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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소통단절·업무효율 저하 부작용 우려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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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6일부터 시행…직장에서 부당한 괴롭힘 사라질지 주목 /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해야 하는지 규정 없어…처벌보단 사내 자율 규약 성격 / 업무 잘못 질책 이상의 모욕감 주는 언사 문제 소지…SNS, 메신저 통한 업무지시 등도 불가 / 법 시행 초기 일부 부작용 우려…직장 내 소통단절, 업무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어

상당수 직장인들은 업무가 힘든 건 그럭저럭 견딜만해도 직장 내 누군가와 사이가 좋지 않거나 직장 상사·선배 등이 집요하게 괴롭히면 그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고 말한다.

어느 직장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이런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한 법이 오늘(16일)부터 시행된다.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등 개정안)'이다. 이제 이 법 시행으로 직장에서의 부당한 괴롭힘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달라질지 주목되고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우월적 지위나 관계를 이용해 △업무상의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이런 사례가 발생하면 사용자는 즉시 조사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근무 장소 변경과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이 법에서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을 주면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첫 입법이니만큼 처벌을 앞세우기 보다는 사업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규율하라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무 잘못에 대한 질책 수준을 넘어서는 욕설, 폭언, 모욕감을 주는 언사 등은 모두 문제가 된다. 사적인 심부름이나 업무시간 외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지시 등도 불가하다.

상식이나 문화의 영역이던 사안이 법·제도의 영역으로 옮아간 것인 만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초기에는 일부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현장에서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직장 내 소통단절, 업무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세계일보

오늘(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이 시행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직장 내 막말과 따돌림이 근절되는 계기로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당분간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직장 내 막말·따돌림 사라질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따라 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직장 내에서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설 것 △그 행위가 노동자한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여기에서 '지위의 우위'란 직접적인 지휘명령 관계에 놓여있지 않더라도 회사 내 직위·직급 체계상 수직관계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관계의 우위'란 개인 대 집단과 같은 수적 측면, 나이·학벌·성별·출신지역·인종 등 인적 속성, 근속연수·전문지식 등 업무역량, 노조·직장협의회 등 노동자 조직의 구성원 여부, 감사·인사부서 등 업무의 직장 내 영향력, 정규직 여부 등에 있어 상대방이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은 상태로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괴롭힘에 해당하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는 "사회 통념에 비춰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라고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인간관계에서 용인될 수 있는 부탁의 수준을 넘어 행해지는 사적 용무 지시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폭언·욕설을 수반한 업무지시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

◆어느 정도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당분간 현장 혼란 불가피"

다만 법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 개념과 요건 등이 모호한 만큼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는지를 놓고 당분간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컨대 직장 상사가 신입 직원에게 집요하게 성과를 점검하는 게 괴롭힘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구체적인 사례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

고용부는 "성과점검이 사회적 통념에 따라 행해진 경우는 원칙적으로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사회적 통념'이 무엇이냐에 대한 추가적인 논쟁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

고용당국이 지난 2월 21일 내놓은 매뉴얼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가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가 있고 이로 인해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의 악화라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게 인정돼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발생한 장소는 반드시 사업장 내일 필요가 없으며 사내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발생한 경우에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

다만 이번 법안에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관련해 최초로 입법화되는 점 등을 고려해 처벌보다는 사업장 내의 자율적 시스템으로 규율해 나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신고한 직원에게 인사 불이익 가할시 형사처벌

상시 노동자 10인 이상 근무하는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사내에서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재발방지조치 등의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사내 징계규정을 신설 또는 강화하는 것은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또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사용자는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피해노동자 등에 대해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용자는 피해노동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 사용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노동자와 피해노동자 등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음을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61%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대로 모른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정작 직장인들 3명 중 2명은 해당 법안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1287명을 설문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6명꼴(61%)로는 이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 9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찬성의 가장 큰 이유는 ‘갑질을 일삼는 무개념 상사들에게 경종을 울릴 기회’(42%)라는 점이었다. 이어서 ‘사내갑질이 줄어드는 데 일조할 것’(29%)과 ‘관련법안이 생기는 것 자체에 의미’(28%)를 갖는다는 응답이 비슷한 지지비율을 나타내며 찬성 이유 2, 3위에 꼽혔다.

순위권은 아니었지만 ‘갑질이 줄어들진 않더라도 나중에 피해사실을 신고할 수 있게 되어서’, ‘시대 간 변화 흐름에 적절’, ‘관계로 인한 서로 간 존중문화 정착’, ‘올바른 사내문화 조성’ 등 해당 법안을 반기는 이유들이 기타답변을 통해서 확인되었다.

◆"갑질 신고한들 과연 제대로 처벌할 수 있을까?"

전체의 4%로 적은 비율이지만 반대 입장에 대한 의견도 살펴보았다. 반대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괴롭힘에 적정범위란 있을 수 없음’(34%) 때문이었다.

다만 반대하는 직장인들은 응답자들은 이 외의 괴롭힘 사례들에 대해서도 관리가 될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내 비춘 것.

반대표 2위에는 ‘취업규칙 표준안에 명시된 일부 항목만으로는 천태만상인 갑질 행태를 막기는 역부족’(22%)이 꼽혔는데, 비슷한 이유라고 보인다.

이어지는 반대이유로는 각각 ‘갑질을 신고한다 한 들 제대로 된 처벌·조치를 기대하기 힘든 구조’(21%), ‘사장갑질, 즉 가해자가 대표일 경우 정상적인 감사 이행이 불가능’(17%)가 3,4위에 꼽혔다. 공통으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세계일보

해당 제도에 대해 직책별 찬반 의견을 교차 분석해 보았다.

찬성 비율이 가장 높은 응답자는 ‘팀원’(찬성 97%, 반대 3%)이었고, 반대로 찬성하지 않는 비율은 ‘본부장·실장·임원(직책자)’(찬성 81%, 반대 19%)급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미묘한 입장차를 엿볼 수 있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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