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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헬조선은 386세대가 만들었다’는 논쟁적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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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86 세대유감-386세대에게 헬조선의 미필적고의를 묻다
김정훈·심나리·김항기 지음/웅진지식하우스·1만6000원

386세대. 1990년대 후반엔 대거 정치권에 진출했던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지만, 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486, 586, 엔(N)86 등으로 바뀌어 여전히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용어다. <386 세대유감>은 기자와 전·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등 3명의 지은이가 뭉쳐 작심하고 기득권이 된 386세대를 비판하는 책이다.

지은이들이 보는 386세대는 이렇다. 이들은 전두환 정권의 교육개혁조치로 정원이 대폭 늘어난 대학에 쉽게 입학했다. 전두환 정권에 대항해 민주화 투쟁을 이끌며 전대협 등을 결성해 20대부터 확보한 정치적 발언권을 지금까지도 놓지 않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선 호황기를 맞아, 가고 싶은 회사에 골라서 입사했고 30대엔 신도시 건설과 주택금융규제 완화로 일찌감치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얻었다. 아이엠에프(IMF) 당시에도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감원의 칼날을 피해간 운 좋은 세대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현재의 대한민국은 비정규직 양산, 취업난, 사교육 폭발, 삼포세대, 부동산 공화국이란 말로 들끓는 ‘헬조선’이 되었을 뿐이다. 지은이들은 세상이 이렇게 된 데엔 입으론 정의를 말하면서도, 정치와 사교육·부동산에선 철저히 자기 이익 추구에 나선 386세대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며 “이제 당신들에게 걸었던 기회를 회수하겠다”고 선언한다.

이 책은 정교한 사회학적 분석이라기보단 386세대 서사를 파괴하기 위해 만든 대항서사로 읽힌다. 어차피 386세대가 자신을 생각하는 자기서사 자체가 잘 꾸며진 이야기였다면, 그것을 해체하는 것도 선명하게 뽑아낸 이야기의 몫인 걸까.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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