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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백악관 보수 이념가와 폭스 앵커, 한판 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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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트럼프 발언은 인종차별" 비판

밀러 "인종차별자란 꼬리표는 이 나라 극좌 민주당 인사들이 반대편 짓밟으려 할때 쓰는 수법"

조선일보

스티븐 밀러(왼쪽), 크리스 월리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참모와 가장 좋아하는 방송사의 앵커가 한바탕 붙었다. 백악관의 강경 보수 이데올로그, 트럼프의 반(反)이민 책사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 고문이 21일(현지 시각) '친(親)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의 인종차별 발언을 둘러싸고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설전을 벌였다.

'폭스뉴스 선데이' 진행자인 크리스 월리스는 이날 프로그램에 출연한 밀러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진보 성향 여성 유색 인종 의원 '4인방'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 발언을 두고 "이건 (트럼프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를 문제 삼았던 것처럼 인종이 다른 후보를 비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밀러는 "당신이 누군가를 비판했는데 어쩌다 그 사람이 당신과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걸 인종차별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인종차별자'라는 꼬리표는 이 나라 극좌 민주당 인사들이 반대편을 침묵시키고 응징하고 짓밟으려 할 때 자주 써먹는 수법"이라고 맞받았다.

월리스가 "그렇다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해도 된다는 뜻이냐"고 되묻자 밀러는 "대통령은 군중의 '돌려 보내라(send her back)'는 구호에 찬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지난 17일 노스캐롤라이나 그린빌에서 진행한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가 4인방을 향해 '사회주의자' '미국을 혐오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하자 지지자들이 "돌려보내라"고 연호한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월리스는 "트럼프는 13초 동안 구호가 이어지도록 내버려 뒀다. 그는 현장에서 (구호에 대해) 아무런 우려도 표명하지 않았고, 집회 후 관련 트위터도 올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실 트럼프는 유세 이전에 4인방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트위터에 썼다. 이날 유세에서 군중의 "돌려보내라"는 구호는 사실상 트럼프가 유도한 셈이다. 그러나 밀러는 "대통령은 그 구호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월리스는 트럼프가 코르테스의 발언을 왜곡해 비판한 점도 지적했다. 코르테스는 지난 3월 "국민은 쓰레기(garbage)보다 10% 나은 정책에 만족할 수 없다"고 했는데, 지난 19일 트럼프가 "우리나라와 국민을 쓰레기라고 불러선 안 된다"고 비판한 것이다. 월리스가 "트럼프는 대선 후보 당시 '오바마가 한 모든 것은 쓰레기'라고 비판한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냐"고 하자 밀러는 "대통령의 비판은 나라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여성 의원들의 발언은 있는 그대로의 미국, 현 미국 체제에 대한 깊은 증오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밀러는 트럼프 취임 직후 논란을 일으킨 무슬림 국가 시민들의 입국 금지 행정명령 입안자이자 불법 이민자 가족 분리 수용 등 강경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월리스는 폭스뉴스 앵커이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인해 트럼프로부터 "폭스뉴스 주말 앵커들을 보는 것은 낮은 시청률의 CNN방송을 보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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