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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여적]한 보수주의자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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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사상은 스스로를 좀 먹기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독재자인 주제에 현대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를 가르치려 든 것이다. 기가 막힌 일이지만, 푸틴이 그럴 만한 이유는 있었다.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극단적 분열과 대립으로 수렁에 빠져 당면한 지구적, 국내적 과제에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집단과 의견의 경쟁을 전제로 한다. 바로 그 때문에 대화와 협력이 필수불가결이다. 하지만 요즘 민주주의 국가에 그게 없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는 한·일 문제에 대한 초당적 대처에 합의했음에도 국내 문제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모두의 책임이지만, 아무도 성찰할 줄 모른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17일 왕립 국제 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에서 총리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 공개 연설을 했다. 그는 자기의 실패로부터 보수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했다.

“어떤 것을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기를 끌 수 없는 자질이 필요합니다. 바로 타협입니다. 당신의 가치와 타협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타협은 각자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현실에서,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설득·단합·상호양보가 필요한 곳에서 당신의 가치와 신념을 지켜주는 일입니다. 타협은 최고의 정치입니다. 오늘날 원칙과 실용주의를 결합하지 못하거나 타협을 못함으로써 우리의 정치담론 전부가 잘못된 길로 간 것 같습니다. 말은 결과를 낳습니다. 나쁜 말은 나쁜 행위의 첫걸음, 즉 혐오와 편견의 어두운 곳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현대 정치의 지속 가능성은 비타협적 절대주의가 아니라, 공동 기반 위에서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사회보장제 도입 계기가 된 베버리지 보고서는 연합정부 때 나왔습니다. 노동당 정부에서 그 보고서를 냈던 장관은 보수당 소속이었습니다.”

이대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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