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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동물의 행동 예측하는 인공지능으로 뇌 작동원리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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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 저널클럽

경향신문

필자는 인공지능에 문외한이지만, 최근 인공지능을 이용해 많은 문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하고 있는 트렌드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

신경과학은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상징적으로 차용해 두뇌 작동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최근 많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인공지능의 작동원리를 참고해 두뇌 작동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지 살펴봄직하다.

제브라피시는 연구에 여러 가지 도움을 주는 모델 동물로,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시원한 26도를 가장 좋아하는 물고기다. 보통은 실험자가 수조의 온도를 26도로 맞춰 제브라피시가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지만, 위치에 따라 온도가 다른 수조에서는 제브라피시가 수영을 해서 26도인 위치를 찾아간다(이를 ‘온도찾기 행동’이라고 부르자). 얼핏 단순하고 당연해 보이는 이 행동이 두뇌에서도 간단하게 일어날까?

제브라피시는 몸이 꽤 투명해 직접 뇌를 볼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플로리언 엔거트 교수 연구팀은 이를 잘 활용해 두뇌의 거의 전체에서 일어나는 뇌 활성을 개별 신경세포 수준에서 구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작년에 이 연구팀의 마틴 해세마이어 박사는 ‘온도찾기 행동’ 중에 뇌세포 활성 패턴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듯이 온도에 따라 활성이 켜지거나 꺼지는 뇌세포가 있었고, 온도가 변하는 것에 반응해 켜지거나 꺼지는 뇌세포도 있었다.

이 연구팀에서는 최근 ‘온도찾기 행동’을 하는 제브라피시의 움직임을 4초간 관찰하고 그 이후의 움직임을 인공지능으로 예측했다(필자는 이런 기술이 모기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적용된 제품이 있다면 살 용의가 있다). 연구팀은 나아가 인공지능이 물고기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과정을 마치 신경세포 활성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이 살펴보았다.

연구진이 고안한 인공지능은 움직임을 예측하는 계산을 할 때 보통 ‘유닛(unit)’으로 부르는 정보처리 단위를 사용했다. 이 유닛 8개 가운데 4개는 제브라피시 뉴런처럼 온도 변화에 반응하는 패턴을 보였다. 그런데 나머지 유닛 가운데 그간 알려지지 않은 방식의 움직임이 보였다. 온도가 연속적으로 내려가면 더 큰 값이 나타나는 패턴이 생긴 것이다. 즉 단순히 낮은 수온을 피하는 것을 넘어 수온이 지나치게 낮은 곳으로 계속 이동하게 되면 인공지능에서 일종의 경보가 울리는 작용이 발견된 것이다. 아마도 이런 패턴의 뉴런은 굳이 상상할 필요가 없었던 탓인지, 기존 연구에서는 이런 뉴런이 있는지 찾아보는 시도조차 없었다.

그리고 연구팀은 생물학 실험에서 흔히 이뤄지는 것처럼 인공지능 유닛을 움직임 계산에서 제거해 보았는데, 이때 신경세포와 비슷한 패턴의 유닛을 제거했을 때만 인공지능의 예측 성능이 크게 나빠졌다. 다시 말해 제브라피시의 움직임을 제어하거나 예측하는 과정에서 물고기의 두뇌와 인공지능의 계산하는 방식이 상당히 유사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가 물고기 연구에서 우연히 얻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연구진은 다른 좋은 모델 동물인 ‘예쁜꼬마선충’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인공지능이 두뇌 작동원리 이해를 위한 노력에서 상상력의 원천이 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이 생물학적 두뇌가 작동하는 것과 꽤 비슷한 경우가 있기에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방식을 잘 관찰하면 생물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통한 예측으로 동물실험의 양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생물학적 두뇌 이해를 통해 인공지능 최적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출발점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인공지능과 신경과학의 상호호혜적 공생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한경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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