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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오락가락 판결에 떨고 있는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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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금융권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고 잇달아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직자 조건이 있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판결했는데, 하급심에서 이에 반하는 결과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맞춰 보수체계를 정비했던 경영진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통상임금에 대한 법원의 새로운 해석이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박성인)는 지난 12일 금융감독원 직원 1832명이 금감원을 상대로 "2013~2016년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미지급된 수당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의 쟁점은 격월로 1년에 여섯 차례, 기본급의 600%를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2015년 이후 분에 한해서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그 이전 분은 정기상여에 ‘상여 지급 당일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통상임금 요건 중 ‘고정성’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조선비즈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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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일상적으로 근로의 대가로 받는 임금이다. 통상임금이 법정다툼으로 이어지는 것은 연장근로 등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장근로수당의 경우 보통 통상임금의 1.5배 이상으로 책정되는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그만큼 받을 수 있는 수당이 늘어나게 된다. 근로자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수당을 재산정해 지급하라고 소송을 거는 이유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려면 몇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핵심은 ‘고정성 충족’이다. 고정성은 재직 등 부가적인 조건 없이 근로자에게 지급이 확정된 임금을 의미한다. 근로자가 당장 내일 회사를 관두더라도 그동안 일한 만큼 받을 수 있는 임금은 고정성이 충족됐다고 본다.

그동안 법원은 상여금 지급 조건에 ‘재직자 조건’이 있으면 고정성이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지급일 현재 재직한 근로자에게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으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금감원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재직요건’이 붙은 상여금은 고정성을 충족하지 못해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고정성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마다 엇갈리고 있다. 지난 5월 14일 서울고법은 기술보증기금 직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 결과를 뒤집고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지급일 현재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성과연봉도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더 나아가 "평가 결과나 업무성과와 무관하게 차등 없이 지급되는 정기 고정급에 부가된 재직자 조건은 무효"라고 했다. 상여금에 재직조건을 붙이는 것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이는 통상임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기보는 보수 규정에 성과연봉은 통상임금이 아니고, 지급일 기준 재직자에게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존 판례대로라면 기보의 성과연봉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1심 재판부도 "기보의 성과연봉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기업은행의 통상임금 소송도 그 결과가 엎치락뒤치락이다. 기업은행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은 재직 요건이 붙은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2심에서는 반대로 재직 요건이 붙은 상여금은 고정임금으로 볼 수 없다며 뒤집었다.

기업은행 통상임금 재판은 당초 지난 5월16일 대법원 판결이 나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재판부가 재판 하루 전 이례적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이후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 선고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 통상임금 소송 선고가 연기된 것은 기보의 재판 결과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보 통상임금 소송에서 재판부가 1심을 뒤집고 근로자 손을 들어주자 대법원의 고심이 깊어진 것 같다"며 "법조계에서도 통상임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통상임금에 대한 새로운 해석론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의 대법원 판결이 통상임금 소송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사 경영진들은 재판부의 오락가락 판결에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금융사들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보수 규정을 모두 이에 맞춰 재정비했다. 그런데 재판부마다 통상임금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하고, 상여금에 ‘재직 조건’이라는 단서를 다는 규정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까지 나오니 혼선을 빚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대법원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아예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통상임금 건을 다시 회부해 새로운 판결을 받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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