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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특별기고]블록체인 전구의 탄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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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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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00년경 그리스에서 호박을 닦을 때 발생하는 정전기 현상을 발견한 뒤로 인류는 전기 현상을 신비로운 자연 현상으로만 이해해 왔다. 2,000여 년이 지난 17세기에 이르러서야 영국의 길버트가 이 현상에 엘렉트리쿠스(electricus)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과학자의 관심을 끄는 존재가 되었고, 오늘날의 전기(electricity)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 18세기에 피뢰침 실험을 한 벤자민 프랭클린을 시작으로 여러 과학자는 전기 현상에 대한 이론을 정립해 학문으로서 전기를 이해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전기는 자연법칙을 이해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19세기 토머스 에디슨이 인류의 역사를 바꾸게 되는 전구를 발명하면서 마침내 전기는 자연 현상을 벗어나 대중들의 실생활로 급속히 전파되었다.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매개물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어 놓은 혁명적인 도구가 된 것이다.

최근 혁명적인 발명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의 발전 단계를 전기의 사례에 비추어 본다면 비트코인, 이더리움이라는 전기가 발견되어 과학적인 이론이 정립된 단계로 볼 수 있겠다. 아직 블록체인은 블록체인계의 과학자라 할 수 있는 소수 개발자에게, 그리고 일부 선구적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상품으로써만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제 블록체인은 실생활에 녹아들도록 하는 매개체 즉, 블록체인의 전구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이다.

2016년 비트코인의 폭발적인 가치 상승을 경험한 후로 블록체인은 대중에게 투자 대상으로 깊이 각인되면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이 투자 관련 산업에 편중되었다. 이는 생활에 이용할 수 있는 기술로서의 블록체인 발전이 더뎌지게 만든 하나의 요인이기도 했다.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사람은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크게 두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는 블록체인 알고리즘 등 순수 기술의 발전, 두 번째로는 블록체인을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또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다.

모든 응용과학의 발전은 순수 과학을 바탕으로 발전하듯이 블록체인 순수 기술 발전의 중요성은 순수 과학의 중요성에 빗댈 수 있겠다. 하지만 산업적으로 성공을 이루기 위한 발전은 응용기술에서 출발한다. 블록체인은 대중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블록체인 응용기술을 개발해내야 블록체인 순수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과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안정적이고 쉬운 거래를 지원하는 도구들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지갑이 가장 생각하기 쉬운 예일 것이다. 블록체인은 암호화 기술 기반 위에서 탄생했다. 거래를 위해서는 주소와 개인 키가 필요한데 이 형태가 사람이 기억하기 불가능한 형태다. 지갑은 이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중간 매개체로서의 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여러 가지 블록체인 지갑들이 서비스되기 시작하면서 이메일 주소를 이용한다거나, 대체적인 인증 수단을 도입하여 거래 방법이 점차 쉬워지고 있으며 여러 가지 편의성을 제공해 주는 등 의미 있는 시도가 있다.

또한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블록체인은 특유의 비가역성으로 인해 거래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함이 존재한다. 콘텐츠 사업을 운영할 때는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게임 서비스의 경우 잘못된 패치, 천재지변과 같은 일에 의한 시스템 장애, 또는 의도에 맞지 않는 이용자의 이용 등으로 인해 서비스의 존립 자체를 위험하게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극단적일 경우 과거 일정 시점으로 서버를 되돌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순수 블록체인에서는 이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콘텐츠 개발사가 블록체인을 사용하기 주저하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수년간 공들여온 서비스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된다면, 누가 이런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을까? 사람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는 사용자와 블록체인의 중간 매개체인 블록체인 활용 도구 및 플랫폼들이 해야 하는 역할이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웨이투빗은 블록체인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BORA’를 개발해, 최근 아일랜드(ISLAND), 아톨(ATOLL) 서비스를 출시했다. BORA 아일랜드는 간단하게 블록체인 거래를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블록체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사용자 포털이다. BORA 아톨은 콘텐츠 개발자를 위한 솔루션이다.

BORA 플랫폼은 블록체인을 일정 블록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콘텐츠 개발사에게 일종의 롤백을 용인한다. 다만, 이는 이용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특별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또 블록체인의 신뢰도와 투명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이에 대한 이력 또한 철저히 관리 및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은 그동안 우리가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가치와 그 기반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큰 기술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증명하듯 카카오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클레이튼을 포함해 국내외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더욱 다듬어지면서 실질적 서비스가 가능한 모습으로 변모해 갈 것이고, 근시일 내에 ‘전구’처럼 우리의 삶을, 우리의 가치 개념을 새롭게 바꾸어 줄 일상생활 속 서비스로 탄생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송계한 웨이투빗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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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한 대표는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지난 20년간 게임 서비스와 관련된 여러 플랫폼을 개발하며 플랫폼 사업을 이끌었다. 삼성전자 서버 시스템 개발과 Embeded system 개발을 거쳐, NHN에서 본격적으로 게임 플랫폼을 개발한 송계한 대표는 게임 퍼블리싱 서비스 플랫폼 ‘PURPLE’ 개발 총괄 및 NHN USA 게임 플랫폼 개발 총괄, Smilegate 모바일 게임 서비스 플랫폼 ‘STOVE’ 개발과 사업 및 제작을 총괄했다. 또한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인 Palmple의 초기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게임 서비스 사업을 이끌었다. 현재는 블록체인 서비스 BORA를 개발하는 웨이투빗 CEO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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