 고기국수는 국수의 새 장을 열게 했다. 사골 국물에 중면을 말고 그 위에 돼지고기 수육을 얹은 모양이 낯설었다. 맑고 구수한 사골 육수의 맛이 입안에 퍼진다. 중면의 굵직한 식감을 느꼈다. 수육과 면을 함께 먹었다. 소면보다는 중면이 사골 육수와 수육 조합에 더 잘 어울린다. 그날 이후 제주도에 갈 때마다 동문시장 고기국숫집을 찾았다.

서울에도 고기국수를 파는 식당이 좀 있다. 그중 영등포구 당산동3가에 있는 ‘구석집’을 찾았다. 문 연 지 4개월 됐단다. 젊은 사장이 제주도 고기국수에 푹 빠져 고기국숫집을 냈다. 제주도 고기국수의 맛을 내기 위해 제주도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무겁지 않고 구수한 사골 국물 맛, 중면, 돼지고기 수육 맛이 조화를 이룬다. 다진 마늘을 넣으면 감칠맛이 깊어진다. 고기비빔국수도 있다. 면은 충남 예산 국수를 쓴다. 손수 담근 깍두기가 맛있다.

# 경상도 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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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면은 특유의 육수와 양념장, 식초와 겨자 등 각자 강한 맛을 지닌 것들이 만나 서로 엉기면서 강한 맛은 누그러지고 조화를 이루는 국수다. 국물에 겨자와 식초를 타 먹는 것을 보면 냉면인데, 면은 밀가루 국수다. 이런 정체불명의 국수를 처음 맛본 곳은 부산 서면의 한 식당이었다. 밀면은 육수 맛이 반 이상이다. 육수를 내는 방법과 재료에 따라 밀면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영등포구 당산동5가에서 4년째 밀면을 만드는 ‘3대서가 밀면’에 다녀왔다. 1973년 경남 김해에서 밀면을 팔기 시작해 3대를 잇는 집이란다. 무·양파·배·대파·마늘·감초·당귀 등 여러 채소와 한약재로 국물을 만든다. 치자를 넣어 면을 직접 만든다. ‘물 같은 비빔밀면’이라는 메뉴도 있다. 국물이 자작한 비빔밀면이다. 살얼음 낀 물밀면 육수는 새콤한 맛이 도드라진다. 마포구 망원동에는 부산 국제시장에서 밀면집을 하는 친척의 도움으로 밀면의 맛을 낸다는 ‘밀면집’이 있다.

# 두 가지 서울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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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중구 명동에서 작은 국숫집으로 시작한 ‘명동할머니국수’, 1966년에 문을 연 ‘명동교자’(옛 ‘명동칼국수’), 서울의 중심 명동에서 50~60여 년 역사를 잇는 국수라면 ‘서울의 국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명동할머니국수’ 차림표에 할머니국수와 두부국수가 눈에 띈다. 할머니국수는 멸치 향 옅은 멸칫국물 국수다. 두부국수는 두부를 고명으로 얹은 국수다. 국수와 두부의 만남이 낯설지만 잘 어울린다.

1958년부터 말아내던 국수, 한국전쟁 이후 폐허의 서울을 다시 일으켜 세우던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던 음식이었다. 1966년에 문을 연 명동교자의 칼국수는 국물 맛이 일품이다. 중국식 만두인 완탕 네 개가 국수에 올라가는 것도 특징이다. 양념이 진한 김치가 국수와 잘 어울린다.

# 충청도 생선국수(어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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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국수(어죽)는 충북 옥천군·영동군과 충남 금산·예산·아산, 경남 산청 등이 유명하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민물고기매운탕에 삶아 먹는 국수를 털레기국수라고 한다. 생선국수(어죽)는 민물고기를 푹 고아 살을 으깨서 만든다. 국수, 수제비, 밥 등을 넣고 끓인다.

강남구 역삼동 빌딩 숲에 있는 ‘예당어죽’의 어죽은 붕어를 주재료로 하며 민물새우도 넣는다. 영등포구 문래동2가 ‘서여사네’는 직접 만든 면으로 어죽칼국수를 끓인다. 소면을 원하면 소면을 넣고 끓여준다. 꺽지·피라미·모래무지·메기 등으로 어죽칼국수를 만든다고 한다. 1인분은 조리가 다 된 상태에서 대접에 담겨 나온다. 2인분부터는 냄비에 담겨 나온 어죽칼국수를 식탁에서 조금 더 끓여 먹는다.

# 북한 평안도 김치말이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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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무교동 빌딩 숲에 둥지처럼 남아 있는 한옥 한 채, 김치말이국수를 파는 ‘이북만두’다. 그 집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주인아주머니가 1989년에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만두를 팔았는데, 여름 음식을 고민하다가 고향인 평안도에서 해먹던 김치말이밥을 하기로 했다. 거기에 밥 대신 국수를 삶아 넣은 게 김치말이국수다. 배추김치와 사골 국물로 국물 맛을 낸다. 배추김치 국물이 들어가 칼칼하다. 얼음 둥둥 띄운 국물이 먹는 내내 시원하다. 치자를 넣어 만들어서 면이 노랗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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