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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람과 법 이야기] 달과 우주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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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969년 7월 20일은 아폴로 11호 우주인들이 달에 첫발을 내디뎠던 역사적인 날이다. 오늘로 만 50주년을 맞았다. 전 세계 이곳저곳에서 이날을 기념해 각종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인간이 지구별이라고 하는 중력 공간에서 벗어나 외계 천체에 첫 발자국을 남긴 그 순간.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면서 느낀 그 환호의 감동은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당시 전문가 해설은 천문학자 고 조경철 박사(1929~2010)가 맡았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딛는 바로 그 시점에서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앉은 의자에서 뒤로 나자빠진 장면 역시 고스란히 떠오른다. 고인은 그 일화로 하여 아폴로 박사로 이름을 남기셨다.

여덟 살 소년은 당시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우주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 그 여파로 우주과학책에 탐닉하면서 별자리, 천체 관측에 몰입하기도 했다. 우주선 로켓 모형 조립, 헬멧에 산소통을 멘 별나라, 달나라 우주인 그리기는 당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유행, 놀이가 됐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는지, 누가 일러준 것도 아닌데 대학에 가서는 천체물리학을 공부하리라고 자연스레 생각했다. 수학, 과학 공부에 더 흥미를 가진 이과생이었던 것도 당연했다. 중간에 뜻이 꺾이는 바람에 문과의 길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그 반발로 진학한 대학을 자퇴하고 과를 바꿔보려는 방황을 하기도 했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 한 곳에는 여전히 과학 공부의 미련이 남아 있기는 한가 보다. 아폴로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이 아침. 마음이 다시금 수선스러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인 듯하다. 판사 28년, 변호사 9년 뒤에 미국에 유학하여 73세 나이에 물리학자가 되신 강봉수 박사님(1943~)의 길을 염탐하면서 흠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주인(astronaut)이 되는 꿈은 이제 접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2007년 56세 나이에 우주왕복선을 탄 수학 선생님 바버라 모건(1951~)의 이야기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는 1986년 미국 레이건 행정부 시절 추진됐던 '우주 교사 프로젝트(Teacher in Space Project·TISP)'에서 2위로 선발된 민간인 우주인이었다. 학교 교사를 우주로 보내 그곳 현장에서 원격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청소년들에게 우주의 꿈을 심어주자는 목적에서였다. 여기서 1위로 선발된 선생님은 크리스타 매콜리프였다. 그런데 비극적이게도 그를 태운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공중 폭발하고 만다. 그는 동료 다섯 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이 참사로 계획은 중단돼 버렸다. 2위로 선발돼 같이 우주인 훈련을 받았던 모건은 이 비극적 장면을 발사 현장에서 고스란히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 수업의 꿈은 끝내 이뤄졌다. 그때로부터 21년 만에 모건 선생님은 우주 왕복선 '인데버' 호를 타게 된 것이다. 선생님은 세계 최초의 우주 수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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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우주에 대한 꿈을 가지려 하는가. 아이들에게 이 꿈을 품도록 하는 일이 왜 그리도 중요한 것일까. 때론 엉뚱한 정치적 이유로, 또는 어마어마한 국가 간 경쟁 과정에서 자국의 국력 과시로 연결돼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너무나도 본질과는 무관하고, 불순해 보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우주의 원소로 구성돼 있고, 결국 저 하늘의 별로 돌아갈 것이기에 이런 귀소본능 때문은 아닐까. 과학의 마음은 이러한 순환 과정에서 질서정연한 만물의 법칙을 관측하고 이해해낼 수 있다는 낙관 속에서 자라난다. 찰나와도 같은 이 유한한 인생에서 그래도 내 존재의 근원과 이유를 알아보고자 하는 호기심과도 연결돼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인류 공존과 관용의 마음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이 여름 아침, 양희은의 '네 꿈을 펼쳐라'를 들으면서 "파란 하늘 가득 고운 꿈을 싣고 날아라"를 흥얼거리고 싶다. 때마침 최근에 발간됐다고 하는, 우주인 선발을 소재로 한 소설책을 사서 읽으며 이 삶의 중력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김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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