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황교안·손학규 "반일감정만 호소말라", 文대통령 "난 반일감정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文대통령·5黨대표 회동]

文대통령 "부품 경쟁력 키워야"… 黃·孫 "한일 정상회담 필요"

18일 청와대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與野) 5당 대표들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초당적 대응'을 강조했다. 청와대와 여야 대변인들은 회동 후 "일본은 경제 보복을 즉각 철회하라"는 공동 발표문을 냈다. 범국가 차원의 비상 협력기구 설치도 합의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경(追更) 추가 편성, 소재·부품 국산화를 거론한 반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한·일 정상회담과 대일 특사 파견을 주장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경제·산업 차원의 장기 대책'을 거론한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외교 협상을 통한 빠른 해결'을 주문한 것이다. 양측이 공동 발표문은 냈지만 한·일 갈등 문제 해법에서는 입장 차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文 대통령 "반일 감정 없고 그럴 생각도 없어"

문 대통령은 이날 보복 철회를 위한 '외교적 협상'보다는 소재 국산화 등 장기 대책에 강조점을 뒀다. 문 대통령은 대일 특사 파견 같은 외교적 카드를 먼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추경을 최대한 빠르고 원만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추경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협력하고 소재·부품 예산도 국회에서 처리해주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이 경제 전쟁은 쉽게 안 끝난다. 어차피 한 번 건너야 할 강이고 넘어야 할 산"이라며 "추경안을 빨리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회담 마치고 공동발표문 내용 조율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與野) 5당 대표들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회담을 끝낸 뒤 각자 대변인들과 공동 언론 발표문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원탁테이블에 앉은 사람을 기준으로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사진에 보이지 않지만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금 정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말로 국민감정에 호소하고 있다"며 "말과 감정만으로는 문제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저 자신이 한·일 회담 반대 투쟁을 시작했던 사람"이라며 "이번 사태는 일본 정부의 잘못이지만 우리도 반일(反日) 감정에 호소하거나 민족주의로 대응하지 말고, 일본이 방향을 전환할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반일 감정은 스스로도 갖고 있지 않다. 또 그럴 생각도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어 "부품 경쟁력 강화, 수입선 다변화 등 중·장기적 해결 노력을 하지만 당장의 외교적 해결도 소홀히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황 대표와 손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조속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대일 특사 파견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황 대표는 "조속한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해 양국 정상이 마주 앉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일 특사를 서두르고 대미 고위급 특사도 파견해 한·미·일 공조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도 같은 취지로 말했다.

조선일보

문 대통령은 "해법이 된다면 언제나 가능하지만 무조건 보낸다고 되는 게 아닐 것"이라며 "협상 끝에 해결 방안으로 논해져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5당 회동에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대일 특사 파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같이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여러 번 제안했지만 일본 측 호응이 없어 아직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 때 위안부 합의를 언급하면서 "양 정부 간 합의만으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며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어야 함을 교훈으로 얻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외교안보 라인을 엄중히 문책하고 경질해 국민을 안심시켜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야당의 정경두 국방장관 해임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7월 31일 또는 8월 1일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발표를 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고 정동영 대표가 전했다.

◇與野 이견에 문 대통령 "만족 안 해"

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대표는 회동 후 브리핑에서 "내가 문 대통령에게 만족하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오늘 공동발표문에 추경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일 그런 얘기가 나왔으면 추경 때문일 것 같다. (대통령이) 추경 때문에 좀 많이 아쉬워한 건 맞는다"고 말했다.




[정우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