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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성폭력 가해자 ‘무고’ 남발…10건 중 8건이 불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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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건 처리 토대로 첫 통계…무죄비율, 형사사건보다 8배나 많아

피해자 증언 막으려 잇단 고소…“방패법·역고소 남용 금지 도입해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자가 피해를 주장하는 이를 무고로 고소하는 사건 10건 중 8건은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력 무고 사건의 무죄 비율은 일반 형사 사건 무죄율보다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9일 제117차 양성평등정책포럼을 개최하고 성폭력 무고 사건 통계를 발표했다. 검찰의 사건 처리를 토대로 성폭력 무고 사건 통계를 내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7~2018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자가 피해를 주장하는 이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건은 824건이다. 이 중 불기소 처리된 사건은 693건(84.1%)이다. 같은 기간 검찰이 직접 인지한 성폭력 무고 사건은 330건으로 이 중 14건(4.2%)이 불기소 처리됐다. 경찰이 인지한 30건 중 불기소된 사건은 8건(26.7%)이다.

기소 후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는 비율도 높은 편이다. 2017~2018년 법원이 선고한 성폭력 무고 사건 363건 중 22건(6.1%)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일반 형사사건의 1심 무죄율인 0.7%와 비교하면 8배 이상 높은 셈이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원 부연구위원은 이날 포럼에서 피해자들이 높은 불기소 처리 비율 등에도 여전히 역고소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한다고 했다. 2018년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국 4개 상담소에서 진행한 3484건의 상담 중 역고소를 우려하거나 협박 피해를 호소한 사례는 17.1%이다. 김 위원은 “성폭력 가해자를 전문적으로 대리하는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역고소를 부추기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수사기관은 무고 고소가 위법한지 판단해야 하고, 재판부는 가해자가 무고로 허위 고소하면 이를 양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정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피의자에 대한 무죄추정 원칙은 피의자가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할 권리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진술에 명백한 허위나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내용이 있어야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책임연구원은 미국과 같은 ‘방패법’(Rape shield law)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방패법은 성폭력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과거 성적 행동을 묻지 못하게 되어 있는 조항이다. 수사기관이 피해자를 섣부르게 성폭력 무고로 몰거나 선입견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변호사들의 무분별한 무고 고소를 제한하는 ‘역고소 남용 금지’ 조항을 신설할 수 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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