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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의출발새아침] 전우용 "훈민정음 해례본, 사람이 돈만으로 사는건 아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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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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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7월 18일 (목요일)

□ 출연자 : 전우용 역사학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출근길에 라디오로 만나는 깊이 있는 오디오 칼럼시간입니다. 역사의 눈으로 목요일마다 우리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해 주시는,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박사님, 어서 오십시오.

◆ 전우용 역사학자(이하 전우용): 안녕하세요.

◇ 김호성: 오늘의 오디오 칼럼, 제목은 어떤 건가요?

◆ 전우용: 요며칠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옛날 말로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죠. 그래서 유례 없는 일인데 보통 우리가 사람을 잡고 돈을 요구하는 것을 인질극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건 사람이 아니니까 책질극이라고 한 번 잡아볼까요.

◇ 김호성: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대충 감은 잡지만 그 속내가 도대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박사님께서도 지금 책질극 이런 말씀까지 하셨는데. 훈민정음 해례본을 둘러싸서 지금 나타나는 현상들이잖아요. 대법원 판결가지 나왔고 그래서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잘못한 게 없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무슨 1000억씩이나 요구를 해, 그 이면이 도대체 무엇인가 여러 가지 복잡합니다. 좀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 전우용: 상황들은 다들 알고 계실 것 같은데, 일단 첫 번째 훈민정음 해례본의 가치부터 이야기를 말씀을 좀 드려볼까 합니다. 한국이 자랑하는 것 중의 대표적인 것이 한글이죠. 사실은 우리가 국경일을 국가의 탄생과 관련한 날로 지정해서 네 개를 처음에 지정했거든요. 그게 개천절, 3·1절, 광복절, 제헌절 4개였다가 2005년 한글날을 추가했어요. 이건 국가 탄생과 관계가 있는 날은 아니지만 한국의 이른바 국민적 정체성과 국민적 자부심의 근원이라는 취지에서 한글날을 정했던 것이거든요. 한글이 왜 이렇게 중요하냐면 많이들 알려졌지만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 중에서 유일하게 누가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그런 문자다, 거기까지였어요. 그런데 누가에다가 덧붙여서 어떤 원리로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문자라는 거죠. 거기에 담겨 있는 철학적 또는 과학적 내용들이 무엇인지. 사실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또는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이걸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세계의 여러 언어학자들이 궁금해했어요. 그래서 이게 만주어나 몽골 문자를 베낀 것이라는 둥, 인도의 산스크리트 문자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둥. 한국인들, 특히 세종대왕 당시에 창의성을 무시하는 결론들이 나와 있었거든요. 그런데 1940년에 지금 우리가 간송본이라고 부르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처음 발견됐고 그걸 통해서, 일제강점기에 공개도 안 됐어요. 해방 후에 공개되면서 비로소 이게 어떤 원리에 의해서 창안된 것인지 알 수 있게 됐거든요. 이건 무슨 얘기냐면 누가 어떤 원리로 창안했는지를 알 수 있는 문자라는 점에서 한국의 보물일 뿐만 아니고요. 인류 공유의 공통의 문화유산이에요. 전 세계의 이런 식의 문자가 이런 정도의 인구에게 사용되는 예가 없거든요. 그만큼 훈민정음 해례본의 가치는 한국의 국보를 넘어서 세계적인 보물이에요. 그러니까 워낙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죠. 그리고 이제까지는 이게 이른바 간송본이라고 불리는, 안동에서 발견돼서 서울 서점을 거쳐서 간송 전형필 선생 수중에까지 들어갔던 이게 유일본이었어요. 그런데 같은 판본으로 찍은 책이 상주에서 또 발견된 거잖아요. 그래서 상주본이라고 지금 이름 붙이는 것이고. 그래서 이게 가격을 도대체 어떻게 붙일 수 있을 것이냐, 처음부터 그게 초미의 관심사였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특히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요. 이런 식의 국보 또는 세계적 가치를 지니는 문화재에는 가격을 매길 수가 없죠. 어떻게 매기겠어요. 이게 부르는 게 값일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남대문 국보 1호라는 것은 기억하면서 국보 3호, 4호가 뭔지는 모르는 그런 문화이다 보니까 새로운 문화재가 발견됐다고 하면 그 값어치가, 가격이 얼마나 되느냐부터 관심을 갖게 됐던 거잖아요.

◇ 김호성: 간송본보다도 더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는 무엇 때문에 그렇죠?

◆ 전우용: 일부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했고요. 왜냐면 간송본 자체가 좀 낙장이 있어요. 첫 장이 없고요. 그런데 상주본도 낙장이 있어요. 낙장이 있는데. 간송본은 원래 같은 판본인데 네 모퉁이를 좀 잘라내서 사이즈가 좀 작대요. 그런데 상주본은 그것보다 크고. 간송본은 뒷면에 이런저런 글자가 써 있어서 좀 안 보이는 글자들이 있는데 이것은 옆에 해례본을 보면서 주석을 달아놓듯 글씨를 써놓은 것이기는 하지만 글씨가 잘 보였다, 처음에는. 그리고 보존 상태도 양호했다 해서 간송본보다 가치가 더 있을 것 같다라는, 본 분이 한 분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봤는데 그런데 이제 집에 화제가 나면서 도대체 어느 정도나 훼손됐는지도 사실 지금 알 수 없는 상태죠.

◇ 김호성: 상주본의 현 상태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도 모른단 얘기죠?

◆ 전우용: 그렇죠, 불에 그을렸다라는 정도인데. 도대체 얼마나 그을렸는지도 지금 보고 왔다는 분이 없기 때문에 알 수가 없어요. 그을려서 문화재 가치가 훼손되는 건 당연히 훼손되는 거죠. 훼손되지만 그걸 가격으로 역시 평가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훈민정음 간송본의 가치, 이것도 그냥 말로 나왔던 얘긴데 간송본의 가치도 어떻게 보통 이야기하냐면 가격감정사, 문화재 감정사가 가격을 평가한다기보다도, 얼마 전에 간송본 같은 경우 간송미술관에서 나와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전시회를 했잖아요. 그때 전시회 하려면 이동해야 하니까 보험을 들여야 만약에 이동하다 문제가 생기면 큰일 나니까. 그 정도 며칠 정도 나와 있는 동안에 얼마의 보험료를 부과할 것이냐. 그래서 그냥 보험가 산정기준으로 그 정도 집어넣었던 것이 1조원이다, 또는 1조원 이상이다, 이런 이야기 나왔던 것이고. 이게 최소한 간송본 가격은 된다고 판단해서 이분이 1조원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죠. 그런데 이걸 본인은 적법하게 취득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법원 판결은 아니다라고 판결이 난 셈이지만. 그리고 기증을 하겠다. 그런데 관행적으로 국립박물관이나 국공립박물관에서 기증을 받을 때 그냥 받는 게 아니고 기증한 분에게 대체로 시중가의 20% 내외 정도 되는 감사의 사례비를 드리죠. 그게 기증의 관행이었기 때문에 자기가 1조원짜리 상당한 물건을 국가에 기증할 테니까 관행대로 1/5~1/10 적어도 1000억 내지 2000억을 내놔라,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알려졌더라고요.

◇ 김호성: 그런데 문화재청 관계자가 찾아가서 국가의 입장도 설명하면서 문화재로서의 국가로의 반환 이야기했는데 이야기도 못 듣고 쫓겨났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요. 이걸 어떻게 우리가 지혜롭게 이 문제를 풀어야죠?

◆ 전우용: 이분은 이 과정에서 투옥도 됐었고, 감옥살이도 했었고, 또 자기가 워낙 비난을 받고 있고, 그냥 줄 수는 없다. 국가가 자기한테서 그냥 뺏으려고 한다, 이런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잖아요. 그리고 결국 그렇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책질극 상태로 돌아간 거죠.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으면 이거 그냥 무덤까지 가져가겠다, 아니면 아무에게도 안 주겠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최근에 보면 다른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어떤 독지가가 매입해서 또는 국가 대신 보상해서 국가에 반환하겠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는데,이 보도가 최근 나온 보도라서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사실 이 정도 되는 세계 인류사적 가치를 가진 문화재는 누구에게 팔 수가 없어요. 한국 국가가 아니면 어느 누구에게도 팔 수가 없어요. 일본 문화재상에게 팔겠어요, 외국의 어떤 문화재상에게 팔겠어요, 아니면 국내 어떤 재벌이 이걸 사겠습니까. 본인도 이것이 국가가 아니면 넘길 대상이 없다는 걸 알 거예요. 알 거고 가급적 많이 받으려고 이러는 것인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무리 개인이 잘 보존한다고 하더라도 이게 책이기 때문에 또 고서기 때문에 항온항습 방제방충 굉장히 전문적이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이대로 가면 갈수록 훼손 상태는 심해질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심해진 상태에서 계속 시간을 끌면서 책을 붙들고 국가에 요구하다가 일이 안 풀린 채로 10년 20년이 흐른다든가 하게 돼버리면, 이미 이분은 성함도 공개됐어요. 어떤 이름인지 다 알려졌잖아요. 사람이 돈만 가지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적절한 정도라면 자기가 외국에 나가서 큰 남은 평생을 사치와 방탕으로 일생을 보낼 게 아니라면 그렇게 몇백 억 수준의, 또는 1000억 2000억 수준의 그런 돈이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저는 보는데, 그렇게 했다가 두고두고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는, 죄인이 될 수밖에 없죠. 그 점을 본인이 인지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 국가가 정해놓은, 정부가 정해놓은 법의 테두리가 있고요. 그 테두리 안에서 이미 대법원에서도 이 물건이 이 사람이 적법하게 취득한 물건이 아니고 이미 전 소유자가 국가에 기증한 이상 국가의 것이다라고 판결이 이미 난 이상 대법원 판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한일 간에 이런 관계까지 이르게 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 대법원 판결을 어떤 식으로 꺾겠어요. 국가가 보상을 해주더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제3의 독지가가 나서서 대신 매입해서 국가에 반환하겠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이게 합법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그게 가능하다면 문제없이, 또는 갈등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겠죠. 그런데 그렇게 되든 어떻게 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안전하게 가급적 빨리 정부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이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여론의 압력이든 아니면 본인의 자각이든 이게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 김호성: 한 나라의 문화재일 뿐만 아니라 지금 말씀하신 바에 따르면 세계의 유산으로써 길이 남아야 할 것인데 이 같은 개인의 재산권 주장을 하면서 그 재산권 주장의 이면도 그렇게 탐탁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요. 이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전우용: 감사합니다.

◇ 김호성: 지금까지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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