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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韓 '경제독립' 못이뤘다···日보복에 드러난 우울한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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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8월 15일 광복절을 ‘국경일(國慶日)’로 분류한다. 국경일은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기 위해 법률로써 지정한 날이다.

그런데 올해 광복절은 국경일이라는 게 유독 와 닿지 않는다. 지난달 1일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를 발표한 뒤 부품ㆍ소재 원천 기술을 일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1965년 한ㆍ일 수교 후 54년간 한 번도 경상수지 흑자를 내지 못해 누적 적자만 700조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부각되면서다. 1945년 광복절에 일본으로부터 ‘정치적 독립’을 이뤘지만, 아직 ‘경제적 독립’은 하지 못한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모두가 어렵지만, 특히 기업인의 마음이 무겁다. 국내에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정부의 친(親)노동 일변도 경제 정책에 따른 경기 둔화가, 해외에선 미ㆍ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의 여파가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5대 그룹 한 임원은 “기업인이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인데 지금은 불확실성이 겹겹”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 일본 기업이 독점한 A 화학소재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린 중소기업 얘기를 들어봤다. 이 회사 이모(55) 대표는 “극일(克日)에 성공한 기업이라고 평가받지만, 원재료부터 제작 기계까지 뼛속 깊이 들여다보면 (일본으로부터) 절대 자유롭지 않다”며 “우리조차 이럴진대 일반 기업 사정은 더 열악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끝내 “일본 보복이 두렵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다급히 ‘뒷수습’에 나선 정부만 기대기엔 엄혹한 현실이다. 외교적인 해결 노력, 부품 소재 국산화, ‘맞대응’식 수출 규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같은 대책만으로는 일본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국 이익만 좇는 글로벌 보호무역 조치가 확산하는 추세라 이번 위기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긍정의 힘’을 믿자. ‘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외환위기를 이겨낸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믿는다. 외세의 힘을 빌렸다지만 1945년 광복도 엄혹한 일본강점기에 굴하지 않고 저항한 민초의 힘이 내부 원동력 아니었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ㆍ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ㆍ시장 선도자)’로 한 발 한 발 내디딘 것처럼 일본과 겨뤄도 당당할 ‘실력’을 쌓자. 일본의 경제 보복을 ‘예방 주사’ 삼아 향후 우리 기업 경쟁력을 키울 도약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

중앙일보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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