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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대 할리우드 무대 재즈 선율..컬러·흑백 색 대비 ‘두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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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 국내 초연
재즈 음악과 필름누아르 영화 접목..극중 현실과 영화 속 넘나드는 구성
최재림·강홍석 더블 캐스팅 ‘눈길’..서로 다른 ‘스타인’의 매력 느낄 만


파이낸셜뉴스

배우 최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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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뮤지컬계에서 흔치 않은 재즈 음악과 '필름누아르' 장르 영화를 접목한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이 지난 8일 초연의 막을 올렸다.

1989년 브로드웨이를 뒤흔든 블랙코미디 누아르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을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는 오경택 연출과 김문정 음악 감독이 의기투합해 30년만에 국내 선보인 작품이다. 18인조 빅밴드와 4인조 혼성 보컬 '엔젤'이 주축이 돼 자유로운 재즈 선율을 들려주고, '필름누아르' 장르가 유행하던 1940년대 할리우드로 관객을 초대해 마치 한편의 뮤지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색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카메라 렌즈 조리개를 여닫는 세트부터 극중 현실과 영화 속 두 이야기를 넘나드는 구성을 '컬러'와 '흑백'이라는 색의 대비로 풀어낸 점도 인상적이다. 샘컴퍼니와 CJ E&M의 합작품이다.

■새로운 장르 음악 뮤지컬

'엑스칼리버' '안나 카레니나' 등과 같이 대극장 뮤지컬하면 시대극이거나 고전 명작인 경우가 많았다. '시티 오브 엔젤'은 미국식 유머를 구사하는 영화 제작 현장 이야기다. 성공을 꿈꾸는 시나리오 작가 '스타인'과 그가 쓴 시나리오 속 사립탐정 '스톤'을 교차해 펼쳐지는 극중극 형식이다.

스타인의 현실 세계는 컬러, 팜므 파탈에게 사건을 의뢰받는 탐정 스톤의 세계는 흑백으로 처리했다. 스타인은 올초 뮤지컬 '마틸다'로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최재림과 최근 tvN '호텔 델루나'에서 사신으로 활약 중인 강홍석이 더블 캐스팅됐다. 스톤은 가수 출신 이지훈과 테이가 맡았다. 스타인과 스톤 이외의 모든 캐릭터는 극 안팎에서 1인2역을 연기한다. 외모부터 목소리까지 180도 달라지는 배우들의 변신이 재미있다.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재즈는 비주류에 가깝다. 반면 '시티 오브 엔젤'은 화려한 스윙재즈 넘버가 인상적인 뮤지컬이다. 원작 작곡가 사이 콜먼은 재즈, 블루스, 스윙 등으로 넘버를 가득 채웠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재즈는 곡의 구성과 형태가 아니라 자유로운 연주 스타일에 목적이 있다. 엔젤 4인이 작품 서두부터 막바지까지 자유분방한 재즈 가창으로 드라마를 이끈다"고 설명했다. '스캣'(의미 없는 음절로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재즈 창법)으로 뮤지컬을 여는 '엔젤'은 재즈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들의 자유로운 노래가 작품 내내 함께하며 재즈의 진가를 들려준다. 또 18인조 빅밴드가 무대 위에서 재즈 라이브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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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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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림, 강홍석 변신 볼거리

유명 감독 겸 제작자에게 휘둘리는 시나리오 작가 '스타인'을 연기한 최재림과 강홍석, 두 배우의 이미지 변신도 볼거리다.

그동안 사신, 드랙퀸, 범죄자 등과 같이 강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강홍석은 "이번 공연을 통해 순한 역할도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또 그는 "최재림과 많이 다른 스타인"이라며 "외모나 창법 등 외적인 부분이 다르지만, 캐릭터 성격도 달라 같은 캐릭터지만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림은 "강홍석이 다소 순진하고 유순한 스타인을 연기한다면 저는 자신감 넘치면서 시니컬한 스타인을 선보인다"고 비교했다.

최재림은 "스타인은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제작자의 비서 등을 이용하고, 여자 친구를 배신하는 등 속물 같은 면이 있다"며 "속물이지만 이해가 되는 인물로 그리는 게 1차 목표였고, 관객이 스타인에게 흥미를 갖고 끝까지 따라오게 하는 것이 2차 목표였다"라고 설명했다.

스타인은 극중 총 4곡의 넘버를 부른다. 1막 마지막과 2막 마지막에 자신이 창조한 스톤과 함께 부르는 넘버가 이 작품의 주제를 함축한다. 둘은 처음에는 '나 없이 넌 안된다'며 대립하지만 결국 '너 없이 난 안된다'며 화해한다.

'시티 오브 엔젤'은 무대 장치나 연출이 화려하다. 덕분에 '새로운 공연'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배우로선 무대에 압도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고민이 컸다.

최재림은 "화려한 무대에 배우가 먹히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결국 극을 끌고 가는 건 배우들의 스토리"라고 말했다. 드라마 중심의 뮤지컬이라는 점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노래 듣는 재미보다 노래와 음악이 어우러진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크다. 배우들의 가창력뿐만 아니라 연기력이 그 어떤 작품보다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 미국식 유머와 필름누아르 장르에 대한 호불호, 다소 복잡한 인물과 이야기 구조는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스타인의 이야기가 스톤의 드라마에 묻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봐왔던 뮤지컬과 다른 새로운 장르 뮤지컬의 출현은 반갑다. 이 작품만의 무대 미학과 이야기 문법에 익숙해지면 웃음이 터지고, 재즈 선율에 어깨가 들썩여진다.

10월2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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