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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민주당 7년 전 MB 독도 방문엔 “반일 감정 편승 말라”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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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를 놓고, 정부·여당의 대일 여론전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야당은 일본을 비판하면서도 정부·여당을 향해 신중해야 하다고 주문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페이스북에 죽창가·이적(利敵)·친일파·경제전쟁 등 강경한 단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심지어 일본 선수를 찬양하면 그것이야말로 신(新) 친일”이라고 규정했다. 모두 ‘피아(彼我) 감별사’로 나선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에선 “치밀한 외교적 접근보다는 반일 감정에만 편승하고 있다”(나경원 원내대표)고 반발한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도 이날 “문재인 정권에 충성하면 ‘애국’, 정당한 비판을 하면 ‘이적’이라는 오만함과 무도함에 국민들이 치를 떨 지경”이라며 “편 가르기로 얻은 표심으로는 대한민국 위기 극복이 불가능하다”고 논평했다.

낯설지 않은 구도다. 시계를 7년 전으로 되돌리면 말이다. 이때 정부·여당이 '청와대+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야당이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전신)인 게 차이라면 차이다. '거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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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다. 독도를 방문한 이 대통령이 주둔 경비대원들을 격려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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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0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다. 당시 일본이 ‘2012 방위백서’에 독도 관할부대를 명기하면서 국민감정이 들끓었을 때였다. 2011년 9월 일본에 위안부 배상청구권 문제 관련 외교 협의를 요청하고, 같은 해 12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래 협력을 논하기 어렵다”고 압박했지만 일본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헬기를 타고 독도를 찾았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최초였다. 경계근무 중인 독도경비대원들과 독도 현지 주민들을 만났고 방명록도 남겼다. 놀란 일본 정부는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직접 유감 성명까지 발표하며, 신각수 주일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신 대사는 이 자리에서 “독도는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지역임을 분명히 한다”고 답했다.

당시 야당(민주통합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불과 1년 전인 2011년 5월에만 해도 “우리 대통령은 왜 독도에 방문하지 않는지 국민은 의문스러워하고 있다”(홍영표 원내대변인)는 공식 논평을 냈지만, 이 대통령이 독도에 간 후엔 “깜짝쇼이자 정말 나쁜 통치행위”(이해찬 대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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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7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끝난 후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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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당시 대표뿐 아니라 차기 대선을 준비하던 경선 후보들도 비판 입장을 냈다. 문재인 캠프에선 “대선을 앞두고 느닷없이 독도를 방문한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진선미 대변인)고 했고, 정세균 후보는 “반일 감정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 독도 문제는 일본보다 더 차분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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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2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사무실에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 인터뷰하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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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 “앞으로 어떻게 한일관계를 이끌어갈지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추미애 최고위원), “일본을 자극하고 국제사회를 기만하려는 것은 현명한 처신이 아니다”(우상호 최고위원)는 등 민주당의 이 전 대통령 비판은 연말 대선 국면까지 계속 이어졌다. 직설 비판으로 유명한 정청래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 된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는다’고 얘기했다”면서 “(독도 방문은) 이게 무슨 외교냐 ‘똥볼’ 차기지”라고 했다.

야당의 공세가 거세자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토에 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이재오 의원은 야당을 겨냥해 트위터에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정치적으로 폄하하지 말라. 마치 일제 36년이 한국 근대화에 도움이 됐다는 신친일 매국파가 안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라디오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많은 국민은 당당한 대일외교를 주문해왔던 평소 야당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대선의 유불리만 생각하는 것으로 바뀐 건 아닌지 의아해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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