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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 모기 꼼짝마" 체포 작전 나선 질병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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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뎅기열 모기 첫 발견

질본, 150여곳에 감시장비 설치… 잡은 모기 분류해 바이러스 검사

조선일보
지난 15일 필리핀 정부가 사상 최초로 전국 단위 뎅기열 경보를 발령했다. 뎅기열 환자와 사망자가 전년에 비해 급증해서다. 같은 날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도 "이달 초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모기 100마리를 잡아 조사한 결과, 뎅기바이러스 유전자를 가진 모기 두 마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뎅기바이러스는 뎅기열을 일으키는 병균으로, 이걸 가진 모기가 국내에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에 질병관리본부가 찾아낸 뎅기바이러스 유전자는 태국의 환자와 모기에서 검출된 것과 비슷한 유형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동남아 지역 모기가 비행기 화물칸 등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질병관리본부가 구축한 '모기 조사망'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뎅기열 외에도 일본뇌염, 말라리아 등에 대비하고 기후변화의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전국 150여 곳에 모기 감시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질병에 대비해 모기를 살피는 곳이 90여 곳이고, 나머지는 기후변화를 살피는 목적이다.

모기 채집용 트랩(덫)은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매년 4~10월)에 축사나 철새 도래지 근처에 월 2~5회 설치한다. 오후 5시쯤 트랩을 놓은 뒤 불빛 등으로 모기를 유인하면, 불빛 바로 밑에 달린 기계 장치가 바람으로 모기를 빨아들인다. 질본 관계자는 "일본뇌염을 옮기는 모기를 조사하려고 소를 키우는 축사 근처에 설치한 장비에서 하룻밤 사이 1만 마리가 잡힌 적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잡은 모기를 급속 냉동시켜 동사(凍死)시킨 후 현미경으로 한 마리씩 일일이 확인해 종별로 분류하고,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없는지 검사한다. 이희일 질본 매개체분석과 보건연구관은 "지금은 기계로 잡지만 1999년까지는 질본 소속 공무원과 연구원이 짝을 이뤄 밤새 한곳에 앉아 몰려드는 모기를 손으로 잡았다"고 했다.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지역을 찾아가 연구원이 팔다리 소매를 걷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모기를 잡아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어느 시간대에 평균 몇 마리씩 사람한테 달려드는지 헤아리는 방식이었다. 이 연구관은 "그 시절 저도 모기 채집에 나가 하루 평균 100마리, 최대 1000마리를 잡은 적이 있다"고 했다. 모기가 피해 갈까 봐 약 바르는 건 금기였다. 말라리아 옮기는 모기를 잡다가 실제로 말라리아에 걸린 공무원이 3명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에 뎅기바이러스 유전자가 나온 모기는 아직 사람에게 뎅기바이러스를 옮긴 적 없는 모기 종(種)"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모기 때문에 국내 감염으로 뎅기열이 번질 가능성은 아직 낮다는 뜻이다. 뎅기열에 감염된 환자 70~80%는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나간다. 다만 5세 이하 영·유아는 출혈·쇼크를 수반하는 중증 뎅기열로 이어질 수 있다. 올 들어 필리핀에서 뎅기열로 사망한 환자 456명 대부분이 5세 이하 영·유아였다.

[허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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