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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백색국가 제외’ 저지 총력전… ‘수출규제’ 이번주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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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로 맞불 놓으면서 日 정부·국제사회 설득에 '올인'

세계일보

24일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절차로 진행 중인 ‘의견수렴’을 마감한다. 비슷한 시기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가 정식의제로 올라간다. 일본이 수출규제 방침을 강행하며 한·일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길지, 안팎으로 자충수 논란을 빚은 경제보복 조치를 당분간 유보할지, 이번 주가 그 향배를 가늠할 분수령이다. 우리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일본이 쏘아 올린 공포탄에 맞불을 놓는 한편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도록 마지막까지 일본 정부와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일본 정부에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따지고 철회를 촉구하는 이메일 의견서를 보낼 예정이다. 일본의 법령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마감 시한(24일) 하루 전이다. 앞서 지난 1일 일본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고시했다.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민간단체들도 23∼24일 별도의 의견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 수렴 후에는 일본 각의에서 한국의 백색국가 배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각의 개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달 말 안팎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만약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된다면 비(非)전략물자 수출도 규제할 수 있는 캐치올(Catch all) 제도에 따라 식품과 목재를 뺀 거의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게 된다. 각의에서 결정이 내려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우리 정부는 그 전에 일본을 설득하는 데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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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 중 하나는 국제사회의 입김이다.

우선 22∼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가 그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정식의제로 올랐으며, 한·일 양국은 이례적으로 본국 대표를 파견해 발언하기로 했다. WTO 회의는 주제네바 대사가 발언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각각 대표를 파견해 국제사회를 적극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에서는 산업부, 일본에서는 경제산업성 실국장급 인사가 간다.

산업부 관계자는 21일 “일본은 수출물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우리 주장의 핵심”이라며 “160개국이 참여하는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조치가 WTO가 지향하는 자유무역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160개 회원국의 공감을 이끌어내 개별적인 지지 선언이나 후속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WTO행의 목표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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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선박에 수출용 컨테이너를 적재하는 작업이 한창인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시한을 앞두고 재검토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 역시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이에 대해 “한·미·일의 대북 공조에 구멍이 생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전해 미국이 일본에 압력을 가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최근 일본 내부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경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규제조치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 역시 한국 정부에 고무적이다. 유노가미 다카시(湯之上隆) 일본 미세가공연구소 소장은 최근 전기·전자 분야 전문지인 EE타임스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결과적으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장치 제조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과의 사업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일본의 자해’(Japan’s self-harm)는 무모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양국이 강경대응으로 평행선을 달리고 국민감정까지 악화되면서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일본을 대체해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반도체 소재 등의 관세를 최대 40% 깎아주는 ‘할당 관세’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19일에는 주요 화학물질 등의 연구개발(R&D)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필요 시 신규 화학물질의 신속한 출시를 지원하는 등 ‘단기 대책’을 공개한 바 있다.

김수미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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