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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화 수술에 목도리까지…의문스런 국립공원 들고양이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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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에 새보호 목도리를 씌운 사진. [사진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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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의 개체 수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고 서로 맞지 않는 방법을 한꺼번에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24일 “작은 새와 동물을 잡아먹는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에 대해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고, 목에 색색의 천(‘새보호 목도리’)를 둘러 새를 해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을 찾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국립공원 내 고양이 먹이 안주기’ 운동도 추진하기로 했다.



중성화 수술에 목엔 색색의 천 목도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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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도입하려는 '새보호 목도리'. 고양이 목에 둘러, 새가 고양이의 접은을 눈치채고 빨리 도망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환경부는 "목 뒤쪽에 고리가 있어 고양이가 원치 않으면 언제든 풀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아직 물품 확보가 안돼 사업 진행은 묘연하다.[인터넷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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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파악한 전국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는 지난해 기준 322마리다.

환경부는 “야생에서 사는 들고양이는 재미 삼아 새, 작은 동물을 사냥하고 일부만 먹는 포식자”라며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중성화 수술을 고양이에게 덜 해로운 방식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추진 중인 방법은 고양이의 난소와 정소를 그대로 둔 채 난관‧정관만 차단하는 이른바 TVHR 방식이다.

TVHR이란 포획-정관·자궁절제술-복귀(Trap - Vasectomy Hysterectomy - Release)를 말한다.

환경부는 “고양이의 야생성을 유지하면서 번식만 막는 나은 방법”이라고 하지만, 국내에는 이 방식을 시행하는 수의사가 없다.

새 보호 목도리는 고양이의 목 주위에 색색의 천으로 만든 목도리를 둘러, 눈에 잘 띄게 함으로써 새들이 고양이를 발견하고 잘 도망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미국 민간단체에서 처음 만들어 사용해왔는데, 특허권이 있어 함부로 비슷하게 만들어 쓸 수도 없고 온라인 주문도 현재로써는 불가능해 실제 국내 도입 시기는 막연하다.

환경부는 '동물 학대' 비판을 의식해 미리 “고양이가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 풀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그 근거도 해외에서 조사한 게 전부다.



'먹이 안주기'로 공원 밖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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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월악산 국립공원 무인카메라에 찍힌 들고양이. [사진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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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먹이 안 주기 운동’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유를 “고양이를 국립공원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국립공원 내 방사’, ‘새 보호 목도리’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환경부는 들고양이 개체 수 감소 방안으로 ‘단순 이주’가 아니라 중성화 수술을 택한 이유로 ‘동물 애호가들의 반대’를 들었다. 들고양이들의 사는 곳을 옮기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의 계획대로라면 들고양이들은 결과적으로 중성화된 채 국립공원 밖으로 내몰리게 된다.

심지어 TVHR방식으로는 발정기가 없어지지 않아, 민가에서 소음 문제를 일으켜 지자체에서 다시 중성화 수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들고양이 감소책 왜, 어떻게, 언제? 희미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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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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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생태계 해치는 악동 들고양이’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들고양이가 실제로 동물들을 많이 잡아먹는지, 장난삼아 사냥만 한 뒤 먹지 않는지 직접 파악한 바는 없다.

근거자료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2000년에 고양이를 100대 치명적 침입 외래종으로 지정한 사실, 서울대학교 연구팀에서 진행한 2013년 논문 1편과 해외 사례 몇 가지가 전부다.

환경부는 수의사 섭외나 새 보호 목도리 확보에 실패해 시범 운영도 못 해봤다.

환경부는 “한 달 정도 시범적으로 운영해봤더라면 정책 실효성을 설명하기 더 좋았겠지만, 수의사 섭외가 안 돼서 진행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동물복지‧개체 수 감소 어느 쪽도 뚜렷한 효과를 볼 것 같지 않은 대책”이라며 “국내 실정에 대한 조사나 시범사업도 없이 이것저것 시도만 해보는 건 소용 없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정 들고양이가 문제가 된다면, 기존 지자체에서 쓰는 TNR(Trap -Neuter - Return, 포획-중성화-복귀) 방식을 쓰고, 다른 방식으로 먹이를 공급해 생존을 위한 사냥을 줄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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