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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꿈꾸는 ‘부자 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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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용 경제정책 ‘민부론’ 9월 발표… 당내외 경제 전문가 82명 참여



경향신문

6월 18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20 경제대전환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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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칼을 빼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악화된 경제지표를 조준해 맹공을 퍼부을 태세다. 정부의 약한 고리를 쥐고 흔들어 총선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다.

한국당의 카드는 당내·외 경제전문가 82명이 모여 만든 경제정책 ‘민부론(民富論)’이다. 영국의 고전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國富論)>에서 착안한 명칭으로 작은 정부와 큰 시장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다. 2030년 1인당 소득 5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 민부론에는 법인세·상속세 인하를 필두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정책이 총망라됐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를 두고 “국민을 경제적 풍요로 이끌 경제의 대전환”이라고 설명한다.

황교안 대표체제에서 벌이는 첫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민부론’에 대한 관심도 집중됐다. 그러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당 안팎에서는 결과물을 두고 실망스럽다는 평이 줄을 잇고 있다. 최종본이 나오기도 전에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비판을 받는 모양새다. 진보진영은 민부론을 두고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벌이는 극우 선동”이라고 비판하고, 보수진영에서는 “알맹이 없는 재탕”이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민부론’은 왜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을까.

이명박·박근혜 정부 경제 기조 물려받아

‘국민이 부자가 되는 경제.’

자유한국당이 민부론을 소개하며 덧붙인 부제다.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유행어 ‘여러분, 부자 되세요’를 빼닮았다. 당시 한 카드사의 광고 카피에 불과했던 ‘부자 되세요’는 전파를 타자마자 순식간에 한국 사회로 파고들었다. 왜 그랬을까. IMF사태 이후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돈’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떠올랐다.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한국 사회는 ‘부자 되세요’ 광풍이 불었고, 표면적으로나마 물질만능주의를 경계했던 사회적 분위기는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부자 되세요’가 끊임없이 되뇌어졌던 것은 이후 우리 사회가 공존의 가치보다는 개별적 생존투쟁만이 남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일종의 징후였다.”(윤현식 노동·정치·사람 책임연구원 <IMF 20년, 헌정질서의 변화와 전망> 보고서)

한국 사회를 휩쓴 부(富)를 향한 열망은 이명박 정부 탄생의 원동력이 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보수정권 10년 동안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를 먼저 늘린 뒤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 ‘낙수효과’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신자유주의 바람을 타고 친기업·반노동 정책은 순항했다.

민부론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제기조를 물려받았다. 다시 과거로 간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강제 단축과 같은 반시장·반기업 정책을 바로잡고 기업의 활력을 저해하고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첩첩의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겠다.”(8월 14일 황교안 대표 광복절 대국민 담화)

황 대표의 발언을 보면 민부론의 내용을 가늠할 수 있다. 친시장·반노동 정책 기조로의 회귀다. “핵심은 두 가지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 폐기와 과거 보수정권에서 하려다 제대로 하지 못한 정책의 재추진이다.” 민부론 초안을 만드는 데 참여한 한국당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이하 경제전환위)’ 핵심 위원의 말이다. 과거 보수정권의 경제정책과 민부론이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경제전환위의 공개토론회에서도 민부론의 성격을 짚어볼 수 있는 발언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고비용·저생산성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이다. 이 문제는 시장친화적 정책 외에는 답이 없다. 경제적 자유가 중요하다. 정치적 자유도 경제적 자유를 위해 존재한다.”(6월 18일 한국당 2020 경제대전환 토론회, 최준선 공정한시장경제분과위원장)

민부론의 최종본은 9월 초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핵심 정책들은 공개된 바 있다. 언론 보도와 경제전환위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민부론에는 ▲법인세·상속세 인하를 통한 감세와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 금지 ▲서울 도심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와 공시가격 현실화, 3기 신도시 철회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삭제 및 대체근로 허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간 재계와 보수진영에서 요구해온 정책들이다.

친시장·반노동 정책 기조로의 회귀

일각에서는 민부론의 세부 각론을 두고 이미 실패한 정책을 다시 꺼낸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양극화와 가계·기업 간 소득불균형이 심화됐다”며 “달라진 현실경제를 모르고 과거 이념에 사로잡혀 구상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민부론에 담긴 정책들이 지난 5월 발간한 <문 정부 경제실정 징비록>과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발표한 ‘i노믹스’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전환위 소속 한국당 관계자는 “민부론 정책들은 대전환이라기보다 ‘대지적질’에 불과하다”며 “내용은 과거와 다를 것 없고 그나마 취합한 정책들은 데이터나 근거 없는 학계의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보수 유튜버인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는 유튜브 영상칼럼(8월 7일)을 통해 “아무런 내용이 없다”며 “(민부론에) 대학기숙사 지원사업 같은 국회의원 민원사업이 포함돼 있던데 이런 정책이 무슨 경제대전환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민부론의 효용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민부론’은 전면에 내세우는 ‘구호’일 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부론이 담고 있는 정책 내용이나 실현 가능성은 중요하지 않다”며 “민부론을 통해서 자유한국당의 경제노선이 현정권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민부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민부론 작성에 참여한 한국당 경제전환위 민간위원들도 민부론이 현실에서 추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경제전환위 자유로운노동시장분과 소속 한 위원은 “민부론 내 노사관계 정책들은 당장 실행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문제제기 수준으로 봐야 한다”며 “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이 대부분인데 현실에서 추진할 수 있겠나”라면서 민부론의 실행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민부론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노선을 공격하는 상징적인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정부의 경제개혁 실패에 대한 반동이 극우 선동을 불러오고 있다”며 “정부의 경제실정을 비판하면서 과거에 더 실패한 정책을 가져오는 한국당의 행태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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