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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곳이 없다"...구조조정 속도내는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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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최저임금 인상·주 52시간·日 불매운동 직격탄...구조조정 본격화
회계기준 깐깐해지고 세금 늘어...이커머스 출혈경쟁

"숨 쉴 곳이 없네요. 도망갈 곳도 없고요. 버티는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이 너무 괴롭습니다."(유통 대기업 임원 A씨)

유통업계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정부의 출점규제에 이어 일본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도입이 의무화된 리스 관련 새 회계기준(K-IFRS 1116호) 적용으로 재무제표 작성도 해외 기업들보다 까다로워졌죠.

기존 리스 회계기준에서는 유통기업이 매장을 빌릴때 단순 임대차 계약으로 보고 임대료만 재무제표에 비용으로 처리하면 됐습니다. 그러나 새 회계기준에서는 매장을 빌린 업체가 리스 자산과 부채를 재무제표에 인식해야 합니다. 자산이 별로 없고 매장 임대가 많은 도매 및 소매업의 부채비율이 크게 올라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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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운영 방식을 첫 도입한 백화점 ‘AK&세종’/H&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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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도·소매업 상장사의 부채비율은 작년말보다 11%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또 영구채와 같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기업들의 부채비율도 크게 올라갑니다. 지난 4월 4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이마트의 올 상반기 리스부채는 작년말보다 4925% 늘었죠.

쿠팡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로 소비자들이 이동하면서 유통사 마진도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3조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낸 쿠팡처럼 장사하면 손실이 날 것이 뻔한데도 마진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밑지고 장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까지 왔습니다. 적자를 내는 기업이 늘고 있는 이유죠.

정부에 내야하는 각종 세금은 크게 늘었습니다. 대표적인 유통기업인 이마트(139480)롯데쇼핑(023530)등이 올해 내야하는 세금은 작년보다 300억~400억원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트나 백화점은 안정적 운영을 위해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공시지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종합부동산세도 크게 늘었죠.

땅값이 올랐다고 좋아할 수도 없습니다. 워낙 규모가 크기도 하고 백화점의 경우 같은 업종끼리만 매각해야 하는 정부 규제 때문에 제값 받고 팔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부 규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격주 일요일마다 강제로 마트의 문을 닫게 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된데 이어 복합쇼핑몰 강제 휴무까지 규제하는 법이 진행중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유통업계는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적자 점포를 폐점하고, 위험부담이 없는 위탁경영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위탁경영 방식은 건물 소유회사가 유통 경영 노하우가 있는 제3자에게 운영을 맡기는 것입니다. 수익은 일정한 수수료나 매출 중 일부를 받는 식으로 확보합니다.

AK플라자 구로본점은 내달말 폐점합니다. 이 백화점이 처음 생긴지 27년만입니다. 한때 서남권의 유명 백화점으로 꼽혔으나 고객들이 더이상 찾지 않자 아예 문을 닫기로 한 겁니다. 아직 이 백화점을 인수할 곳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 곳의 작년 매출은 약 1300억원대로 전년보다 5% 가량 줄었습니다. 백화점은 문을 닫고 구로점 5층에 위치한 CGV만 나홀로 영업하게 됩니다.

대신 이 회사는 지난 4월 정부 부처가 몰려있는 세종시 어진동에 백화점 ‘AK&세종’을 새로 열었습니다. 이 부지의 소유주는 KT&G인데요. AK플라자는 AK& 세종에 단순 위탁경영자로 참여했습니다.

입점업체들이 KT&G에 임대료를 내면 매출에 비례한 일정 수준의 금액을 AK플라자가 위탁수수료 명목으로 받는 건데요. 쇼핑몰 소유주와 경영을 맡는 유통 업체가 완전히 분리된 첫 형태입니다. 유통 업체는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AK플라자는 2022년 안산점에 선보일 백화점도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5월 부평점을 모다아울렛 운영사인 모다이노칩과 마스턴 자산운용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했습니다. 감정가의 절반 가격에 팔았죠. 롯데는 인천점과 안산점도 조만간 매각할 계획입니다.

이마트는 헬스앤뷰티(H&B) 전문점 ‘부츠’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33개 점포 중 18개 점포의 문을 닫을 계획입니다. 이마트는 영국 부츠의 독점적 운영권을 확보해 2017년 H&B 사업을 시작했지만,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 왔습니다.

홈플러스는 올해 1월 인천 무의도 소재 연수원인 '홈플러스 아카데미'를 SK이노베이션에 매각했죠. 작년에는 경남 동김해점과 부천 중동점 등 2곳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이 외에도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점포 14곳을 세일앤리스백(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 등을 다른 기업에 매각하고 이를 다시 빌려 이용하는 것) 방식으로 매각했습니다. 최근에는 강서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본사 주차장을 CGV 등촌점에 공유하는 등 다양한 수익 확보 방안을 마련중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이처럼 파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것은 최근의 소비 침체와 매출 급감 등 불안정한 경영 환경 때문"이라며 "내수침체 시기에 막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 구조조정과 수익 다각화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유윤정 기자(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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