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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차례 전화… 다짜고짜 집으로… 가혹한 빚 독촉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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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연체채권 사들여 추심

작년말 4조2783억… 반년새 20%↑, 관련 민원도 작년 4500건 등 증가

“통화내역 녹음 등 자료 확보, 불법 추심 피해구제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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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네요.”

회사원 김모 씨(41)는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후 원리금을 연체했다가 직장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휴대전화로 간단한 안내문자만 오더니 차츰 추심의 강도가 심해져 최근에는 하루에도 10차례가 넘게 전화가 오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하나둘씩 눈치를 채더니 이제 직장 동료들 모두 김 씨의 대출 연체 사실을 알게 됐다.

가정주부 이모 씨(33)도 최근 공포감을 느낀 적이 있다. 카드회사의 카드 대금을 연체했더니 얼마 전에 낯선 사람들이 다짜고짜 집에 들이닥쳤기 때문. 이들은 이름과 소속도 밝히지 않고 “빚을 언제 갚을 것이냐”고 이 씨를 사정없이 몰아붙였다.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대출 연체 건수가 늘어남에 따라 저축은행 카드사 등 금융회사의 연체채권을 사들이는 추심업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또 추심업자가 과도한 추심에 나서면서 대출자들의 피해도 함께 늘고 있다. 생활고에 가혹한 빚 독촉이 겹치면서 가계의 주름살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불황에 덩치 커지는 채권 추심업

금융당국에 따르면 채권매입 추심업자의 매입채권 잔액은 2018년 말 기준 4조2783억 원으로 지난해 6월 말(3조5636억 원)보다 7147억 원(20.1%) 늘어났다. 보통 연말에 채권매입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가파른 증가세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채권매입 추심업자 수도 2018년 말 기준 1101개로 전년 말(994개)에 비해 10.8% 증가했다.

추심업자의 매입 채권이 불어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제2금융권의 연체 채권이 늘어나는 등 부채의 ‘질’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총액은 2017년 말 2조6251억 원에서 2018년 말 2조9906억 원으로 늘어났다. 지방(부산·경남 및 호남) 19개 저축은행의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 기준) 역시 같은 기간 평균 5.53%에서 6.38%로 뛰었다. 부실채권이 증가하니 추심업자의 ‘일감’도 증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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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들이 건전성 지표 개선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채권을 매각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재선 대부협회 사무국장은 “부실채권을 관리하는 데 오히려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적정한 값에 채권을 매각해 버리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서 추심업을 겸하는 대부업체들이 대출보다는 채권추심에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18년 말 기준 채권추심업체 중 59%(650개)는 대부업을 함께 하는 곳이다.

○ “추심업자와 통화기록 남겨 입증자료 확보”

추심업자에게 넘어간 채권 잔액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과도한 추심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채권추심 등 대부 관련 민원은 2017년 3005건에서 2018년 4533건으로 증가 추세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도 대형 저축은행들의 채권 매각이 이어지고 있어 채권추심업자들에게 넘어가는 채권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직장이나 거주지에서 가족·지인 등 제3자에게 연체사실을 고지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추심업자와의 대화, 통화명세를 녹음하는 등 불법 추심 관련 입증자료를 확보해 피해 구제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채무 일부를 갚게 하거나 각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통상 5년인 채무 소멸시효 완성을 막는 일이 빈번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최혜승 인턴기자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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