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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규제혁파 기업이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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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7일 제주포럼에서 정부의 규제개혁 성과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홍 부총리는 규제샌드박스 사례를 들며 "영국 재무장관을 만나 규제샌드박스에 대해 얘기했더니 한국이 영국보다 광범위하게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 영국 재무장관이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규제샌드박스 제도 시행 6개월 만에 81건의 사업이 승인되고, 올해 목표의 80%를 이미 달성한 데 대해 자화자찬한 것이다. 규제샌드박스 도입으로 규제 때문에 발이 묶여 있던 신산업·신기술의 사업화가 가능해진 것은 실로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모래 놀이터'에서 불기 시작한 규제개혁 바람이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규제 때문에 사업이 힘들다는 기업의 아우성은 여전하다. 같은 행사에 참여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겠다"며 "그동안 정부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규제만 없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규제개혁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온도 차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규제샌드박스 도입으로 심전도 측정 시계, 수소차 충전소, 공유 주방 등 수년째 못 풀던 규제들을 푼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정작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이 극심한 원격의료, 공유차량 서비스 등 굵직한 규제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의사·약사단체의 반발로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 18년째 제자리걸음이고, 차량공유·숙박공유 등 공유경제는 불모지라고 할 만큼 크게 뒤처져 있다. 정부의 대응을 보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이익집단을 설득해 혁신의 공간을 마련해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핵심 규제는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규제개혁에 스스로 도취돼선 곤란하다. 당사자인 기업들이 불만족스럽다면 그것은 개혁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다. 변두리 규제를 푸는 것만으로는 정부가 바라는 혁신성장은 요원하다. 기업들이 규제개혁을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이제 충분하다고 할 때까지 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투자와 활력이 살아나고 혁신성장도 날개를 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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