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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동맹 가치 경시하는 트럼프… 정부는 어찌 대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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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뉴욕 브루클린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달러를 받는 것이 더 쉬웠다”고 했다. 미 일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에서 열린 재선 캠페인 모금 행사에서 어린 시절 부동산 사업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임대료를 수금하러 다닌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거친 협상에 어떻게 굴복했는지를 묘사하며 문 대통령의 억양까지 흉내냈다고 한다.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한 일을 자랑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언급을 한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전화 한 통으로 (방위비 분담금) 5억달러를 내게 했다”고 밝혔다. 나라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문맥상 한국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미 분담금협정(SMA) 서명 직후인 지난 2월엔 한국을 직접 거론하며 “전화 두어 통에 5억달러를 더 내게 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말을 되풀이하는 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많이 내도록 압박하려는 의도겠지만 동맹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것으로 비친다. 동맹국 정상이 할 말이 아니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같은 동맹국들을 놀렸다”고 지적했다.

동맹관계도 돈으로 따지는 이가 트럼프 대통령이다. 대한민국 안보에 필수적인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터무니없고 값비싼 훈련”이라고 서슴지 않고 비판한다. 북한이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쏘는데도 “미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니 아무 문제 없다”면서 ‘방위비 청구서’를 내민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압박은 앞으로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과 막말로 위협하고, 일본과의 경제전쟁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데다 러시아 군용기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휘젓고 다닌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동맹에 이상징후가 감지되니 여간 걱정이 아니다. 북·미가 실무협상 재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의 당사자인 한국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작지 않다. 그래도 대한민국 안보의 중심축은 한·미동맹이다. 안보 상황이 엄중할수록 한·미동맹의 기본틀을 굳게 다져야 한다. 복합적인 외교안보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정부가 지혜를 발휘해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외교안보정책을 손보는 데서 시작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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