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성폭행 시도가 낳은 비극"… 우발적 범행 주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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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싱크대에 있는데 다가와 갑자기 몸을 만지고 성폭행을 하려고 했어요."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은 첫 정식 공판에서 계획적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고유정 측은 12일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피해자가 설거지를 하는 평화로운 전 아내의 뒷모습에서 옛날 추억을 떠올렸고, 자신의 무리한 성적 요구를 피고인이 거부하지 않았던 과거를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 된 단초"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고유정은 이날 연두색 수의차림으로 법정에 섰다. 피고인석에 선 고유정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렸다. 재판부의 질문에는 웅얼거리며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고유정은 앞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엔 출석하지 않았다. 정식 재판에는 출석할 의무가 있어 이날 법정에 나왔다. 고유정이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검찰에 송치된 지난 6월 12일 이후 처음이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강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유정은 줄곧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것은 맞지만 계획적인 범행이 아닌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역시 고유정 측은 강씨의 강한 성욕을 강조하며 사건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피해자 측에 돌렸다.

고유정 측은 또 검찰의 공소사실과 달리 강씨가 졸피뎀을 먹지 않았다고 했다. 이불 등에 묻은 혈흔에서 졸피뎀 반응이 나왔다고 하지만 이 혈흔은 강씨와 몸싸움을 하던 중 묻은 고유정의 혈흔일 뿐 강씨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유정 측은 휴대전화와 자택 컴퓨터를 이용해 '뼈 강도', '뼈의 무게', '니코틴 치사량' 등을 검색한 것도 범행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유정 측은 "피고인이 범행 전 뼈 무게를 검색한 것은 (현)남편 보양식인 감자탕, 사골국, 꼬리곰탕 등을 알아보는 과정에 나온 것"이라며 "보양식 꼬리곰탕, 돼지뼈 분리수거, 골다공증 등 검색어의 자연스런 흐름이었다"고 했다.

검찰은 고유정 측 주장에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검색어들은 연관검색어가 아니라 검색창에 직접 입력한 것"이라며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방적인 진술을 다수 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는 점을 악용해서 터무니없는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재판은 제주지법 사상 처음으로 방청권을 선착순으로 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법원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재판인 만큼 법정 질서 유지를 위해 지난달 열린 공판준비기일부터 고유정의 재판에 대해 방청권 소지자만 방청을 허용했다.

고유정의 다음 재판은 9월 2일 열린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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