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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문 대통령 원색적으로 비난해도 청와대는 왜 계속 ‘로우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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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조선 당국자’로 지칭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원색적 비난에도 청와대는 로키(low-key, 낮은 수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북한을 향한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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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북한은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나온 지 하루 만인 16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하고 경축사 내용을 폄훼하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문 대통령 경축사에 대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하늘을 보고 크게 웃을) 노릇”이라며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선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 당국자’, ‘세게 웃기는 사람’ 등으로 표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날 “조평통 담화는 보다 성숙한 남북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만스러운 점이 있더라도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달 26일 북한이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문 대통령으로 짐작되는 ‘남조선 당국자’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을 당시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당시 통신은 “최고 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남조선 당국자가 최신 무기 반입이나 군사 연습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는 권언을 남쪽을 향해 오늘의 위력시위사격 소식과 함께 알린다”고 보도했는데, 북·미 비핵화 대화가 시작된 이후 김 위원장이 자신의 명의로 문 대통령을 직접 압박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된 것으로 담화문이 아니다”며 “공식 입장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랬던 청와대가 16일 북한 조평통 대변인 담화에 대해 ‘남북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에는 도가 지나쳤다는 판단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이나 어깃장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19일 평화경제 실현과 북한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여기에는 20일로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되는 만큼 북·미 실무 협상이 재개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북·미 간에 대화가 가동돼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북한과 대화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선 악담이나 막말에 직접적으로 응수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기 직전까지 비판 수위를 극대화 시킨다. 나름대로 대화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청와대가 북한의 '언어 도발'이나 '미사일 도발'에 전략적인 이유로 로키를 유지한다고는 하지만, 국내 여론이 점차 냉소적으로 바뀌는 점은 부담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북한이 조롱해도 눈치를 보느라 입을 다물고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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