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천장서 훤히 보이는 '극장형 수술실' 만들었어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전 유성선병원 선두훈 이사장

수술실서 새로운 결정 내릴 때 의사가 환자 가족과 실시간 소통

"우리가 수술하는 모습을 천장 위에서 다 볼 수 있어요. 환자 가족도 원하면 보여 드립니다."

대전시 서쪽에 자리 잡은 유성선병원이 이번 달 신관(新館)을 신축 개원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수술하는 모습을 외부에서 볼 수 있는 '극장형 수술실'을 열었다. 수술실 천장이 유리 문으로 열려 있고, 수술을 보고자 하는 사람은 위층 참관실서 수술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수술실과 참관실은 스피커폰으로 대화할 수 있다.

선병원재단 선두훈(정형외과 전문의) 이사장은 "수술대 위쪽에 카메라도 설치해 수술하는 장면을 세세히 녹화하고 실시간으로 방영할 수 있다"며 "수술실 공개는 주로 의료진 교육이나 견학용으로 쓰이지만, 수술 부위나 범위를 현장에서 바꾸거나 새로운 결정을 할 때 환자 가족이 수술실 집도의를 직접 보면서 상황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천장이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열린 대전 유성선병원 수술실에서 정형외과 전문의인 선병원 선두훈(오른쪽) 이사장과 부인암 수술 권위자인 산부인과 최석철 박사가 수술 준비를 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존 수술실에선 수술 중 발생하는 변수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와 이에 따른 보호자 동의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유사시 의료진이 수술실 밖으로 나와 보호자와 얘기해야 하는 구조기 때문에 감염 위험과 번거로움이 있다. 극장형 수술실은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53년 전 선정형외과의원으로 출발한 선병원은 현재 대전선병원, 유성선병원, 국제검진센터, 선치과병원 등 4개 병원 85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선두훈 이사장, 선승훈 의료원장, 선경훈 치과원장 등이 설립자 고(故) 선호영 박사 아들들이기에 지역에선 '삼형제 병원'으로도 불린다. 지방 병원으로는 이례적으로 한 해 6000여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있고, 유럽에 병원 시스템을 수출한 바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선병원의 의료 서비스 혁신과 '디테일 경영' 특강을 가졌다. 대기업이 지방 병원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선병원은 전국 병원 경영진의 인기 견학 코스기도 하다.

유성선병원은 이번에 13층 규모의 신관을 열면서 국내 병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다. 모든 병실이 주변 숲을 향하는 복도 한편으로만 배치됐다. 일반적인 병원의 병실은 복도를 사이로 마주 보는 형태다. 입원 환자들은 항상 숲을 바라보며 힐링할 수 있다.

병실 맞은편에 배치된 간호사 업무 공간은 의약품이나 의료 기기 등이 안으로 들어가 마치 호텔 접견실을 연상시킨다. 선 이사장은 "환자 병상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모니터(스마트 베드사이드 스테이션)를 설치해 회진 시 필요한 의료 영상, 입원비 경과, 복용 중인 약물 정보 등을 침대에서 손으로 터치해서 다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의약품이나 식자재를 이송하는 로봇은 각 병동은 물론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직 이동도 한다.

선 이사장은 "스마트 병원의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탁월한 병원이 되도록 경쟁력을 갖춰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