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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루키'도 없는데···'타율'까지 떨어지는 주력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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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기술 해외의존도 높아

부가가치율 25.5% OECD 하위권

전자산업은 美의 절반도 못미쳐

서울경제


“거물급 신인도 나타나지 않지만 간판타자의 타율도 떨어집니다.”

프로야구 하위 팀의 푸념이 아니다. 한국 주력산업의 현재 모습이다.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한 점도 문제지만 기존 주력산업들이 제대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상품을 팔아 돈을 벌어도 이익의 규모가 경쟁국보다 적은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지난 2015년 기준)은 25.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대상국 31개국 중 25위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이 36.9%로 3위, 독일이 34.8%로 6위를 기록했고 34.5%의 일본이 7위였다. 한국과는 10%포인트 안팎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부가가치율은 생산과정에서 새로 창출된 부가가치를 산출(gross output)로 나눈 비율이다. 부가가치율이 낮으면 같은 값의 상품을 팔아도 남는 게 적어 이익이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한국 제조업의 부가가치 창출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핵심 부품·소재·기술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아 물건을 팔아도 해외로 빠져나가는 부가가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한국 경제의 주력산업인 전자산업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구조’ 보고서에서 한국 전자산업의 부가가치율을 27.9%로 분석했다. 미국(69.2%)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애플 등이 경이적인 부가가치 창출력을 보인 미국을 차치하더라도 핀란드(38.8%), 일본(37.4%), 대만(36.9%)에 큰 격차로 뒤진다. 중국(16.5%)이 비교 대상 6개국 중 최하위였다.

한국은행은 한국 전자산업의 부가가치 창출력이 낮은 이유로 서비스보다 공산품 투입에 의존하는 생산구조와 투입하는 공산품마저 외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꼽았다. 원천기술보다는 공장설비나 원재료·중간재 투입 비중이 높다는 얘기다. 서비스 투입이 높으면 설비나 원료·중간재 투입 없이 생산활동을 할 수 있어 부가가치가 그만큼 많이 창출된다. 한국 전자산업의 서비스 투입 비중은 10.5%로 비교 대상 6개국 중 대만(4.2%) 다음으로 낮았지만 공산품 투입 비중은 58.2%로 중국(67.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생산에 투입되는 국산 공산품 비중은 중국(81.6%), 일본(74.8%), 한국(68.6%), 미국(59.8%), 대만(55.7%), 핀란드(40.5%) 순이었다. 종합하면 한국 전자산업은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 투입 비중이 낮고 △비용이 많이 드는 설비·원재료·중간재 투입이 높으며 △이마저도 외국산 비중이 높아 해외로 빠져나가는 부가가치가 많다는 얘기다.

한국 제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도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미국·일본·독일 등 국가의 제조업 총부가가치 증가율을 2002~2008년과 2010~2016년으로 나눠 분석했다. 한국은 이 기간 동안 3.7%포인트 하락한 반면 독일은 1.2%포인트, 일본은 0.8%포인트 증가했다. 미국은 0.5%포인트 하락했지만 폭은 미미했다.

전체 산업으로 범위를 넓혀도 한국은 2.1%포인트 내렸고 일본과 독일은 각각 1.0%포인트 올랐다. 미국은 1.3%포인트 감소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정책 노력이 시급하다”며 “민간 부문의 고부가 지향의 혁신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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