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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신율의 정치 읽기] 북한은 도발하고 美日은 한국과 거리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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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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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7월 31일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그날 오전 “북한이 오늘 새벽 함경남도 호도반도 일대에서 미상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 7월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엿새 만에 또다시 도발을 했다.

7월 2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국방부는 중요한 실수를 했다. 탄도미사일 정확한 탐지에 실패했다. 두 발 모두 사거리가 600㎞를 넘었지만, 처음에는 한 발만 600㎞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다. 미군 측 정보를 받고서야 수정했다는 사실은 촌각을 다투는 미사일 방어망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발사체’를 두고 우리는 미사일로 분석한 반면, 북한은 방사포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월 1일 “이 무기의 과녁에 놓이는 일을 자초하는 세력들에게는 오늘 우리의 시험사격 결과가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거리로 될 것”이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을 보도하며, 이 무기가 방사포임을 밝혔다. 여기서는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만일 북한의 주장이 맞는다고 할 때, 우리 군은 또 한 번의 실수를 저질러 신뢰가 추락하게 됐다는 점, 그리고 김정은이 우리를 “갖고 논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언급을 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어쨌든 김정은의 이런 언급은 지금 북한이 우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렇다면 요사이 북한이 부쩍 미사일을 자주 발사하는 이유는 뭘까? 그 의도를 논하기 전에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각 나라 태도부터 살펴보자.

7월 25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에 대한 경고라고 하지 않았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많은 이들이 실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남과 북) 양측은 분쟁(dispute)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오랫동안 그래왔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미국만 위협을 당하지 않으면 문제없고, 남북 간 분쟁은 자신들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7월 31일 미사일 발사 직후에도 유사한 발언이 또 나왔다. 미국 CNN은 미국 행정부 관계자 말을 빌려 “이번 발사가 미국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며 보도했다. 이런 고립주의식 언급은 한미상호방위조약 3조 위반이다.

이제는 일본도 유사한 발언을 하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는 7월 3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체와 관련해 “일본의 안전보장에 영향을 주는 사태는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계속해서 미국과 긴밀히 연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언급을 종합해보면 두 국가는 같은 입장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든 무엇을 하든,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신경 끄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왜 이런 입장을 보였을까? 일단 직접적인 근거는 북한이 먼저 제공했다. 북한은 지난번 미사일을 쏘고 난 직후인 7월 2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조선 지역에 첨단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 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 군부호전 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을 조직하시고 직접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는 대한민국을 겨냥한 것이니 미국과 일본은 굳이 얽힐 필요 없다고 공식적으로 말한 셈이다. 대한민국을 일본과 미국의 공동 방위에서 분리시키려는 의도다.

북한 의도를 모를 리 없는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친절함’에 속아 넘어가주는 발언을 하는 이유 역시 자국 이익,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트럼프와 아베의 정치적 속셈과 관련 있어 보인다. 트럼프는 재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데, 재선을 위해서는 미북관계 개선이라는 외교적 장식품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북한이 ICBM 실험을 하지 않도록 달래는 것이 필요하다. 아베는 아베대로 지금 북한에 문제제기를 하면 일본이 추진하는 북일 정상회담을 통한 납북 일본인 문제처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납북 일본인 문제가 해결되기만 하면 아베 입장에서는 4연임도 노려볼 만하다. 일본의 가장 중요한 국내 현안 중 하나기 때문이다. 물론 현행 자민당 당규상 4연임은 불가능하지만, 납북 일본인 문제를 해결하면 당규를 무리 없이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런 국제 환경에서 우리 정부라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런데 7월 26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한미연합사는 “이런 것은 대한민국이나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며 우리의 방어 태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뿐 아니라 앞에 언급한 것처럼 북한이 매체를 통해 ‘친절하게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우리에게 경고를 주려 한 것이라고 밝혀도, 또 조선신보가 7월 27일, “호전 세력과 보조를 맞춘다면 자멸한다는 것을 청와대 주인은 깨달아야 한다”며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어도, 청와대는 “(언론 보도는) 북한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북한뿐 아니라 그 나라 공식 입장이면 청와대 입장으로 말씀드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다”고 답했다.

이런 청와대 입장은 놀랍기 그지없다. 북한에는 온통 선전매체와 관영매체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 매체 주장이 곧 당국의 입장임을 세상이 다 아는데, 청와대만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말하니 놀라지 않을 수 있나.

이런 일련의 현상을 보면 지금 정권은 ‘북한 조심증’에 걸린 것 같다. 상황이 이러니 북한은 이제 마음 놓고 도발할 수 있겠다 생각하나 보다.

북한이 이렇게 도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북한은 우리에 대한 도발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단거리라고는 하지만, 일본의 사세보 미군기지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셈이다. 둘째, 한미일 안보 체제 균열을 시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 발사는 대한민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은, 이런 의도를 극대화시키는 행위다. 일본과 미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면서 우리와 미국, 그리고 일본을 떼어놓으려는 전략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한반도 운전자 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촉진자가 아니라, 미북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대미 압력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느낌이 든다.

외교에서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적시에 적절한 대응을 함으로써 사태 확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7월 2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했다. 그때는 지극히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다 이제 와서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해봤자 시기는 이미 놓쳤다.

지금 외교와 국방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우리 영공이 외국으로부터 침범당해 우리 전투기가 출격해 실탄 사격을 했음에도 NSC조차 열지 않는 정부, 차석 무관이 “기기 오작동 때문에 영공을 침범했다”고 말하며 이것이 러시아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가 러시아 국방장관의 상반된 전문을 받고 당황하는 정부,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시 제대로 된 사거리조차 파악하지 못한 정부,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는 우리에 대한 경고라고 해도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하는 정부를 과연 어떻게 믿고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정부에 대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교와 국방 분야 전문관료들에게 전권을 주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갖고 있는 관료에 대한 불신을 떨치고 이들을 우대하고 등용해야 하며, 이들 관료에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재량권을 줘야 한다. 위기는 한순간에 닥치지 않는다. 오류 누적이 위기로 나타난다. 위기가 오류의 누적이라고 할 때, 그 오류가 무엇이었는지 돌이켜봐야 현명한 정부다.

지금 우리가 바라는 정부는 고집으로 자신의 ‘이상’을 밀어붙이는 정부가 아니라, 현명함으로 일을 처리하는 정부다. 더 이상의 자기 위안적 변명은 듣고 싶지 않다.

매경이코노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0호 (2019.08.07~2019.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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