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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퇴근 후 카톡으로 업무지시, 직장 내 괴롭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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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 9건 접수

"MBC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 높아"

고용부 "사회 통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가능"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근로감독관 167명 지정

이데일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 날인 16일 경기 수원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민원실에 마련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에서 민원인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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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A 상사가 퇴근 이후에 카카오톡이나 전화로 업무 유관성이 있는 직원에게 업무 협조를 요청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까. B 상사가 업무상 질책을 해 직원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직장 내 괴롭힘일까.

답은 인격 모독에 가까울 정도로 과도한 지적, 이유없는 질책이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수준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퇴근 이후라도 회사 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통상 범위의 행위,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한 독려나 질책은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으나 직장 내 괴롭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각 사례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17일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현장 안착을 위해 지방관서별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근로감독관 제도 등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 MBC 비롯 9건 접수

시행 첫날인 16일 지방노동관서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총 9건 접수됐다. MBC와 한국석유공사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고용부는 신고가 접수된 건에 대해 해당 사업장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예방 대응 체계를 갖출 수 있는 그런 내용을 취업규칙 등에 담고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취업규칙에 해당 내용이 없다면 25일의 시정기간을 부여하고, 이때도 시정이 안되면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한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사가 적절히 이루어졌는지, 조사결과에 대해서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고용부는 확인한다. 만약 이뤄지지 않았다면 개선 권고를 내린다. 개선제도는 최대 60일을 부여할 계획이다. 60일 이내에 개선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감독을 실시하게 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MBC의 경우 언론에 공개된 내용만 봤을 때 업무를 주지 않는다든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내전산망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을 보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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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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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대표이사일땐?…“적절한 조사없을시 관서에 진정제기”

‘직장 내 괴롭힘’ 개념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뜻한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당사자 간 관계 △행위 장소·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 △행위의 내용·정도 △일회성·계속성 여부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되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정법에는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없다. 사업주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징계 등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했다.

취업규칙에는 △사내에서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예방교육 관련사항 △사건처리절차 △피해자 보호조치 △행위자 제재 △재발방지조치 등을 담아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을 만들지 않으면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부는 징계사유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명시하지 않아도 일반적인 취업규칙에 개방조항을 근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취업규칙을 두고 있는 곳에는 현재 ‘개방 조항’에 직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 법령 위반행위를 한 경우, 사회 통념상 징계에 처하는 게 적합하다고 인정된 경우 등에 징계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 금지 원칙을 명확히 밝히고, 가해자에게 강력한 제재를 한다는 것, 피해자에겐 보호조치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직원들이 확인하도록 명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이사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일 경우 사내 해결절차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피해자가 사내 정식 조사절차 이행을 요구하면 기업 내 감사·외부 전문가·외부기관에서 조사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체계를 갖추도록 권고한다”며 “적절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까지 직장 내 괴롭힘 상담센터 8개 구축할 것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방노동관서별로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근로감독관’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167명의 전담 근로감독관이 지정돼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의 특성을 고려해 별도의 독립된 공간에서 조사하고 있다.

또 지방관서별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전문 위원회’를 구성했다. 업무 처리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해당 위원회를 거쳐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입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상담 지원 등의 정책 기반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전문 상담과 교육 기능도 수행할 수 있도록 민간 상담센터와 연계해 올해 하반기 2개 센터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이후 2020년부터 총 8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상담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저해요인 해결 지원을 위한 상담 서비스(Employee Assistance Program)와도 연계·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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