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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과학을읽다]해저케이블, 심해는 그냥 가라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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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KT 서브마린이 보유하고 있는 케이블 부설선 '리스폰더호'. [사진=KT 서브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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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이베이나 아마존을 통해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구매할 수 있고, 카톡으로 해외로 여행을 떠난 친구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이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10시간 이상 날아가야 하는 저 바다 건너 먼 곳까지 인터넷이 연결될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장거리 무선통신일까요? 아니면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 그것도 아니면 바다 주요 거점에 기지국을 세워 와이파이처럼 무선으로 연결해주는 것일까요? 모두 아닙니다. 바다 아래에 깔린 '해저케이블(Submarine Cable)'이 세계와 개인을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전세계 인터넷과 모바일 트래픽의 1% 정도만이 인공위성을 통해 이뤄지고, 나머지 99% 이상은 해저케이블로 전송된다고 합니다. 1998년까지는 인공위성 트래픽이 27%, 나머지 73%를 해저케이블이 차지했지만 인공위성으로 국제방송을 중계할 때 위성상태가 고르지 못해 화면이 정지하거나 끊기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다시 해저케이블을 선택한 것입니다.


해저케이블은 위성 통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안정적입니다. 위성통신은 대기와 기후, 태양의 간섭이나 비의 영향을 받아 신호가 끊기거나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처럼 대규모 트래픽이 오가는 상황도 위성이 감당하기에는 벅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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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해저케이블망. [사진=KT 서브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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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거리는 수천㎞가 넘고, 깊이도 수㎞에 달하는 깊고 넓은 바다 아래에 위치한 해저케이블은 어떻게 설치한 것일까요? 실제 해저케이블을 배에 싣고 이동하면서 설치하는 작업은 매우 어렵고 힘듭니다. 설치 장소도 지진대나 화산대가 아닌 곳을 잘 찾아야 합니다. 해저케이블의 수명이 달라질 수 있고, 결함이 발생했을 때의 수리 비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케이블을 매설할 위치가 정해지면 해저탐사가 시작되고, 주변의 청소작업을 거쳐 케이블을 바닥에 묻습니다. 수심이 얕은 곳은 잠수부와 케이블매설기가 설치를 돕고, 수심 30m 이상이거나 심해는 원격조종차량(ROV)과 수중로봇 등을 이용해 매설합니다.


케이블 설치는 보통 먼 바다에 있는 케이블 부설선에서 해안을 향하면서 작업합니다. 보통 국가간 영역을 나눠 부설과 유지보수 작업을 맡게 됩니다. 주요 지점에 연결해야 할 케이블을 '부표(Buoy)'를 이용해 띄워두면 부설선 위로 끌어올려 연결한 뒤 가라앉히면서 해안을 향해 작업을 해나갑니다.


수심 200m 정도까지는 매설기로 바닥을 파서 매설하고, 수심 1000m가 넘는 깊은 바다는 어선이나 어망이 해저케이블에 접촉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바다 밑에 파묻지 않고 저절로 가라앉게 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그냥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수중로봇으로 50㎝ 정도 홈을 낸 뒤 가라앉히는데, 해류에 케이블이 움직여 파놓은 홈에 안착하도록 유도합니다. 케이블의 정확한 안착을 위해 부표로 케이블을 띄워놓고, 홈파는 작업이 완료되면 부표와 연결된 줄을 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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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서브마린 '세계호'가 보유하고 있는 해저케이블 매설기. [사진=KT 서브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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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전세계의 바다 밑에 깔아놓은 해저케이블은 모두 130만㎞나 됩니다. 깔놓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겠지요? 유지·보수도 해야 합니다. 헤저케이블도 손상되기 때문입니다. 해저케이블의 손상이나 고장은 약 70%가 수심 200m 이내에서 선박이나 어업(낚시)에 의해 발생합니다. 10~15% 정도는 수심 1000m 이상의 심해에서 발생하는 지진이나 수중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가 원인이고, 가끔 상어가 공격하는 등 바다 생물에 의한 훼손도 일어난다고 합니다.


지난 2006년 대만지진 때는 대만-홍콩을 연결하는 심해 4000m 깊이의 해저케이블 8개선 가운데 7개선이 끊어졌고, 한국-대만의 해저케이블 2개선 가운데 1개선이 끊어져 일부 통신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큰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이후 KT서브마린이 미국, 일본, 중국 등 3개국 사업자와 함께 복구 작업을 벌였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한일 해저케이블 일부가 손상되면서 구글이나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와의 연결이 지연되거나 연결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1983년에는 대서양 횡단 해저케이블이 상어의 공격을 받아 일부 훼손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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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케이블 설치 작업중인 모습. [사진=LS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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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나 보수는 지상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해저케이블이 끊어지면 지상에서 전파를 이용해 끊어진 위치를 먼저 찾아내고, 수리선이 출동합니다. 손상 부위의 한 쪽을 먼저 고쳐 부표를 달아 바닷에 띄워두고, 손상된 다른 한 쪽을 바닷속에서 끄집어내 수리한 뒤 배 위에서 양 쪽을 연결한 뒤 다시 가라앉힙니다.


최근에는 '해저케이블보호원'이라는 직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저케이블보호원은 감시레이더로 해저케이블 루트를 점검하면서 해저케이블에 접근하는 조업선박을 감시하고, 해저케이블 유지·보수선에 승선해 케이블의 보수 작업도 관리합니다.


요즘은 인터넷 속도가 조금만 느려도 짜증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수많은 위험을 극복하면서 수천㎞ 아래 바닷 속에 해저케이블을 설치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인터넷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속도가 조금 느려져도 차분하게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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