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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아베, 트럼프 흉내내나"…뉴욕타임스 日수출규제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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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주요 언론서 日수출규제 비판 잇따라

NYT "아베, G20서 무역질서 물 흐렸다" 정면 비판

WP "日수출규제는 외교 보복…위험한 행동"

"美중재만이 해법…한미일 공조 약화시 中 영향력 확대"

이데일리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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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뉴욕특파원 방성훈 기자] 미국내 유력 매체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대한(對韓) 수출규제를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두 매체는 최근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외교 보복을 위해 경제제재를 동원하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글로벌 무역질서의) 물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내에서한일 무역갈등이 미국 외교·경제·안보 등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비난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美언론 “외교보복 위한 경제제재…日, 무역질서 흐려” 일침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15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문제에 정통한 미국 내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대니얼 스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 일본 정부가 글로벌 무역질서를 흐리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자유무역체계에 국가안보를 들이대는 트럼프식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에서다.

뉴욕타임스는 아베 총리가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상들을 향해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는 글로벌 평화와 번영의 근간”이라고 밝히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균열을 일으킨 글로벌 무역질서를 강력히 옹호했다고 썼다.

그러나 불과 이틀 후 ‘국가안보’라는 명목아래 한국에 대해 전자 산업에 필수적인 화학 소재 수출을 제한함으로서 자유무역체계에 타격을 가한 세계 지도자가 됐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일본이 무역을 경제제재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있어 명분으로 국가안보를 꺼내든 국가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며 “아베 총리의 행보는 무역을 무기로 바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전적으로 모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박 로욜라 매리마운트대 국제정책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골치아픈 문제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다른 나라를 위협하기 위해 무역 등 경제적 이해를 무기화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머큐리오 홍콩 중문대 국제통상법 교수는 “만약 이런 수법이 자주 쓰인다면 국제무역 시스템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담당 참모를 지낸 조지타운대의 에반 메디로스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는 외교 보복을 위해 특정 산업에 대한 일방적 제재를 정당화시키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메디로스 교수는 칼럼에서 “‘미국의 동맹국(일본)’이 이런 행동을 보인다면, 전 세계 무역 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글로벌 공급 체인을 불안하게 만드는 보복을 촉발될 위험이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 근거로 “앞서 중국은 지난 2010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비슷한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2016년과 2017년엔 한국이 미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한다고 하자 한국 기업들에게 광범위한 보복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일 갈등, 美중재만이 해법…中, 동북아 영향력 확대 우려”

메디로스 교수는 한일 무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만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며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일 무역갈등에 따른 지정학적·경제적 대가가 커지고 있다”면서 “당장 미국의 외교적·경제적 이익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미국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메디로스 교수는 “지난 2014년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1년이 지나도록 만나지 않았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국제 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을 조용히 따로 불러 회담을 가졌다. 이 비공개 회담은 양국 관계 악화를 멈추고 재건의 틀을 다지는데 기여했다. 당시 양국 정상은 역사적 분쟁이 북한 핵위협에 맞서 (한미일) 안보 협력을 훼손해선 안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마이크 폼페이오에게 최대한 서둘러 서울과 도쿄를 방문하도록 지시해야 한다. 두 정상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권고해야 한다” “미국은 (양국 갈등 해소를 위해) 행동할 수 있고, 행동해야만 한다. 물론 (행동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디로스 교수는 미국이 중재에 나서야 하는 이유로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 동북아시아 전략의 핵심 국가라는 것이다. 그는 “한일 갈등으로 세 국가 간 방위협력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미군이 한반도에서 떠나길 바라는 중국은 미국 동맹국들의 견제가 없다면 (영향력 확대를 위해) 더 많은 시도를 할 것이다. 중국은 대만을 옥죄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통제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한일 갈등은 중국이 이러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한국을 미국 및 일본과의 공조에서 끌어내고, 중국과 일본이 가까워질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궁극적으로 중국이 세 국가 간 공조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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