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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방사능·악취에 열사병 속출…도쿄 '폭염올림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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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작년 5~9월에만 9만5137명 입원

지난달엔 57명 사망·1만8000여명 병원 신세

NOC 선수단장 회의서 폭염 대책 논의 가능성

아시아경제

지난 15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 마린파크에서 열린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서 한 여성 참가 선수가 고온에 탈진해 쓰러져있다.(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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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부흥'과 '재건'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일본 정부의 바람과 달리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을 바라보는 전 세계의 속마음이 근심으로 타들어간다. 후쿠시마 방사능과 야외 수영장 수질오염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폭염이 말썽이다. 개최지의 무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열사병 환자가 속출하면서 내년 경기를 앞둔 각국 선수단은 물론 관중들의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올림픽 전문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스'는 오는 24일까지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선수단장 회의에서 도쿄의 폭염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라고 20일 보도했다. 선수단장 회의는 내년 7월24일~8월9일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1년 앞두고 전 세계 참가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단이 모여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대회 준비 상황을 공유하고 선수촌·경기장 등 대회시설을 점검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자리다. 여기서 폭염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 것이다.


일본 환경성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5~9월 일본에서 열사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 수는 9만513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달에도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면서 1만8000여명이 열사병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았다. 도쿄올림픽 시설물 건설 근로자로 일하던 50대 남성이 열사병으로 숨진 것을 포함해 올해 7월29일~8월4일에만 이 증세로 일본 전역에서 5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14일에도 니가타 현의 기온이 40.7도를 기록하는 등 폭염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내년 이맘 때도 일본 전역이 무더위로 펄펄 끓을 가능성이 크다.


다급해진 도쿄 올림픽 조직위는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폭염에 익숙지 않은 해외 관중을 고려해 경기장에 개인 생수를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림픽에서는 액체 폭발물이나 식중독 등 안전 사고를 우려해 음료 반입을 금지한다. 경기장에 입장한 관중은 지정된 매점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승인한 공식 후원사의 음료만 구입할 수 있는데 이 규정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마라톤과 경보 등 야외에서 오랜 시간 경기를 하는 종목은 코스 주변 건물에서 에어컨을 가동하고 관중이 출입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또한 마라톤 코스에 특수 열 차단제를 사용하고 경보와 마라톤 출발 시간을 각각 오전 5시30분과 6시로 앞당길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자조적 목소리가 정작 일본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가시무라 오사무 도쿄농업대학 교수 연구팀이 NHK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열 차단제로 포장한 도로의 표면은 온도가 떨어지지만 사람이 서있는 높이에서는 태양열이 반사돼 기온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일본 정부가)열 차단 포장의 효과를 재검증하고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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