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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데스크의눈] 인류와 수영, 그리고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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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와 함께 시작된 수영 / 신체단련·취미·군사기술로 발전 / 빛고을서 세계 최대 선수권대회 / 수영강국으로 도약 계기되길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류는 수영을 생존기술의 하나로 발달시켜 왔다.

지구의 기후변화에 따라 숲이 초원으로 바뀌자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점차 줄어드는 나무에서 내려와야 했고, 땅 위에서의 삶은 육체변화를 촉진했다. 이족보행은 진화의 핵심이다. 손을 더 많이 쓰게 했다. 더 큰 뇌와 목소리를 내는 능력(대화)을 가져다 주었다. 식성도 채식에서 육식성 잡식이 되었다.

세계일보

김신성 문화체육부장


특히 얕은 물속을 걷는 행동이 이족보행을 꾀했다. 수영의 전조로 먼저 뒷다리로 서서 물살을 헤치고 가는 법을 익혔다. 이윽고 수영과 잠수를 통해 식량을 마련하고, 손으로 물건을 더 견고하게 잡는 법을 터득했다. 발은 비록 물건을 쥐는 능력을 잃었으나 육지나 물속을 걸을 때 더 안정적이고 수영할 때도 더 큰 추진력을 보탤 수 있게 길고 평평한 구조로 진화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얕은 물을 휘저어 먹거리를 찾는 정도가 아니라 해안의 섬까지 헤엄쳐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호모사피엔스는 아프리카를 벗어나 훨씬 멀리까지 이동해 아메리카에 정착지를 만들고 태평양을 건너 이스터섬에 도착했다.

정착한 인간들은 바다와 호수, 강에서 헤엄을 치거나 다이빙을 하면서 먹거리를 구했지만 나중에는 우연히 혹은 호기심에 건져왔던 물품들로 주된 사냥감을 바꾸기 시작했다. 밝은색의 조개껍데기와 산호, 진주 등은 권력자들의 몸을 꾸미고 신들을 찬미하는 장신구로 가공되었다.

문명의 발전에 따라 ‘직업’으로서의 수영도 나타났다. 고대 젊은이들이 수영 능력을 부쩍 키운 급박한 이유가 있었다. 전쟁이다. 청동기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전쟁에 의한 큰 국가들이 출현했다. 수영은 전사들의 기술이 되었다.

고대에선 그리스, 마케도니아, 로마의 군대가 정복 전쟁에서 수영의 가치를 입증했다. 해상제국들은 연습을 위한 인공수영장까지 늘렸다. 특히 로마인들은 취미와 군사 양쪽 모두에서 수영기술을 발달시켰다.

가라앉은 배에서 화물을 인양하는 것은 고대에 인정받는 직업이었다. 난파된 깊이와 인양 난이도에 따라 잠수부가 화물의 몇 퍼센트를 받게 되는지를 적은 3세기 자료가 있다. 이는 근대 인양법의 근간이 되었다.

하지만 중세 기독교는 몸의 노출을 부도덕한 행위로 치부해 수영 금지령을 내렸다. 바다나 호수를 괴물과 인어가 사는 악마의 공간으로 여겼다. 수세기가 지난 뒤 르네상스시대에 접어들어, 수영이 건강에 유익하고 귀중한 군사적 기술이자 즐거운 취미활동이라는 고대 기록들을 발견하면서 인간들은 예전 물의 세계를 다시 찾았다. 이후 유럽인들은 대항해시대에 더 넓은 세계로 진출해 신대륙을 발견하고 아울러 비서구식 수영법까지 습득했다.

19세기 후반 규정에 맞는 실내외수영장, 수영클럽, 협회 등 기반시설이 늘어나자 수영은 비로소 산업사회에서 단단히 자리를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덴마크 벨기에 핀란드 프랑스 독일 스웨덴 헝가리 영국이 모여 국제수영연맹(FINA)을 설립했다. 시합을 감독하고 수영·수구·다이빙에 규칙을 세우며 세계기록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에서 여성 수영선수의 참가를 승인했다. FINA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력해서 자유형, 배영, 접영, 평영의 네 가지 공인영법을 지정했다.

지금 남녘 빛고을에서 세계 최고의 수영 축제가 열리고 있다. 18회째를 맞은 FINA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다.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TO PEACE)’라는 슬로건 아래 역대 최대 규모인 194개국 2639명의 선수가 참가해 경영을 비롯한 다이빙과 하이다이빙, 아티스틱 수영, 수구, 오픈워터 수영 등 6개 종목 76개 경기에서 자웅을 겨루는 중이다.

높은 세계의 벽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선전하는 우리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3면이 바다인 반도국가답게 수영강국으로 도약하길 바라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싶다. 무더위엔 수영만 한 게 없다.

김신성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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