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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국을 혐오하는 일본 사람들…그들은 왜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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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일본의 반한시위 모습. 'No Korea'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일본 우익커뮤니티 캡처


정치적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가 민간분야로 확산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불필요한 감정적 대립을 조장하는 혐오 발언이 나오면서 악화한 관계를 더 나쁘게 만드는 등 반한감정을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 하쿠 신쿤 전 내각부 부대신은 “한국과 일본을 자신의 잣대로 바라봐선 안 된다"며 "혐한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옛 한국 이미지가 혐한을 낳고 있다”

최근 마이니치신문의 사와다 가츠미 외신부장은 ‘혐한’이라는 주제의 칼럼을 게재했다. 내용은 그가 외신부장으로 재직하며 만난 사람들 모습에서 원인과 문제를 찾고 주장을 통계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혐한은 잘못된 것’이라며 노인 세대의 혐한을 지적했다.

그는 한 파티장에서 ‘한반도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60대 후반의 노인을 만났다고 한다. 한반도 전문가라고 하니 외교나 남북분단 문제 등을 고민하고 나아갈 방향제시 등의 얘길 들을 수 있을 거로 기대한 그의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다. 노인은 말끝마다 ‘한국은 이상하다’ 등 생각의 깊이가 낮은 혐오만을 늘어놨기 때문이다.

노인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냉전 후 30년간 한일관계의 변화와 여기에 적응하지 못해 정치적 마찰이 격화되고 있다는 설명을 했지만 노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왜 그럴까? 그는 ‘옛 한국의 이미지’가 작용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1980년 말쯤부터 취재 등으로 한국과 연을 맺은 그는 1980년 일본에서 바라본 한국은 ’군사 정권‘이라는 부정적인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1990년대 후반을 지나 태어난 세대는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와 발전한 나라라는 밝은 이미지가 자리 잡는데, 게이오대 오코노기 마사사오 교수는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들은 서울 올림픽 이후의 한국밖에 모른다”며 “우리 시대와는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 감정, 느낌 등이) 다르다”고 말했다. 명문으로 손꼽히는 일본 게이오대학 교수조차 과거 한국의 모습에 머물며 편견 아닌 편견을 해온 것이다.

그는 “’옛날 한국(군사정권)‘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일본과 비교할 수 없는 작고 약한 존재였지만, 버블경제 붕괴 후 일본이 정체해있는 동안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으면서 ‘건방진 말을 하게 됐다’는 의식이 혐한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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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단교'를 요구하는 일본 혐한 시위대 모습. 사진=쉐어뉴스저팬 캡처


◆노인 세대 뿌리 깊은 편견…정년퇴임 후 소외감 해소를 위한 ‘정의감’도

혐한은 주로 노인 세대와 남성이 많다. 일본 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외교에 관한 여론 조사’를 보면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18~29세에서는 57.4%인데 반해, 70세 이상은 28.1%로 절반 수준에 머문다. 또 다른 연령대를 봐도 나이가 많을수록 한국에 대한 친밀감은 떨어진다.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30대 51%, 40대 42.3%, 50대 42.7%, 60대 31.3%로 나타났다.

그는 그중 자신과 또래인 50대 이상 세대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노인 세대에서 혐한이 많은 건 앞서 한국에 대한 나쁜 이미지에 더해 ‘정년퇴직 후 느낀 소외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사례로 지난 4월 한 남성의 발언을 예로 들었다. 남성은 일본 내 조선인 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비판하는 글을 블로그에 게재해 물의를 일으켰다. 남성은 일본 변호사회가 조선인 학교의 보조금 지급을 계속해야 한다고 변호하자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했다.

남성은 정년퇴임 후 웹 서핑을 통해 혐한 블로그를 접하게 됐다. 이 남성은 블로그 작성자가 ‘보수 우익의 거물’로 여기며 블로그 작성자 지시에 따라 징계 청구 등 혐오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은 사과문에서 “나름 정의감과 일본을 위해 좋은 일을 해 자신감이 생겼다”고 뒤늦게 후회하면서 “퇴임 후 친구나 동료, 거래처 등 주변 지인들이 65세를 넘기니 모두 사라졌다. 사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소외된다는 느낌이었다. 반한 블로그 작성자 지시에 따라 행동한 후 ‘사회와 연결됐다’는 의식으로 선을 넘어버린 거 같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 일본 변호사회의 한 회원은 “남성이 사회에 소외됐다는 느낌을 받았더라도 한국을 혐오하는 방법 외에도 (소외감에서 빠져나올) 다양한 출구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옛 한국의 이미지를 가진 이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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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 신쿤 전 내각부 부대신은 "혐한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마이니치신문 캡처


◆“한국과 일본을 자신의 잣대로 바라봐선 안 돼. 혐한은 위험하다”

하쿠 신쿤 전 내각부 부대신은 일본 내 혐한 분위기와 관련 “한국과 일본을 자신의 잣대로 바라봐선 안 된다”며 “혐한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좋은 한일 관계가 일본의 국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쿠 전 내각 부대신은 “일본인이 전부가 한국인의 적의 리가 없다”며 “한국도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지만 일본도 아베 정권이 모두 좋아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 5000만명인 한국에서 작년 한 해 동안 750만명 이상이 일본에 왔다”며 “일본을 싫어하는 나라에 이정도 많은 사람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혐한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나치 독일도 혐오로 유대인을 학살했다. ‘우리는 나쁘지 않다. 나쁜 건 그들이다’라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 일본이 한국을 싫어하면 한국도 일본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쿠 전 내각 부대신은 일본 정치권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적 관계가 악화해도 민간 교류와 경제가 있으니까 괜찮다’는 사람이 있다”며 “이는 큰 실수다. 기업은 자산을 빼앗는 나라에 투자하지 않는다. 한국을 배척하면 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그가 말한 ‘기업은 자산을 빼앗다’는 표현은 수출규제로 일본 기업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제계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뒤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NHK는 “일본 정부는 한국을 수출규제 간소화 혜택에서 제외했지만 수출과 관련해서는 다른 아시아의 나라 등과 동일하게 취급돼 한일 관계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견해”지만 “한국에서 일본 기업의 제품을 보이콧하는 움직임이 날로 거세져 일본 기업은 이러한 움직임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경제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이해를 표시하면서도 어떻게 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며 “한일 관계가 정상화를 향한 경제계의 움직임이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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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단체의 혐한시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차별 반대'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맞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nti-Racism 캡처


하쿠 신쿤 전 내각부 부대신의 말처럼 누군가 상대를 미워하면 그 상대도 좋은 감정을 가지긴 어려운 일이다. 일각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반일감정으로 확산해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이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되레 관계를 악화할 우려가 있다.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현명한 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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