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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트럼프 "아베가 부탁한다면" 중재 시사···볼턴은 한·일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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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한·일 갈등 관여 요청 공개,

"내가 얼마나 많은 일에 관여해야 하나,

한·일 두 나라 사이 개입 아주 힘든 일"

NSC "볼턴, 아주 중요한 동맹들과 대화"

지소미아 유지, 사태 조기 해결 촉구할듯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백악관에서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 기념 행사에 마이클 콜린스(왼쪽), 버즈 올드린(멜라니아 건너 오른쪽) 당시 우주인들과 함께 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발표 19일 만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일 무역갈등 관여를 요청받고 '내가 얼마나 많은 일에 관여해야 하나'라고 했다"며 "양국이 모두 원한다면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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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 무역갈등에 관여를 부탁하자 "내가 얼마나 많은 일에 관여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아마 양국 모두 내가 관여하길 원한다면 그럴 것"이라고 여지도 남겼다. 양국의 힘든 문제에 끼고 싶지 않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부탁한다면 개입할 수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다음 날 20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과 한국을 연쇄 방문하기 위해 떠났다.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탈퇴 기류가 있는 가운데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열린 아폴로 11호 달착륙 50주년 기념행사 도중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 갈등 개입을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일 간에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며 "사실 한국 대통령이 내게 관여할 수 있을지를 부탁해 '얼마나 많은 일에 내가 개입해야 하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북한에 관여해 돕고 있고 아주 많은 다른 일에 관여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과 엄청난 무역합의도 막 마쳤다"며 "하지만 그는 내게 지금 (일본과) 많은 무역 마찰이 진행 중이고, 일본이 한국이 원하는 몇가지를 갖고 있는 데 내게 개입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그들 양쪽이 내가 개입하길 원한다면, 그럴 것"이라면서도 "한·일 사이에 개입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it's like a full-time job)"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두 지도자를 좋아한다. 문 대통령은 좋아하고 내가 아베 총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러분도 알 것"이라며 "그 또한 아주 특별한 남자"라고 했다. "그들이 내가 필요하다면 함께 할 것"이라면서도 "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에둘러 얘기를 했지만 양자 해결을 촉구하며 마무리를 한 셈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0일 트위터를 통해 "존 볼턴 대사가 대단히 중요한 동맹 및 우방국들과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을 향해 오늘 출발했다"고 공개했다. NSC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지난 18일 "지소미아 재검토" 발언을 포함해 세부 의제는 공개하진 않았지만, 미국의 지소미아 유지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무부 대변인은 정 실장 발언이 나오자마자 "지소미아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할 중요한 도구"라며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를 전폭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동맹 사이 한쪽 편을 들거나 선뜻 중재에 나서긴 힘든 상황에서 처음으로 관심을 표명하고 양국이 모두 원하면 개입할 수 있다고 한 발언 자체가 양국에 대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선 한·미·일 3국이 공조해야 할 시급한 현안들이 있기 때문에 볼턴 보좌관 방문을 계기로 양국에 무역갈등을 조기 해결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잇따른 유조선 나포로 세계 최대 원유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호르무즈 보호 연합'을 결성하는 문제도 미국에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브라이언 훅 국무부 이란특별대표는 19일 천준호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를 포함해 60개국 외교 사절을 초청한 설명회에서 "긴장이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어 해협을 통과하는 자국 선박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군들의 연합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동맹 19-2 훈련' 중단 요구로 북·미 실무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도 한·미·일 공조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동맹 훈련이 약속 위반이란 북한 주장에 대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훈련에 대해 정확히 약속한 그대로 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은 수주 안에 실무협상팀을 다시 구성하기로 했고 우리는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미국이 동북아 두 주요 동맹 간 분쟁을 중재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지만, 미해결 상태로 방치해 북핵 제거에서 국제 무역 규범을 강화하는 문제까지 등 3국의 중요한 공조 능력을 손상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현재 한일 갈등으로 자국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쉴라 스미스 미 외교협회 선임 연구원은 "한·일 양국 간 정책 검토의 사안에 미국 정부가 개입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강력한 3국 유대에 관심을 갖지만 모든 양자 현안에 중재자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은 한·일 양국이 제재 아래 불법적으로 교역이 이뤄지길 원치 않는 만큼 증거에 입각해 긴밀히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면서 "입증의 책임은 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한 일본이 한국 기업이 전략물자 통제체제를 위반한 증거부터 제시하고 한국이 증거로 반박하면 해결 가능한 사안이란 뜻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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