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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추정 원칙 뒤로 김장수·김관진 숨겨준 ‘세월호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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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 ‘세월호 보고 조작’ 판결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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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국가안보실 책임 여부 결정 짓는 ‘마지막 생존시점 이전 보고 여부’ 때문에

최초 보고 통화시간 앞당기려 한 의도 있었지만 재판부 “불과 7분 앞당겨, 허위 동기 없다”

김장수 국가안보실, 타임테이블 ‘보고 시점’ 등 계속 수정…‘공모’ 합리적 의심에도 무죄 선고

김관진도 ‘국가위기관리지침’ 개정 절차 어기고 수정했지만 “고의 인정 못한다” 무죄


‘세월호 보고 조작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권희 부장판사)는 세월호 참사 당일 상황보고서 1보가 오전 10시19~20분쯤 대통령 관저에 도착했고, 대통령의 구조지시도 10시22분쯤 처음 내려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김장수(당시 국가안보실장)가 당일 10시에 최초로 서면보고하고, 10시15분쯤 박근혜(당시 대통령)와 통화한 후 대통령의 구조지시를 받았다는 게 거짓이라고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세월호 탑승객의 마지막 생존 시점이 10시17분쯤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청와대가 이 시점을 의미 있는 시각으로 인지한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마지막 생존 시점 7분이 지난 뒤 대통령 구조지시가 나온 점을 인정하고도 김장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장수의 유무죄를 가른 기준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최초 통화 시각을 허위로 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이다. 둘째는 국가안보실 직원과 공모했는지 여부다. 공모가 중요한 이유는 김장수가 2014년 5월23일 국가안보실장에서 물러난 이후에 ‘VIP 관련 주요 쟁점사항 및 답변기조’의 허위공문서가 최종 작성됐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허위공문서 작성행위에 해당하려면 퇴임 전 또는 퇴임 후에 공무원과 공모행위가 있어야 한다.

■ 김장수, 유무죄 가른 두 기준

국가안보실은 김장수와 박근혜 사이 첫 통화 시간이 10시15분쯤이라는 취지의 대응자료를 만들었다. 검사는 국회 일정 등에 대비하려고 만든 필수 자료라고 봤다. 검사는 국가안보실이 언론과 국회 등에서 신속하게 사고 대응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의도를 갖고 최초 통화 시간을 앞당기려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장수가 업무용 휴대폰을 직접 확인한 뒤 그 시간을 알려줬고, 신인호(당시 위기관리센터장)에게 알려준 3건의 발신내역이 일치하며, 구조지시 시간을 불과 7분 앞당긴 10시15분으로 허위로 만들어낼 동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마지막 생존 시점과 박근혜의 구조지시 시각은 불가분 관계에 있다. 김장수가 국가안보실 직원에게 알려준 보고 시각의 일치 여부만을 가지고 의도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 보고 시각에 박근혜가 인명 구조지시를 실제로 했는지 여부까지 고려해야 한다. 재판부는 김장수가 주장하는 박근혜와의 통화 시간에 박근혜의 인명 구조지시가 실제로 없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신인호, 국가안보실 직원 백○웅 및 김○영은 10시15분쯤이 아니라 10시22분쯤 처음으로 구조지시가 내려졌다고 증언한다.

10시15분과 10시22분은 약 7분 차이에 불과하다. 생사의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7분은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세월호 탑승객의 마지막 생존 시점 이전에 박근혜가 구조지시를 내렸는지 여부는 국가안보실과 청와대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데 결정적인 요소다. 이런 점에서 김장수가 자신과 박근혜의 책임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생존 시점 이전에 최초 서면보고가 이뤄졌고, 대통령의 구조지시가 내려졌다는 사실을 기재하도록 지시한 데 충분한 동기가 있다고 봐야 한다. 박근혜와 통화했다는 ‘10시15분쯤’은 김장수가 마지막 생존 시점(10시17분) 이전 재난 상황 보고와 박근혜의 구조지시가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을 보여준다. ‘10시15분쯤’으로 최초 통화 시각을 말한 것은 허위 의도를 가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10시15분쯤 대통령 구조지시 통화내역이 수신인지, 발신인지가 중요하다. 통화내역이 수신인 경우에는 김장수가 박근혜의 구조지시 전화를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재판부는 김장수가 발신한 통화내역 3건(11시23분, 13시13분, 14시50분)만 기록이 있고, 10시15분 통화는 주장만 있는데도, 10시15분쯤 김장수가 박근혜에게서 통화를 수신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10시15분쯤 통화내역은 김장수와 박근혜 사이에 이루어진 통화가 아니라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다. 상황보고서 1보를 전달하라고 지시된 시점이 10시12~13분쯤이다. 김장수는 박근혜와 통화를 시도했다가 이뤄지지 않자 안봉근(당시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과 통화해 대통령께 보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안봉근은 승용차를 타고 관저로 가 침실 밖으로 나온 박근혜에게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급히 통화를 원합니다”라고 보고했다. 이 시점이 10시19~20분쯤이다. 박근혜가 김장수와 통화했다는 시각은 10시22분쯤이다. 이러한 사실은 재판부가 검찰이 제출한 증거 및 증언을 기초로 확정한 사실이다. 따라서 10시15분쯤 통화내역을 김장수가 수신한 것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적용한 재판부의 판단은 합리적이지 않다. 재판부는 이 판단을 하며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했다.

공모의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국가안보실은 자체적으로 국가위기관리센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2대에 녹화된 내용을 확인해 최초 서면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구조지시 시점에 관한 타임테이블을 작성했다. 김장수가 퇴임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타임테이블 작성은 국회와 언론의 의혹제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김장수와 국가안보실 직원 사이에 이루어진 공모 단서다. 이때도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구조지시와 관련한 대통령과의 통화 시간을 기준으로 타임테이블을 작성했던 것이다. 박근혜와의 통화 시간도 김장수가 알려준 것이었다. 2014년 5월15일 국정조사가 합의된 상황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최초 서면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구조지시 시점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김기춘(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5월15일 국회 운영위가 개최될 것에 대비해 청와대의 사고 첫 접수, 내용 전파, 초동조치 등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지시했다. 이러한 사실을 국가안보실도 알고 있었다. 김장수는 5월22일에야 퇴임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고 당일 상황보고서 1보가 10시19~20분쯤 대통령 관저에 도착한 것과도 다르게 정리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박근혜의 구조지시도 실제로는 10시22분쯤 처음 나왔는데 10시15분쯤 한 것으로 정리되고 있었다. 이것이 국회 및 언론의 비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든, 국회 운영위 또는 국정조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든 모두가 허위의 내용을 공모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초 서면보고 시점과 박근혜의 구조지시 시점이 계속 수정된 것은 공모자들이 알리바이를 근거가 있는 양 은밀하게 조작하려 한 것에 불과하다.

최초 서면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구조지시 시점에 관한 정리 업무를 총괄한 신인호가 김장수의 퇴임 전 2차례에 걸쳐 확인한 것도, 김장수가 업무용 휴대폰에 나오는 통화 시각을 보고 허위내용을 기재하도록 지시한 것도 알리바이를 정밀하게 조작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재판부는 세월호 탑승객의 마지막 생존 시점인 10시17분쯤을 구조에 의미 있는 시각으로 청와대가 인지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실제로는 마지막 생존 시점 이후에 대통령의 구조지시가 최초로 내려졌는데도 이와 다른 허위의 내용이 기재됐다면 김장수와 국가안보실 직원 사이에 공모가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점에서 재판부의 판단은 비판받아야 한다.

■ 김관진 지침 개정 절차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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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지시로 삭선·가필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국가안보실장은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를 지우고 ‘국정수행을 보좌한다’로 썼다. 출처 : 검찰 기소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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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김장수 후임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도 김장수의 무죄 판단과 같은 논리이다. 재판부는 김관진이 적법한 개정 절차가 아닌 삭선·가필의 방법으로 위법하게 지침을 수정한 것에 대한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신인호와 공모했다는 점을 두고도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원본 중 ‘2.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의 위치관리 국정수행을 보좌하고,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 관련 정보의 분석·평가 및 종합, 국가 위기관리 업무의 기획 및 수행체계 구축 등 위기 상황의 종합·관리 기능을 수행하며 안정적 위기관리를 위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를 밑줄로 지우고, 그 밑에 ‘국가 위기 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수행을 보좌(를 한다)’를 써넣었다. 김관진이 보고받고 승인한 사실을 재판부도 인정했다.

공용서류손상행위죄는 공용서류에 해당한다는 인식과 그 공용서류의 효용가치를 훼손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성립한다. 그런데 공용서류손상행위가 적법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정당한 행위이지 범죄행위가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원본에 대한 수정행위가 위법하게 이루어지는지를 알았는가 여부가 중요하다.

재판부도 신인호 지시를 받는 지위에 있던 박○석이 개정 시일을 촉박하게 잡으면서 법제처 심사를 거치지 않게 된 것이 위법하다는 점을 알았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신인호가 2014년 7월21일쯤 “아직도 수정되지 않았나”라는 김기춘의 말을 질책으로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조속히 지침을 수정하겠다고 보고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신인호는 이를 김관진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인호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원본 수정 절차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적법한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김관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의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관진은 국가안보실장이 되기 전 상당한 기간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대통령 훈령에 해당하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의 경우 법제처 심사를 거쳐야 하고, 시행되려면 대통령 재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김관진은 2014년 7월7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자신을 대신해 김규현(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이 청와대가 재난 상황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김장수의 발언과 관련해 국회의원의 추궁을 당하는 것을 지켜봤다. 추궁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이 국가재난의 컨트롤타워이고, 국가안보실이 실무로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김관진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원본 내용이 볼펜으로 두 줄을 그어 삭제되고, 그 위에 수기로 수정 내용이 기재되는 경우에 또 다른 비난이 가해질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김관진은 7월25일 1단계로 7월 말까지 부분 수정하고, 2단계로 전면 개정한다는 내용의 검토보고서를 승인·결재했다. 그 결재 내용에는 향후 추진 계획으로 “7월한, 정부 각 부처에 위기관리기본지침 수정 지시 사항 하달”이 있었다. 이것은 7월25일 수정 검토 후 7월 말 바로 수정사항을 각 부처에 지시·실행하겠다는 것이다. 김관진은 수정 지시의 실행 시점을 촉박하게 잡으면 법제처 심사를 거치지 않게 되고, 이것이 위법하다는 점을 충분히 알았음을 말해준다. 김관진의 법정 발언에서도 이런 인지가 드러난다. “국가안전처 신설 전에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부분 수정’을 하고, 다음해에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면 개정을 통해 지침을 정상적으로 절차를 거쳐서 개정한다는 취지이지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예, 맞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김관진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의 개정 절차에 관한 논의가 없었다는 사정과 이에 대한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위법하게 개정하려는 인식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은 억지스럽다.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 개정 절차에 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재판부가 인정하는 것처럼, 2014년 7월1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지침을 수정하기로 의견이 모아졌으나, 7월10일 예정된 국조특위가 지날 때까지 보류되었다가 7월21일 김기춘의 질책을 받았다고 생각한 신인호가 급히 수정을 진행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개정 절차를 논의할 생각도 없었고, 그 필요성도 논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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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호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개정을 논의한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회의에 모두 참석해 김관진에게 보고하는 방법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했고, 김관진은 최종적으로 적법한 개정 절차가 아닌 삭선·가필의 방법을 승인했기 때문에 김관진에게 고의와 공모를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고의와 공모가 증명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선고했다.

앞서 살펴봤듯 김장수와 김관진의 범죄행위에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는 충분하다. 재판부는 김장수와 김관진의 범죄행위를 무죄추정의 원칙 뒤에 숨겨준 꼴이 되고 만 판결을 했다.

이정일 | 변호사·민변 세월호TF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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